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점 반 - 20주년 기념 개정판 우리시 그림책 3
이영경 그림, 윤석중 글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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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향기로운 추억이 떠오르는 <넉 점 반> 


“그래, 다섯시면 분꽃이 필 시간이지.”


흐드러지게 핀 분꽃 사이에 앉은 아이를 보며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넉 점 반, 넉 점 반 웅얼거리던 아이의 시간은 어느덧 다섯시를 훌쩍 넘었으리라.


<넉 점 반>은 윤석중 시인이 1940년에 발표한 대표작으로 

순수한 아이의 엉뚱한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이번에 나온 <넉 점 반>은 20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그림책 작가 이영경의 섬세하고 정겨운 그림이 더해져 

더 아름다운 동시를 만나 볼 수 있다.


접시꽃이 핀 담벼락 아래 앉은 아이가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면 추억이 떠오르는 

아름다운 모습이 한 가득 펼쳐진다. 


시계가 귀했던 시절, 아이는 시간을 알아오라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동네 가게로 향한다.

가게 주인 영감님은 무심하게 툭 시간을 알려준다. 

“넉 점 반이다.” 


넉 점 반, 넉 점 반, 

영감님이 알려준 시간을 흥얼거리며 

집으로 향하던 아이에게 세상은 온통 재미있는 것뿐이다. 


줄줄줄 기다랗게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를 보는 것도 재밌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닭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고, 

흐드러지게 핀 꽃들은 또 얼마나 예쁜지 한참을 앉아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아이는 뉘엿뉘엿 땅거미가 내려 앉을 때 쯤 

집으로 돌아와 기다리던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시방 넉 점 반 이래.” 


아이의 순수한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넉 점 반>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다.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엄마는 어린시절 추억들을 떠올리며 좋아하셨다. 

영감님의 상점에 있는 물건들을 알아보셨고, 

여기저기 핀 들꽃에도 엄마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들꽃을 좋아하시는 엄마 덕분에 어릴 때부터 꽃을 보고 자란 나는 

<넉 점 반>의 시대에 살지는 않았지만 추억이 생각나는 그림책이었다. 


“이건 접시꽃이고, 이건 채송화, 그리고 이건 분꽃이지.

 분홍빛, 노란빛의 보드라운 꽃이 저녁 다섯시면 핀 단다. 

예전엔 이 꽃이 피면 저녁밥을 지었다고 해.”


아마 엄마도 엄마의 엄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어린 나에게 전해주셨을 것이다. 

맑은 향기가 참 좋았던 분꽃을 

내 코끝에 대어주며 알려주던 그날의 엄마가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잠깐의 쉼표가 필요하다면 <넉 점 반>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향기가 느껴지는 그림이 어우러져 

잠시나마 마음의 휴식을 얻게 될 것이다.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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