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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도의 일상 생활
자닌 오브와예 지음, 임정재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4년 12월
평점 :
아마 짐작하신 분도 계시겠지마는 이 진냥은...
역사에서도 일상생활이라는 테마에 껌벅 죽습니다.(...)
문화사라면 아주 코피를 흘립니다... 코피를...(진정해)
그런 이유에서 일상사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강의를 선택했다가 피를 본 추억도 있을 지경입니다. 어느 강의인지, 어째서 피를 보았는지는 비이밀.
그런 진냥이 저런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보고 대출하지 않으면 그것은 진냥이 아니겠지요.
.....어느 부분이 도발적인지는 묻지 말아주세요.
무엇보다도 4학년 마지막 학기의 강의 중 하나로 인도사를 공부해서(실은 동아시아 어쩌구라고 해서 동북아 3국의 관계 조명이라든지.. 그런 강의일 줄 알고 강의계획서도 안 보고 선택한 것) 인도에 대해 졸렬하나마 나름대로의 이해가 있는 상태에서 읽게 된 책이라, 더욱 재미가 있었던 것 같군요.
다른 의미에서 폭소했던 게... 이 책이 좀 한자어를 많이 쓰는 번역이었거든요. '낮잠을 즐긴다'를 '오수를 취한다'라고 하는 등 말이지요. 나름대로 한자를 안다고 생각했던 진냥도 이 단어가 나오자 잠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도박에 대한 단락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짜들은 서로 짜고 순진한 사람들을 속여서...'
....타짜?!
......아니 뭐.... 사전을 찾아보면 엄연히 실려있는 단어이긴 합니다만.......
.......모 만화작품의 제목인 이 단어를 이런 책에서 보니 그야말로 허거덕 놀랬습니다.
고대 인도라고는 하지만 이 책이 조망하는 시대는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7세기. 고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광범위한 시대이지요. 그러나 진냥이 공부한 바에 따르면 인도의 시대사 구분은 지금까지도 굉장히 논란이 되는 문제이며, 우리가 보편적으로 배우는 고대 중세 근대의 시대사 구분의 잣대가 어긋날 때가 많다고 하는군요. 고대로 구분되는 특징을 가진 시대에 중세로 구분되는 특징이 발견된다든가, 혹은 그 역으로 중세로 구분될 법한 시대에 고대로 구분되는 특징이 발견된다든가. 대표적으로 무갈제국만 해도 일부에서는 중세로 구분짓지만 분명 근대로 볼 수 있는 특징도 발견된다-
...라고 저번 강의에 배운 것입니다.(기말 시험 문제이기도 합니다. 잊을 수 없군용)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끼게 된 인도 역사의 특징은-
놀라울 정도로 항상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거의 1000여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동안 이어져내려온 문화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굉장하지요. 뿐만 아니라 아리안 족의 침입 이후 발생한 카스트 제도가 현대에까지도 질긴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부외자인 우리들의 눈으로 보면 폐습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말이지요.
그중에서도 단연 필두라 할 수 있는 폐습은 불가촉천민. 그리고 사티. 전자는 카스트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천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지독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길거리에 나가면 자신이 지나감을 큰 소리로 알려야하며, 물건을 사고 값을 치르면 장사치들이 우선 하는 일이란 것이 돈에 물을 끼얹어 정화하는 일이라던가요. 의례적인 차별조차 이정도인데 보통으로 가지는 멸시는 어느 정도인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에는 남편을 화장하는 불꽃에 아내가 산채로 함께 타죽는 인도의 풍습이지요. 쥘 베른의 [80일간의 여행기]에도 묘사된 바 있습니다.
틀림없이 끔찍한 일이고, 고쳐 마땅할 폐습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에는 이런 풍습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사티의 경우에는 정치적으로 지지까지 받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또한 혼자가 된 여성들 또한 과부로 사는 일이 너무나 괴롭고 가혹한 것이기에 세상의 존경을 사며 종교적으로는 신이 되는 사티를 더 원한다고- 저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만약 부외자인 우리가 그것을 손가락질하고 뜯어말리며 야만적이라고 비난하여 못하게 한다면, 그들은 우리가 그들에게서 신이 될 기회를 빼앗는다고 화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부와 지성을 가진 문명인이 슈퍼 히어로처럼 등장해서 장작불 위의 아름다운 부인을 구하는 것은, 제국주의 시대에나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단죄하고 심판하여, 자기 식으로 개조하는 것은, 대체 어디까지 허용되며 얼마만큼 옳은 것인가...
제국주의 시대 한국이 당해야 했던 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아닌가요. 한국의 문화가 멋대로 야만적이 되고 한국인이 스스로 개화할 능력도 없는 사람처럼 취급받아 결국 다른 나라에게 결정권을 깡그리 빼앗긴 것을, 우리는 아직까지도 증오하고 원망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빼앗았던 쪽에서는 '우리는 한국의 근대화를 앞당겼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아- 물론 저는 사회와 종교가 한 여성을 자살로 몰아가며, 그것이 숭고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일은 절대로 반대합니다.
그러나 또한 저는, 제국주의 시대와 같은 방식으로 그 관습에 손을 대는 것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하면 좋은가-
진냥의 둔해빠진 머리로는 일단 벽에 부딪히는군요(...)
아아, 그래도.
온갖 문화와 온갖 환경 속에서 태어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그래도 뭔가 나오지 않을까요-
...그렇게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