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1 - 일타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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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타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다. 소설가 정찬주님의 작품은 이번으로 두번째 접해본다. 지난번엔 조광조와 사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하늘의 도]를 통해 처음으로 만났고, 이번엔 뜻하지 않게 종교색이 짙다면 짙은 일타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인연"을 통해서다.

     인연이란 두 글자는 얼마나 많은 의미를 던져주는가? 특히 불교에서 말하고 있는 "인연"이란 단어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제목을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한번에 스친다.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인지 출처도 정확하지 않고, 그래서 그 내용도 정확하지 않다만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수년에 한번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입은 하늘하늘한 천으로 된 옷깃으로 큰 바위를 한번씩 스치곤 지나가는데, 그 바위가 다 닳을 정도의 시간이 "겁(kalpa)"이라 한다던가. 몇 "겁"의 인연이 쌓여야만, 현생에서 옷깃 한번 스치는 인연이 된다고 했다던가.. 뭐 하여간 그런 이야기였던 듯 하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인연"이란 단어가 얼마나 무겁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인연"이란 두 글자를 만나니, 하고 많은 책들 중에 소설가 정찬주의 글을 우연히 두 번씩이나 접하게 된 것도 인연인가, 여러 종교 중에서도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게 된 것도 인연이 있었기에 그런건가, 그 중에서도 왜 일타스님 이야기를 접하게 된 것일까 그것도 인연일까...제목 하나에 너무 감상적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만..

 

    이야기는 어머니를 여의고, 그 허전함을 생전에 어머니가 뜻을 두셨던 불교에서 채우려는 재미사업가 고명인에서부터 시작된다. 해인사에 들른 그가 혜각 스님을 통해 일타스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일타스님의 행적을 찾아가는 소위 "액자식 구성"이 되겠다. 이 소설을 통해 본 일타스님의 삶은 내겐 "놀랍다." 아직 1권밖에 읽지 못해, 그 삶을 다 살펴보진 못했지만 말이다.  친가와 외가 쪽을 합해 마흔명이 넘는 친지들이 승려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놀라움 그 자체다.

     "중여관집"이라 불릴만큼 승려들이 많이 드나드는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의(일타스님의 속명이라고 한다.)는 "중 아저씨"한테서 주워들은 천수경을 글을 알기도 전에 외웠을 정도로 어린시절부터 불교에 많이 노출되었다. 그리고 약간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린 자식을 남겨두고 출가해버린 어머니. 그 어머니와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에 "외삼촌스님"과 함께 집을 나서 1942년 출가하게 된 이야기는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승려로서의 삶이 정해진 길이었던 걸까..? 그의 형, 누나, 누이동생, 어머니, 외삼촌들, 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그들을 승려로서 살아가게 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도 그 깊은 속내까지 파악하지 못한 내게는 그저 "놀라움"이었다.

    종종 절에 가곤 하지만, 스님들이 어떻게 생활하시는지, 승려로서의 삶은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고, 알 수도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한 걸음 다가선 것 같다. 이야기 속에 간간이 등장하는 불교용어가 약간은 낯설고 어렵기도 해서, 읽어내기가 쉬운 편은 아니었지만, 어려워서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탁발 공양을 받은 승려의 "오관게五觀偈"를 한번 들어보자.

   "이 음식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시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는다네" (p166)

    다른 좋은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나는 이 오관게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차려주시는 밥상, 당연한 듯 받아먹으면서도 반찬투정까지 늘어놓는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겠지.....? 아직 이야기의 반토막 밖에 읽지 못해 일타스님의 진면모를 접하진 못했다. 일타스님의 승려로서의 삶과 함께 이 소설의 주인공 고명인이란 이 남자, 결국 불교에 귀의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드는데, 과연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다. 2권 읽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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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곤충이야기 ㅣ 풀과바람 지식나무 9
김남길 지음, 최달수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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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읽을 책이 참 많구나. 새삼스런 생각이다. 이 책은 아직 글은 잘 못 읽지만 책 보기를 좋아하는 조카랑 함께 보고 싶어서 펴든 책이다. 하지만 내가 더 재미있게 봤다.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곤충이야기인데, 어른인 나도 모르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실려 있어서 책을 통해 알게 된 게 적지 않다. 최근들어서야 어린이용 서적을 종종 읽곤 하지만, 어린이책이라고 쉽겠거니, 뻔한 내용이겠거니 하고 달려들었다간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걸 오히려 더 많이 느끼곤 한다. 

    곤충이라..? 예전에 배운 게 기억이 나긴 한다. 곤충의 몸은 머리가슴배의 세 부분으로 구분이 된다는 것. 다리는 세쌍. 두 쌍의 날개. 내가 아는 곤충은 나비, 파리, 모기, 잠자리, 개미, 메뚜기. 이 정도가 전부. 그리고 대충은 "벌레"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녀석들. 뭐 그 정도의 배경지식(? ^^;)을 갖고 책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왠걸.. 첫 장부터 내가 모르는 단어가 등장했다. 곤충의 시조격이라 할 수 있을 녀석의 이름이 "모뉴라"라는 것.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난생 처음 보는 단어였다는 무식하고 용감한 고백을 해 본다. 모뉴라가 서서히 진화하여 "날개가 달린 잠자리, 하루살이, 바퀴벌레 등으로 모습을 바꾸었"(p8)다는군. 그렇구나. 그리고 별로 반갑지 않은 녀석 바퀴벌레는 "살아있는 화석"(p9)이라 불릴 만큼 오랜동안 그 생김새와 유전자를 간직해왔다고..?

     이 책은 곤충의 탄생으로부터 수명, 자손, 곤충채집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곤충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다. "귀뚜라미와 매미의 귀는 사람처럼 머리에 있지 않고, 뒷다리와 가슴 쪽에 붙어 있"(p44)다는 이야기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리고 분명 예전에 배웠던 것도 같은데, 기억에 가물가물한 개미와 진딧물이가 공생관계. 서로서로 돕는 관계라는 것만 기계적으로 외워서 알았기에 기억이 가물거렸지만, "개미는 이 단물(진딧물이 꽁지로 내보내는 단물 - 서평자 붙임)을 공짜로 얻어먹기 위해 진딧물을 지켜줍니다.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다가오면 우르르 달려가서 쫓아 버리지요."(p85)라고, 진딧물과 개미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고 받는 줄 알게 됐으니 앞으로 잊어버릴 일은 없을 것 같다. 

    어린이용 책이라 그런지 큼지막하게 들어간 삽화는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재미있고, 내용을 오래 기억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삽화에다 작은 글씨로 곤충의 이름을 같이 표시해주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것. 곤충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어서겠지만, 몇몇 유명한(?) 녀석들 빼곤 이름을 잘 모르겠다. 그 점이 약간 아쉽다.

   우연한 기회에 최근에 초등학교 6학년 월간 문제집을 본 적이 있다. 거기에 보니, 내용정리편으로 동물의 분류에 대해 나오던데 "환형동물, 절지동물, 연체동물, 극피동물, 강장동물, 편형동물"등 어려운 용어가 잔뜩 나열되고 있더라. 한자어라 그 내용이 짐작조차 안 되는 단어들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들이었고, 내게도 어렵게 느껴졌다. 이런 책을 통해 재미있고, 쉽게 다가선다면 과학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담감이 조금은 덜어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주변의 아이들에게 권해 주고 싶었다. 다섯살배기 조카 역시, 내용을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책에 실린 삽화가 흥미로운지 그림책 넘기듯이 이것저것 살펴보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활자만 나열된 참고서를 싫어하는 초등학생들 혹은 어린이들이 재미있는 그림책 읽듯이 읽으면 재미와 지식을 함께 얻을 수 있어서 더 좋은 학습서가 될 것 같다. 앞으로도 어린이용 책 관심있게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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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는 29가지 방법 - 각종 위험과 사고 및 범죄로부터 내 아이를 보호하라
고미야 노부오 지음, 김현희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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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뉴스 보기가 싫었다. 일가족 실종이 유명인이 연루된 일가족 살인 사건으로 연결되었고, 역시나 처음엔 실종신고된 아이가 계모에 의해서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얼마나 끔찍하던지.. 정말 세상이 왜 이따위로 돌아가는지, 인간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뉴스를 보다가 우울해지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뉴스를 안 봐야겠다는 다짐까지 했었다.. 하지만 얼마전엔 토막시신으로 발견된 두 여자아이의 뉴스까지 보고야 말았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실종된 두 아이가 같은 동네에 사는 남자에게 끌려가서 결국엔 시체로 발견됐다니..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나 싶기도 했고, 내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모두 위험에 둘러싸인 것만 같아서 불안했다. 특히 예쁜 내 조카. 이렇게 예쁘고 여린 아이들이 각종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니 어른인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tv 신간 코너에서 어른들의 이런 불안 심리를 파악했음인지, 어린이를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을 다룬 몇 권의 책을 소개해주는 것을 보곤, 나도 꼭 한권쯤은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었다. 

   그 중에서 내가 펼쳐든 책은 [범죄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는 방법 29가지 방법]. 이 책은 <범죄>뿐만 아니라, <위험회피> <성적학대> <멘탈>의 네 가지 분야로 나누어 아이를 총체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각 상황에 대해 "부모님이 먼저 읽어보세요"를 통해 각종 위험 상황에 대한 설명과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먼저 한 장 분량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와 짝을 이뤄 다음장에서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서는 큼지막한 그림으로 위험상황에 대해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위험상황에 대한 대처방법을 부모님과 함께 연습해볼 수 있는 상황이 설명되고 있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 어떤 장소, 어떤 사람, 어떤 상황을 조심해야 하는지,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땐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그리고 위험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평소 어떤 습관을 키워야 하는지를 언급해주고 있는 점은, 이 책이 범죄예방 지침서로서의 제대로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몇 가지 유용한 팁을 언급해보자면 이렇다. 열쇠를 목에 걸고 다니는 아이는, 집에 부모가 없다는 표시이므로 위험하다는 뜻. 아, 그렇구나 길에서 종종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도 위험하다는 생각을 못 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잘 아는 아이가 목에 열쇠를 걸고 다니길래, 옷 속으로 넣고 다니라고, 그렇게 다니면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해 줄 수 있었다. 또 하나, 아이가 혼자 집에 들어갈 때도 "다녀왔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해 집에 누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좋다는 것도 조카가 조금 더 크면 알려주고 연습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구체적인 방법을 원했는데, 전체적인 이야기만을 대충 둘러대는 책들을 보면 격화소양. 종종 그런 책들이 있었는데 이 책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상황에 맞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점이 좋았다. 허나 책을 읽으면서도,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니 더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도 없는 내가 이럴진대,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더 그렇겠지..? 제발 어린 아이들이 이런 책이 없이도 마음껏 웃고, 뛰어다니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책을 읽으면서 더 커졌다. 그런 세상이 될 때까지 어른들이 더 많이 노력해야할 테고, 이런 책들을 통해 미리미리 조심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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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 이덕무 선집 ㅣ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9
이덕무 지음, 강국주 편역 / 돌베개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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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색 표지가 너무 깔끔하고 예쁜 책이다. 얼마전에 돌베개에서 펴낸 <우리고전 100선>의 정약용 시 선집을 읽는 것으로 이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지난번 정약용 시선집을 손에 쥐었을 땐, 시도 잘 모르지만, "고전"이란 단어에 기가 죽어 과연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의외로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큰 부담없이 펴들었다. 이번엔 이덕무의 선집. 하얀색 예쁜 표지에 혹 손때라도 묻을까 아스테이지로 포장부터 하고. 

    이덕무. 서얼이었고, 실학자였고, 책을 좋아해 "간서치"라는 별명을 가졌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나 역시 나름대론 책을 좋아한다고 자부하지만, "책벌레"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엔 미치지 못한다. 그저 면무식이나 할 요량으로 관심가는 분야의 책 몇 권을 찾아읽을 뿐. 그런데 자타가 공인하는 "책벌레"의 면모는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이덕무의 詩와 文을 쉬운 한글로 번역하여 수록한 책.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덕무의 삶에 대해 감히 몇 글자로 요약해보자면 "가난과 병과 자연과 독서"가 아닐까...? 

    가난했다. 하지만 가난에 얽매여서 한탄하고, 괴로워하진 않았던 것 같다. "가장 뛰어난 사람은 가난을 편안히 여긴다. 그 다음 사람은 가난을 잊어버린다. 가장 못난 사람은 가난을 부끄러워해 감추기도 하고, 남들에게 자신의 가난을 호소하기도 하고, 그 가난에 그대로 짓눌리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가난에 부림을 당하고 만다. 이보다도 못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가난을 원수처럼 여기다가 그 가난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이다. "(p169)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덕무가 요즘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면 어떨까? 아마도 가장 못한 사람 "가난을 원수처럼 여기다가 그 가난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대부분이 아닐까? 그가 살던 시대보다 물질적으론 훨씬 풍요로워졌지만, 우린 가난하다. 그와 비교한다면 너무나 많은 걸 가졌기 때문에 오히려 우린 가난한 건지도 모른다. 책 몇권, 마음맞는 벗 몇 명만을 가진 그는 가난 때문에 비루해보이지 않았다. 그의 글 곳곳에 가난이 배어나지만 말이다. 

   병을 달고 산 것 같다. 그가 스스로도 말하고 있듯이 그의 병은 가난이 큰 원인이었던 듯 하다. "병이 든 게 가난 때문인 듯하니 / 내 한 몸 돌보는 일 어찌 그리 소홀했나.  - 여름날 병중에 - 중에서.. (p26) 그 가난의 원인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가 "서얼"이었기 때문이다. 품은 뜻과 기개는 높지만 서얼이었기에 그 뜻을 맘껏 펼칠 수 없었고, 그래서 가난했고, 그래서 병을 달고 살았던 그의 모습이 안타깝다. 이런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는 건데 말이다. 그는 서얼이었기 때문에 그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없었다.  그가 지금 우리 사회를 본다면 뭐라 말할까?  세상이 많이 변해 지금은 신분에 의한 제약은 거의 사라진 듯 하지만, 최근 정치판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좋은 말을 해 줄 것 같진 않다. 돈이라는 새로운 권력과 제약이 신분을 결정하고 있는 사회. 이덕무처럼 맑고 고고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뜻을 펼 기회는 앞으로도 없는 것일까...

     책을 좋아했다. 아니. 좋아한 정도가 아니라 책 때문에 살 수 있었던 사람인 것 같다. 여종이 양식이 없다고 불평을 해도(p32의 <가난과 독서>), "약은 벗들에게 구걸을 하고"(p26) 아내가 끓여주는 죽을 먹으면서도 책을 좋아하는 습관은 버릴 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 그 모습이 한편으론 대책없다 싶고, 한편으론  그의 초연한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책과 친구와 자연을 좋아했던 사람 이덕무. 가난하지만 마음은 넉넉했던, 맑은 사람의 글을 접하고 보니 내 마음까지 넉넉하고 푸근해지는 듯하다.

    돌베개의 우리고전100선 시리즈. 두 권밖에 읽어보진 못했지만, 내겐 어렵게 느껴지던 "고전"이란 낱말에 대한 두려움을 깨트려 준 책들이라 고맙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소중한 책 잠시 덮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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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우의 해적들 - 싱가포르 편 ㅣ 세계의 전래동화 (상상박물관) 7
디 테일러 글, 락 키 타이 오두아르 그림, 신은주 옮김 / 상상박물관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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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박물관의 세계 전래동화 시리즈 싱가포르편, [리아우의 해적들]이다.  지난번에 이 시리즈의 필리핀 편 [심술쟁이 왕게 마가]를 조카랑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싱가포르 전래동화는 어떤 이야기들일까 무척 기대가 됐다. 전래동화라 하면 그 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알 법한 이야기이고,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모습이나 가치관 등이 녹아들어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 뿐만 아니라 잘 몰랐던 나라와 그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기도 했다.  

   지난 번에 읽었던 필리핀편에서는 우리 나라 이야기와 너무 비슷한 이야기가 많아서 놀랐었는데 싱가포르편에 실린 이야기는 많이 낯설었다. 그리고 이야기들이 다소 심심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옮긴이도 그런 생각을 했나 보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우리가 흔히 접하던 것과는 달리 다소 엉뚱한 결말을 보이기도 해요. 엉뚱한 결말이 가져다주는 낯설음과 그로 인한 당황스러움은 싱가포르 동화가 우리에게 주는 또다른 재미입니다."(p153) 이 시리즈에 우리 나라 전래동화 편이 있다면 거기엔 어떤 이야기들이 실릴 수 있을까? 흥부놀부, 콩쥐팥쥐, 토끼와 거북이, 효녀 심청, 춘향전, 해와 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등이 아닐까? 이렇게 나열해보자니 우리나라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생활모습은 물론 교훈적이기도 하고, 극적인 요소와 재미까지 두루 갖춘 것 같은데 말이다. 다시 옮긴이의 말을 조금 더 인용해보자면 이렇다. "봉선화나 백일홍에 얽힌 우리의 전래동화는 복잡한 우리 역사와 맞물려 슬프고 극적인 구성을 보이는 반면, 라플레시아 이야기는 아열대 지방 특유의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가벼우면서도 신비한 느낌을 전해 주네요."(p152). 내겐 신비함보다 이야기가 너무 가볍고 다소 시시하다는 생각이 든 데 비해, 순수한 아이들에겐 "신비한 느낌"의 요소가 강하게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파라메스와라 왕자와 싱가푸라>에서는 심술 궂은 왕자가 타마섹 섬으로 도피하여 그 곳의 왕을 죽이고 자신이 그 섬을 차지하는 이야기이다. 이후 이 섬은 "사자의 도시"라는 뜻의 싱가푸라로 불리어졌다는..그리고 그 후 400년 가까이 이 섬은 잊혀졌다고 영국인의 의해 "발견?"되고 무역항으로 개발되었다는.. 이 이야기에선 자신들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것을 미화하지 않는 솔직한 모습이 보인다. "훌륭한 임금이 싱가푸라에 도읍을 정하사, 그것이 현재 싱가포르의 기원이 되는 것이다~"는 식의 과장이 절대 없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자연환경과 관련된 <사라진 아이들>이란 이야기."금지된 동굴"이 있었는데, 그곳엔 오랜 전설처럼 아무도 들어갈 수 없도록 전해져온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숨바꼭질을 하다가 금지된 숲으로 들어가버린 두 아이가 있었다. 어떻게 결말이 날까 싶어 잔뜩 기대하고 읽었는데, 이거야 원.. 끝이 너무 심심하다. 두 아이는 사라졌고, 그냥 그것으로 끝이다. 나는 "두 아이가 숲으로 들어갔는데 무시무시한 괴물이 있는거야. 용감한 두 아이는 지혜롭게 그 괴물과 맞서 싸웠고, 마침내 이겼지, 그리곤 괴물이 그동안 숨겨놓았던 보물을 찾아낸 두 아이는 그 보물을 들고 마을로 돌아갔고, 그래서 그 마을 사람들은 부자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던 거야"라는 식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던 건지도 모른다. "복잡한 우리 역사와 맞물려 슬프고 극적인 구성을"(p152) 기대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파스텔톤으로 예쁘게 그려진 삽화와 함께 동화책을 보는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 어른인 내가 어린이용 동화책을 "어른의 입장"에서 평가하려는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각국의 전래동화를 읽으면서 그 나라에 대해 한번더 생각해보고, 그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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