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1 - 일타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일타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다. 소설가 정찬주님의 작품은 이번으로 두번째 접해본다. 지난번엔 조광조와 사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하늘의 도]를 통해 처음으로 만났고, 이번엔 뜻하지 않게 종교색이 짙다면 짙은 일타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인연"을 통해서다.

     인연이란 두 글자는 얼마나 많은 의미를 던져주는가? 특히 불교에서 말하고 있는 "인연"이란 단어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제목을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한번에 스친다.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인지 출처도 정확하지 않고, 그래서 그 내용도 정확하지 않다만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수년에 한번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입은 하늘하늘한 천으로 된 옷깃으로 큰 바위를 한번씩 스치곤 지나가는데, 그 바위가 다 닳을 정도의 시간이 "겁(kalpa)"이라 한다던가. 몇 "겁"의 인연이 쌓여야만, 현생에서 옷깃 한번 스치는 인연이 된다고 했다던가.. 뭐 하여간 그런 이야기였던 듯 하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인연"이란 단어가 얼마나 무겁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인연"이란 두 글자를 만나니, 하고 많은 책들 중에 소설가 정찬주의 글을 우연히 두 번씩이나 접하게 된 것도 인연인가, 여러 종교 중에서도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게 된 것도 인연이 있었기에 그런건가, 그 중에서도 왜 일타스님 이야기를 접하게 된 것일까 그것도 인연일까...제목 하나에 너무 감상적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만..

 

    이야기는 어머니를 여의고, 그 허전함을 생전에 어머니가 뜻을 두셨던 불교에서 채우려는 재미사업가 고명인에서부터 시작된다. 해인사에 들른 그가 혜각 스님을 통해 일타스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일타스님의 행적을 찾아가는 소위 "액자식 구성"이 되겠다. 이 소설을 통해 본 일타스님의 삶은 내겐 "놀랍다." 아직 1권밖에 읽지 못해, 그 삶을 다 살펴보진 못했지만 말이다.  친가와 외가 쪽을 합해 마흔명이 넘는 친지들이 승려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놀라움 그 자체다.

     "중여관집"이라 불릴만큼 승려들이 많이 드나드는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의(일타스님의 속명이라고 한다.)는 "중 아저씨"한테서 주워들은 천수경을 글을 알기도 전에 외웠을 정도로 어린시절부터 불교에 많이 노출되었다. 그리고 약간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린 자식을 남겨두고 출가해버린 어머니. 그 어머니와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에 "외삼촌스님"과 함께 집을 나서 1942년 출가하게 된 이야기는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승려로서의 삶이 정해진 길이었던 걸까..? 그의 형, 누나, 누이동생, 어머니, 외삼촌들, 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그들을 승려로서 살아가게 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도 그 깊은 속내까지 파악하지 못한 내게는 그저 "놀라움"이었다.

    종종 절에 가곤 하지만, 스님들이 어떻게 생활하시는지, 승려로서의 삶은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고, 알 수도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한 걸음 다가선 것 같다. 이야기 속에 간간이 등장하는 불교용어가 약간은 낯설고 어렵기도 해서, 읽어내기가 쉬운 편은 아니었지만, 어려워서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탁발 공양을 받은 승려의 "오관게五觀偈"를 한번 들어보자.

   "이 음식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시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는다네" (p166)

    다른 좋은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나는 이 오관게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차려주시는 밥상, 당연한 듯 받아먹으면서도 반찬투정까지 늘어놓는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겠지.....? 아직 이야기의 반토막 밖에 읽지 못해 일타스님의 진면모를 접하진 못했다. 일타스님의 승려로서의 삶과 함께 이 소설의 주인공 고명인이란 이 남자, 결국 불교에 귀의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드는데, 과연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다. 2권 읽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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