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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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으로 사물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베니.

그리고 남편을 너무도 사랑하는 애너벨에게 남편의 죽음은

커다란 상실과 허무로 다가옵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법으로 삶의 공허함을 채우려 노력하지만

갑작스러운 삶의 변화 앞에서 번번이 무너지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각자 다른 세계에서 안식처를 만들고 혼란해진 사이에

벌어진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멀어집니다.

 

베니에게 안식처는 사물들조차 조용해지는 도서관이었고

애니벨에겐 물건들이 가득 쌓여 움직이기도 힘들어진 집이었죠.

 

그렇게 몸도 마음도 멀어진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같은 상처를 함께 치유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어렵습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 때문이 아니라

너무도 광범위한 주제와 사유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사물의 소리를 듣게 된 소년의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기엔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아요.

 

이 책은 무수히 많은 갈래의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물질 만능주의,

그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지구와 우주의 환경오염 문제를

일깨워주면서 이 우주에 피해를 주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또 한편으론 글쓰기와 책, 작가와 독자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인종차별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

늘어가는 도시 빈곤층과 젠트리피케이션 등

이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점들을 철학적으로 풀어냅니다.

 

책장을 덮을 땐, 이 모든 이야기를 억지스럽지 않고,

몰입감 있게 엮어낸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루스 오제키는 처음 만나는 작가였는데 다음 작품이 기대되네요.

판타지적 요소를 더해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

깊은 사유와 철학적 관념으로 시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책이었습니다.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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