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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에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
니키 얼릭 지음, 정지현 옮김 / 생각정거장 / 2023년 8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827/pimg_7693701863993764.jpg)
<이 안에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 모든 핵심이 제목에 담겨 있는 이 작품은
작가이자 편집자, 니키 얼릭의 첫 번째 소설입니다.
어느 날, 전 세계 22살 이상 성인들 앞으로 의문의 상자가 배달됩니다.
마호가니처럼 보이는 갈색 상자에는 길이가 다른 끈이 들어있고 받는 사람의 이름과 함께 이렇게 쓰여있죠.
- 이 안에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 -
어디서, 누가 보내온 건지 모를 상자는 전 세계 동시 다발적으로 발견되고 사람들의 혼란은 점점커져갑니다.
상자를 받게 된 8명의 등장인물들은 '상자'와 '끈'의 출현으로 평범한 일상을 모조리 빼앗겨버리죠.
각자 남은 수명을 알게 된 8명의 삶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과연 이들은 상자가 없던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 안에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는 의문의 상자에 들어있는
'긴 끈'과 '짧은 끈'으로 남은 수명을 알 수 있다는 판타지적 요소를 갖춘 소설이지만
너무도 현실적인 소설입니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인종 차별과 장애인 혐오, 성소수자를 향한 비난들을
사회적 약자가 되어버린 '짧은 끈'사람들을 통해 보여줍니다.
반면 갑자기 생긴 '긴 끈'으로 권력을 잡은 사람들도 있죠.
그들은 '우리는 너희와 달라'라며 '짧은 끈' 들을 차별하고 멸시합니다.
재력과 학력, 직업으로 나누어지는 '현대판 계급의 차이'를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짜뉴스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찾고 어떤 것을 믿을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을 뿐이죠.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팬데믹'이 떠오릅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 19의 출현으로 '이전 세상'엔 없던 일들을 우리는 경험했으니까요.
그래서 더욱 현실감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이 안에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는 그래도 희망은 있어라고 말합니다.
'짧은 끈'을 받았다고 해서 '긴 끈'의 삶보다 가치 없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죠.
삶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고 그 가치를 평가하는 건 자신의 몫이라고요.
근래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판타지 소설인데도 현실성이 돋보여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등장인물의 시선을 따라 짧게 이어지는 서술은 소설에 속도감을 더해 몰입하기 좋은 작품입니다.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