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2>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명의 2 : 심장에 남는 사람 ㅣ 명의 2
EBS 명의 제작팀 엮음 / 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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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행히 병원에 자주 드나들 일 없이 살아왔고, 주변에 의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도 없어 의사에 대해 잘 모른다.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 편견일지 모르겠는데, "의사"들은 상당히 차갑게 느껴진다. 서민적이지 않은 이미지랄까. 병을 고쳐주는 사람인데, 나는 왜 그들을 "비인간적"인 사람들일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명의2]를 읽었다. EBS에서 "메디컬 다큐멘터리 <명의>"를 방송해 온 모양이다. 벌써 130여회 방송을 해 왔다는데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책을 읽다가 공감되는 부분도, 감동적인 부분도 많아서 방송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권에서는 130여회의 방송 가운데 '고위험임신'과 '췌장암'을 비롯해 우리 삶에 가장 맞닿아 있는 의학, 질병 분야의 명의, 열일곱 분을 어렵게 선정했습니다."(책 앞날개)라고 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명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질병"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열일곱명 모두가 자신의 분야에선 으뜸인 명의라는 점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것보도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그리고 환자들의 특이한 병, 병으로 고통받았던 그들의 지난 이야기에 마음이 아파오기도 했다.

 

    경희의료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김효종 교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몇번이나 눈물이 울컥했는지 모른다. 크론병이라는 이름도 낯선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 "꼭 들어주셔야 해요. 퇴원하고 나면, 금세 지어서 모락모락 하얀 김이 나는 흰 쌀밥에 금방 구운 기름이 도는 바삭한 김을 올려서 먹고 싶어요. 그땐 먹어도 되죠. 선생님?"(p46) 초등학교 5학년 그러니깐 기껏해야 열두살이었을 그 아이의 절박한 소원에 눈물이 글썽여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말하면 지나친 자기중심적 발언이라고 나무랄지 모르겠는데, 환자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의 사지육신이 멀쩡하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새삼스레 깨달았다.

   "당시만 해도 권위적인 의사들이 많았던지라, 의사 얼굴 보는 것이 쉽지 않았던 터였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가족들 중에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아들에게 입버릇처럼 하셨다. 어린 나이에도 그는 의사를 만나기 힘들어하는 환자나 보호자를 위해, 얼굴 보기 쉬운 그런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p51) 참 다행이다. 그리고 그는 환자들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손을 가진 의사가 되었다. "옛날옛날에"로 시작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한편의 동화를 읽기라도 한 듯 흐뭇한 마음에 붉어졌던 눈시울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 이런 의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몰랐던 병도 많고, 그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도 많다. 그리고 의외로(?) 인간적이고 따뜻한 의사들도 많다. 내겐 "의사"라는 사람들에 대한 내 고정관념과 편견을 깰 기회를 준 책. [명의2]. 현재도 방송 중이라니 꼭 한번 챙겨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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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할아버지 ㅣ 세용그림동화 4
로리 크레브스 지음, 김현좌 옮김, 발레리아 시스 그림 / 세용출판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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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엉뚱한 이야기일런지 모르겠지만.. 양장본에다 이만한 크기의 그림책들은 대부분 매끌매끌 광택이 나는 재질의 종이를 사용한 책이 많던데(표지 말고 이야기가 씌여 있는 속지), 이 책은 도화지 느낌이다. 재질 덕분인지, 글 덕분인지, 그림 덕분인지 혹은 그 셋 모두의 어울림 덕분인지  참 따뜻하다. 따뜻한 책이다.

 

  글쓴이 "로리 크레브스"는 남편이 양봉가이고, 20여년 아이들을 가르쳐왔다는데, 가끔 남편을 교실에 초대해 아이들에게 양봉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단다. "그 때마다 흠뻑 빠져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이야기의 영감을 얻었"(책 말미 글쓴이 소개 중)다고 한다. 왜, 새삼스레 미국 같은 나라(?)에도 양봉가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걸까. 벌을 키우는 것은, 그리고 그렇게 키운 벌에서 꿀을 수확하는 것은 동양에서만 있는 줄 알았었네.

   

    책의 화자는 "우리 마을에서 벌치기 할아버지"로 유명하신 할아버지의 손자. 할아버지가 벌을 치는 과정을 졸졸 따라다니며 벌치는 작업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주고 있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벌을 키우시는 걸 본 적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벌할아버지처럼 전문적인 양봉이 아니라, 마당 한 켠에 작은 벌통 두 통을 두는 정도였다. 그나마도 한 해 동안이었던가, 길지 않은 시간이었던 터라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린 내 눈에 그게 그렇게 신기해 보였다. 벌이 좁은 출입구를 통해 들락거리는 모습도 신기했고, 벌들이 그렇게 드나들면서 꿀을 만든다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신기했고... [벌 할아버지]의 화자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할아버지의 양봉 과정을 돕기도 하고 따라다니기도 한다. 신기한 눈으로...

 

    이 책의 장점은 어린이들이 양봉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꿀을 모으는 벌"의 생태나 특성에 대해서도 상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될 것 같다. 책 속 할아버지의 설명과 그림을 통해 여왕벌과 수벌, 일벌의 역할에 대해, 그리고 꿀을 뜨는 과정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꿀을 넣은 머핀을 구워오시는 할머니.. 아.. 참 따뜻하고 푸근한 그림이다.

   책 끄트머리에서는 벌, 벌집, 양봉, 훈연기, 꿀가르개, 가루받이 등 이야기에서 소개된 것들에 대해 한번더 항목별로 설명해주고 있어 책내용을 정리해볼 수 있다.  "사과와 꿀을 넣은 할머니의 머핀"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는 점도 재미있다.

 

    아이들이  세상의 많은 것들을 직접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림책을 통해 세상을 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간접경험의 즐거움을 주는 책 [벌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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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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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계. 책읽기를 즐기는 편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없는 책들이 종종 있다. 어려운 책들.. 분명 글자를 읽어내려가고 있지만, 내가 읽고 있는 이 글이 무슨 의미인지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을 땐, 읽던 책을 휙 하니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생길 때가 있다. 이해력의 한계치를 시험당하는 느낌이랄까... 내게 그런 좌절감을 주는 책의 부류가 주로 철학서이다.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읽지 않기 때문에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철학 다음으로 난해한 분야는 시詩다. 철학보다야 덜 하지만, 알아듣기 힘들기는 마찬가지...
 

   사실 이 책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은 그닥 읽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시詩만 해도 어려운데, 철학은 더욱 어려운데, 철학적으로 시를 읽는다니, 얼마나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을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다행히도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시집이나 철학책은 다른 장르의 글들보다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시에는 주관적이고 낯선 이미지들이, 그리고 철학책에는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 용어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지요."(p15). 나 같은 독자를 염두에 둔 글쓴이의 배려 덕분이었을까.. 종종 못 알아들을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겁먹고 시작한 것에 비해 그나마 덜 어려운 책이었다. 글쓴이는 "노장사상을 전공한 동양철학자이면서 서양철학의 흐름에도 능한 그는 쉽게 읽히는 인문학을 지향하며 2007년에 출범한 출판기획집단 문사철(文史哲)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책 앞날개)는 강신주.  

 

    책은 총 2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한 명의 시인과 한 명의 철학자를 연결시켜 제목그대로 철학적으로 시를 읽어보고 시와 시인과 철학자와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니까 모두 21명의 시인과 21명의 철학자가 짝을 이루고 있다. 아... 시를 이렇게도 읽을 수 있는 거구나.

 

    글쓴이는 김남주 시인의 "어떤 관료"를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다 연결시킨다.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듯".. "대부분의 관료들과 마찬가지로 아이히만은 승진을 꿈꾸었던 평범한 독일인이었습니다. 우리가 이 대목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그가 승진을 할 속셈으로 사악한 음모를 꾸미거나 이상한 행동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p75) 김남주 시인은 군부독재로 암울했던 대한민국에서, 아렌트는 2차세계대전 당시의 독일에서 생각할 줄 모르는, 그저 주어진 밥값만큼의 자기 몫의 역할을 해 내는 '개 같은!' 관료들을 본 것이구나. 시인과 철학자는 그러니까 같은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수용소 공간이 부족해지자 이제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보내야만 한다는 정책이 채택되었을 때, 가스실로 걸어 들어가는 유대인들의 극심한 공포를"(p79) 사유하지 못했던, 그러니까 그저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와 다를 바 없는 아이히만과 같은 관료들에 대한 이야기.. "사유는 인간에게 주어진 능력이 아니라 의무이다!"라는 말, 공감한다. 사실 "어떤 관료"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따로따로 읽었더라면 나는 두 작품 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글쓴이가 그 둘을 연결해주니 훨씬 이해가 쉬웠다. 책에 실린 그 외의 시-철학의 연결 역시, 김남주-아렌트 만큼은 쉽게 와닿지 않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시와 철학을 잘 모르지만 책장이 수월케 넘어갔던 건 글쓴이의 쉬운 설명 덕분이었다. "젊은 시절 그렇게 난해해 보이기만 하던 시집들이 너무도 잘 읽히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p420)는 글쓴이의 말은 위로가 된다. 아직 젊기에, 앞으로 공부해야 할 시간이 더 많기에. 나중엔 글쓴이처럼 시를, 그리고 철학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색다른 경험이었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의 맛을 볼 수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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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오류 사전
조병일.이종완.남수진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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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서에 밝은 독자라면, 이 책의 목차를 보고 약간 고개를 갸웃거릴 지도 모른다. '이거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하고 필진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지도 모른다."(p6) 이 책의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사실, 나는 인문서에 그닥 밝은 축에는 들지 못하지만, 그러고보니,  이 책의 몇몇 주제는 그간 기웃거려던 책 속에서 혹은 출처가 기억나지 않지만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이야기들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

 

    책의 제목은 [세계사 오류 사전]이다. 항목이 많지는 않지만, 명색이 사전이니 인명이나 사건의 중심 키워드를 한글자음 순서에 따라(ㄱ에서ㅎ까지) 사전형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 책에는 흔히들 사실이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되었거나 왜곡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그러니까 사실이 아님에도 일반인들이 사실이라고 믿게 된 경위를 추적해보거나 문학작품이나 소문과 추측에 의해 와전되어 후세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들의 실제 양상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항목에 대해 서너쪽의 분량으로 가볍게 다루고 있어 깊이 있는 역사서는 아니다. 하지만 역사의 토막상식을 얻기에 좋은 책이다. 가볍게 읽기 좋지만, 대충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건, 인물의 또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사실 나는 <나의 투쟁>이라는 책이 히틀러가 수감생활 중에 어렵사리 써낸 책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처럼 <나의 투쟁>은 히틀러가 짧은 징역 기간 동안에 서술했다고 볼 수 없으며, 또한 그의 단독 작품으로도 평가할 수 없다."(p57) 는 이야기는 새로웠다. 또한 성인군자로 흠잡을데 없는 인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던 간디에 대해서는 이 책 덕분에(?) 다소 실망하게 되었다.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종교적 화해를 추구했던 그였지만 자신의 아들이 이슬람 여성과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는 한사코 반대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영국의 현대의학을 너무나도 싫어한 나머지 아내가 페렴에 걸렸을 때 페니실린 주사를 놓는 것조차 거부해 그의 아내는 죽었지만, 자신이 학질에 걸렸을 때는 영국인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음은 물론이고 장염에 걸렸을 때는 수술까지 받았다는 이야기는 일관성없고 포용성 없는 간디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했다. 그 밖에도 많은 역사적 사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새롭기도 하고 흥미로웠다.

 

   사실 예전엔 활자화된 문서라면 당연히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아니다!!" 역사 또한 다수에 의해 합의된 결론일 뿐이고, 다른 증거에 의해 얼마든지,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이다." "아니다."의 논쟁, 누구의 말이 더 그럴 듯하냐의 논쟁을 통해 역사는 사실에 더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 이 책은 글을 씀에 있어 각각의 주제들과 관련한 참고자료를 일일이 밝혀주고 있는데 그 책들 또한 직접 읽어보면 더 좋은 역사공부가 될 것 같다.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역사의 굵은 가지에 잔가지를 치고 있는 책 [세계사 오류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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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한국을 이끈 역사 속 명저 - 옛 책 속을 거닐며 미래를 여행하다
이종호 지음 / 글로연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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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의 역사수업 시간이 짧은데다, 입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 수많은 요약 프린트물의 괄호 채우기와 교과서에 밑줄 긋기로 많은 역사 수업 시간을 보냈다. 물론 다른 방식으로 수업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재미난 일화, 관련 책과 영화 소개에다 가끔은 해당 단원과 관련되는 다큐멘터리를 짧게나마 보여주시기도 하셨고, 역사가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알려주시려고 열정적으로 수업하셨던 분들.. 하지만 그렇게 수업하시는 선생님들을 외면했다. 시험에 나올 것, 하나라도 더 외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그런 수업을 "시간낭비"라고까지 여겼던 것 같다. 지금은 후회한다.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 역시 그런 후회와 반성의 연장선이다. 수업시간에 들어본 적이 있고, 중요한 책이라고 외우기는 했는데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는 자세히 몰랐던, "옛날 책"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초빙과학자로 연구하고 있다."(책 앞날개)는 이종호 박사. 이 분의 책은 이전에도 두어권 읽어본 적이 있다. 건축과 과학을 연구하신 분이, 그간 역사 관련서적을 몇몇 권 써온 점이 특이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 분이 쓴 책을 읽어보면, "과학자의 관점으로 본 역사"랄까.. 하여간 그런 맛이 난다. 논리적이면서도 깔끔한 글쓰기에다 역사도 꾸준히 연구하신 듯..

 

   이 책[과학 한국을 이끈 역사 속 명저] 역시 저자의 그런 장점이 잘 드러나는 책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전쟁 이후 우리 나라가 일구어낸 발전을 불가사의한 일로 여긴다. 하지만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한국인의 교육열, 유교사상으로 무장한 국가관과 도덕성 그리고 근면성"(p7)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글쓴이는 한가지를 더 보탠다. "5천년 역사를 토대로 독창성과 창의력이 뒷받침되는 우리의 과학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p7)고. 그래서 글쓴이는 "한국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옛 책 8권을 선정하여"(p7)이 책을 썼다. 선정된 책은 [왕오천축국전], [칠정산], [산가요록], [표해록], [동의보감], [자산어보], [지봉유설], [대동여지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나라를 포함한 동양의 역사 속 과학과 문화에 대해 바로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뿐더러 잘못된 상식으로 서양의 그것에  비해 열등하고 비과학적이라고 여겨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은 어렸을 때부터 만화로, 책으로 자주 접해봤으면서도 것보다 훨씬 이전에 쓰인 [왕오천축국전]이 어떤 경위로 다시 발견되었으며, 어떤 내용이 실려 있는지는 몰랐었다. 글쓴이는 혜초와 [왕오천축국전]의 의의에 대해 문명연구가 정수일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세계성이란 세계에 대한 앎을 추구하고 세계와 삶을 함께하는 정신을 말하며, 이러한 정신을 지니고 실천하는 사람이 곧 세계인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정신을 지닌 첫 세계인이 바로 신라 고승 혜초라고 말할 수 있다."(p34)는...

 

   또한 글쓴이가 조선의 3대 천재(정약용과 이순지, 최부) 중 하나로 [표해록]의 저자 최부를 들고 있는 점이 다소 의외였다. [표해록]을 그저 여행기로만 생각했는데(사실 [표해록]을 알게 된 것도 얼마되지 않는다...!) 글쓴이는 [표해록]의 기록의 정확성과 꼼꼼함, 최부의 국제적인 감각 등을 들어 그를 천재라고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정약전의 [자산어보]. "조선시대에 유배지로 가장 악명이 높은 흑산도에 유배되었을지언정 결코 운명을 탓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서 자신이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실학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고자"(p290)했다는 글쓴이의 평가가 가슴 한 켠에 진하게 새겨진다. 

 

   서구화, 근대화를 중심에다 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일까. 서양의 것이 "항상, 더" 나은 것인 줄 알았다. 우리는(동양은) 지금도, 예전에도 그들보다 "못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결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외워왔던 옛 책에 대한 지식은 물론 우리 역사에도 폭넓은 식견과 합리적이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멋진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잘못된 글자

284쪽 : 정양전 ->약?

232쪽 : 아버지 허론許倫 ?

371쪽 : 진을 건설한 왕망 ->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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