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우의 해적들 - 싱가포르 편 세계의 전래동화 (상상박물관) 7
디 테일러 글, 락 키 타이 오두아르 그림, 신은주 옮김 / 상상박물관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상상박물관의 세계 전래동화 시리즈 싱가포르편, [리아우의 해적들]이다.  지난번에 이 시리즈의 필리핀 편 [심술쟁이 왕게 마가]를 조카랑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싱가포르 전래동화는 어떤 이야기들일까 무척 기대가 됐다. 전래동화라 하면 그 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알 법한 이야기이고,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모습이나 가치관 등이 녹아들어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 뿐만 아니라 잘 몰랐던 나라와 그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기도 했다.  

   지난 번에 읽었던 필리핀편에서는 우리 나라 이야기와 너무 비슷한 이야기가 많아서 놀랐었는데 싱가포르편에 실린 이야기는 많이 낯설었다. 그리고 이야기들이 다소 심심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옮긴이도 그런 생각을 했나 보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우리가 흔히 접하던 것과는 달리 다소 엉뚱한 결말을 보이기도 해요. 엉뚱한 결말이 가져다주는 낯설음과 그로 인한 당황스러움은 싱가포르 동화가 우리에게 주는 또다른 재미입니다."(p153) 이 시리즈에 우리 나라 전래동화 편이 있다면 거기엔 어떤 이야기들이 실릴 수 있을까? 흥부놀부, 콩쥐팥쥐, 토끼와 거북이, 효녀 심청, 춘향전, 해와 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등이 아닐까? 이렇게 나열해보자니 우리나라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생활모습은 물론 교훈적이기도 하고, 극적인 요소와 재미까지 두루 갖춘 것 같은데 말이다. 다시 옮긴이의 말을 조금 더 인용해보자면 이렇다. "봉선화나 백일홍에 얽힌 우리의 전래동화는 복잡한 우리 역사와 맞물려 슬프고 극적인 구성을 보이는 반면, 라플레시아 이야기는 아열대 지방 특유의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가벼우면서도 신비한 느낌을 전해 주네요."(p152). 내겐 신비함보다 이야기가 너무 가볍고 다소 시시하다는 생각이 든 데 비해, 순수한 아이들에겐 "신비한 느낌"의 요소가 강하게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파라메스와라 왕자와 싱가푸라>에서는 심술 궂은 왕자가 타마섹 섬으로 도피하여 그 곳의 왕을 죽이고 자신이 그 섬을 차지하는 이야기이다. 이후 이 섬은 "사자의 도시"라는 뜻의 싱가푸라로 불리어졌다는..그리고 그 후 400년 가까이 이 섬은 잊혀졌다고 영국인의 의해 "발견?"되고 무역항으로 개발되었다는.. 이 이야기에선 자신들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것을 미화하지 않는 솔직한 모습이 보인다. "훌륭한 임금이 싱가푸라에 도읍을 정하사, 그것이 현재 싱가포르의 기원이 되는 것이다~"는 식의 과장이 절대 없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자연환경과 관련된 <사라진 아이들>이란 이야기."금지된 동굴"이 있었는데, 그곳엔 오랜 전설처럼 아무도 들어갈 수 없도록 전해져온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숨바꼭질을 하다가 금지된 숲으로 들어가버린 두 아이가 있었다. 어떻게 결말이 날까 싶어 잔뜩 기대하고 읽었는데, 이거야 원.. 끝이 너무 심심하다. 두 아이는 사라졌고, 그냥 그것으로 끝이다. 나는 "두 아이가 숲으로 들어갔는데 무시무시한 괴물이 있는거야. 용감한 두 아이는 지혜롭게 그 괴물과 맞서 싸웠고, 마침내 이겼지, 그리곤 괴물이 그동안 숨겨놓았던 보물을 찾아낸 두 아이는 그 보물을 들고 마을로 돌아갔고, 그래서 그 마을 사람들은 부자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던 거야"라는 식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던 건지도 모른다. "복잡한 우리 역사와 맞물려 슬프고 극적인 구성을"(p152) 기대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파스텔톤으로 예쁘게 그려진 삽화와 함께 동화책을 보는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 어른인 내가 어린이용 동화책을 "어른의 입장"에서 평가하려는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각국의 전래동화를 읽으면서 그 나라에 대해 한번더 생각해보고, 그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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