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반호
월터 스콧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반호 / 월터 스콧 지음 ;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사 2004년
언젠가 방명록에서 psyche님께서 추천하셨던 책. 요전날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하여 읽어보았습니다.
감상은....
psyche님, 저도 길베르 파 할게요!!!
랄까나요....
상당히 전형적인 중세 배경의 기사도 로맨스이지만, 파격적인 캐릭터와 유쾌한 상황이 등장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일단 주인공은 아이반호의 영지를 가진 색슨 인의 후예 윌프레드입니다만... '아이반호의 윌프레드? 그런 녀석이 있었나?=3=' 라는 것이 솔직한 기분이에요. [아이반호]가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유쾌한 광대 왐바, 충직한 돼지치기 거스, 쾌활한 은자와 록슬리 씨, 게으름뱅이 흑기사(...), 수전노 유대인 아이작, 우르프레드 노파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 덕분이겠지요. 덧붙여 윌프레드와 로웨나라는 메인 커플링.. 즐. 꺼지삼. 저는 오히려 아이작의 딸 레베카와 브리앙 드 봐 길베르가 훨씬 좋았어요. 네네네.
스포일러를 빼면, 어쨌든 읽을 가치가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이!
레베카! 레베카! 레베카!
두말할 나위 있을까요! 레베카의 고결함과 아름다움과 지혜로움은! 마음을 준 윌프레드에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삽시간에 연애대상에서 제외당하는 수모를 겪어도 조용히 참아넘기는 그 마음씨란... 정조를 지키기 위해 줄 없이 번지점프 뛰려고 드는 그 결단력도 그렇고, 화형대 앞에서도 의연하게 견디는 강함도 그렇고. 아가씨, 멋져! 조금만 더 좋은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샤론의 장미, 골짜기의 백합으로서 로웨나 따위는 사단급으로 몰려와도 그 발밑에도 못 미쳤을 겁니다. 크캬캬.
그에 반해 브리앙 드 봐 길베르는 불신자에 흉악무도한 성전 기사이지요. 신을 믿지 않고, 야심만만하고, 사라센 사람을 300명이나 학살하는, 도의와 자비와는 거리가 먼 사나이입니다. 그렇지만 애처로운 실연도 해보았고, 레베카의 강경한 태도에 감명을 받기도 하며, 불타오르는 성에서 그녀를 구해내기도 하지요(레베카 쪽에서는 끌려간 것입니다만...(먼 산)). 마침내 운명의 시간 바로 그 화형대에서, 성전 기사로서의 자신의 명예와 모든 것을 버리려고 하면서까지 레베카를 구하려던 모습은 정말 훌륭했습니다.(애인의 위기에도 침상에서 뒹굴고 있던 어떤 얼빠진 기사놈과는 달리 말이지요... 도대체 명예 운운하면서 목숨 걸고 싸우더니 정작 중요할 때에는 운신도 못하는 것이 뭐가 기사냐?)
성당에 소속된 자의 이교도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이라는 점에서, 저 두 사람은 [노틀담의 꼽추]의 클로드 프롤로 신부와 에스메랄다가 생각나네요. 길베르는 클로드보다 억척스럽고, 레베카는 에스메랄다보다 현명하고 신앙심 깊은 처녀라는 차이는 있지만요. 레베카가 유대인이 아니고 길베르가 성전 기사가 아니었더라면, 혹은 레베카가 윌프레드를 사랑하지 않았고 길베르가 그토록 냉혹하고 난폭하지만 않았더라면,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행복이란 어떤 것이었을까요... 차라리 그 두 사람에게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ㅜㅜ
아아... 역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그거예요...
나무칼과 베이컨 방패로 훌륭하게 적을 물리친 왐바의 용맹.....(....)
그리고 자칭 검은 게으름뱅이라는 기사와 암자의 은자의 예배(.....)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최고는 프롱 드 봬프의 성으로 보내진 광대 왐바와 돼지치기 거스의 도전장....(.....)
웃기지 않은 장면은, 울리카의 복수로군요. 마지막에 불타는 성에서 무시무시한 이교의 찬가를 부르는 그 장면은 정말 오싹할 정도로 장렬했습니다.
결론: 주인공 커플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