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못 살인자 밀리언셀러 클럽 5
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이희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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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차이나 필에 흠뻑 빠져있던 진냥이 서가를 헤매이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20세기의 네델란드 외교관인 로베르트 반 훌릭이 옛 중국의 재판을 소재로 한 통속소설(ex. 포청천)과 판례집에서 소재를 차용하여, 디런지에라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여 각색한 작품이지요. 처음에는 진냥도 외국인이 안다는 양 문화와 가치관을 묘사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펄벅의 예도 있고 해서 큰 마음 먹고 읽게 된 것입니다.

...헌데 이것이 의외로 대박...!!

책 뒷면에는 '중국의 셜록 홈즈 디런지에'운운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 작품의 추리소설적인 면모는 상당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튀어나오는 것들이 생뚱맞다 싶은 것이 많죠. 오히려 진냥이 추천하는 포인트는 이 작품의 묘사에 있습니다. 중국풍의 소재의 등장과 그 활용, 당시의 세계관과 가치관의 묘사는 그 고증이야 어찌되었건 독자에게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20세기의 유럽인이 송나라 때의 문화 풍속과 사고방식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덕분으로 이 작품은 현대인도 공감할 수 있는 줄거리와 묘사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본래 포청천과 같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범죄와 재판 소설은, 사실 영웅 및 무협소설과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난국을 헤쳐나가는 의지와 힘, 그리고 불의와 권력에 굴하지 않는 협의 정신은, 예로부터 중국 민중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애정을 얻고 있었지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 주인공 디런지에- 디 공公은 그러한 불요불굴의 인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두려워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하고,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지라 딸을 일찍 시집보내지 않은 아버지를 질책하기도 하고, 표독스러운 미인에게 내심 반감을 품기도 하고, 정숙하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호의를 품기도 하고, 또 호감을 보내는 자신을 깨닫고 되려 퉁명스러워지기도 하고, 세 아내를 아끼고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인물입니다. 이런 다정다감한 모습은 전형적인 중국의 명판관 상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지요. 하지만 이 덕분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오히려 공감을 주는 인간상이 되는 것입니다.

아- 좋았던 점은 잔뜩 있지만 말해버리면 네타가 되니까요!!! 모두 읽으러 가주세요!!

헌데 이 책, '명판관 디 공 시리즈'라고 적혀있는데...

시리즈라면 다음 권을 내라!!!

워어어!!!(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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