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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오류 사전
조병일.이종완.남수진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2월
평점 :
"인문서에 밝은 독자라면, 이 책의 목차를 보고 약간 고개를 갸웃거릴 지도 모른다. '이거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하고 필진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지도 모른다."(p6) 이 책의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사실, 나는 인문서에 그닥 밝은 축에는 들지 못하지만, 그러고보니, 이 책의 몇몇 주제는 그간 기웃거려던 책 속에서 혹은 출처가 기억나지 않지만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이야기들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
책의 제목은 [세계사 오류 사전]이다. 항목이 많지는 않지만, 명색이 사전이니 인명이나 사건의 중심 키워드를 한글자음 순서에 따라(ㄱ에서ㅎ까지) 사전형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 책에는 흔히들 사실이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되었거나 왜곡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그러니까 사실이 아님에도 일반인들이 사실이라고 믿게 된 경위를 추적해보거나 문학작품이나 소문과 추측에 의해 와전되어 후세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들의 실제 양상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항목에 대해 서너쪽의 분량으로 가볍게 다루고 있어 깊이 있는 역사서는 아니다. 하지만 역사의 토막상식을 얻기에 좋은 책이다. 가볍게 읽기 좋지만, 대충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건, 인물의 또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사실 나는 <나의 투쟁>이라는 책이 히틀러가 수감생활 중에 어렵사리 써낸 책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처럼 <나의 투쟁>은 히틀러가 짧은 징역 기간 동안에 서술했다고 볼 수 없으며, 또한 그의 단독 작품으로도 평가할 수 없다."(p57) 는 이야기는 새로웠다. 또한 성인군자로 흠잡을데 없는 인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던 간디에 대해서는 이 책 덕분에(?) 다소 실망하게 되었다.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종교적 화해를 추구했던 그였지만 자신의 아들이 이슬람 여성과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는 한사코 반대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영국의 현대의학을 너무나도 싫어한 나머지 아내가 페렴에 걸렸을 때 페니실린 주사를 놓는 것조차 거부해 그의 아내는 죽었지만, 자신이 학질에 걸렸을 때는 영국인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음은 물론이고 장염에 걸렸을 때는 수술까지 받았다는 이야기는 일관성없고 포용성 없는 간디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했다. 그 밖에도 많은 역사적 사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새롭기도 하고 흥미로웠다.
사실 예전엔 활자화된 문서라면 당연히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아니다!!" 역사 또한 다수에 의해 합의된 결론일 뿐이고, 다른 증거에 의해 얼마든지,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이다." "아니다."의 논쟁, 누구의 말이 더 그럴 듯하냐의 논쟁을 통해 역사는 사실에 더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 이 책은 글을 씀에 있어 각각의 주제들과 관련한 참고자료를 일일이 밝혀주고 있는데 그 책들 또한 직접 읽어보면 더 좋은 역사공부가 될 것 같다.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역사의 굵은 가지에 잔가지를 치고 있는 책 [세계사 오류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