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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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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법"이나 "글쓰기 방법" 등의 제목을 달고 있는 책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읽어야 할 이유를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는 말이 더 적합할 것도 같다.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일군의 책에 관심이 가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어느 유명인의 독서법이나 글쓰기 방법이 유용하다고 해서, 그 방법이 반드시 나에게도 유용하리란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읽기나 쓰기에 관한 "배움의 욕구"가 없는 것이 나의 책읽기가 제자리 걸음하고 있는 이유인지는 모르겠다만...

 

    이 책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도, 그러므로 별 기대없이 펼쳐든 책이다. 다만 "다독술"이란 것이 궁금해서 펼쳐본 책이다. 글쓴이는 1944년생의 일본인으로 "인터넷 상에 하루 한 권씩 독서감상문을 올리는 장대한 북 내비게이션 [센야센사쓰]를 진행하고 있으며 '21세기형 알렉산드리아 프로젝트'로 불리는 웹 도서관 '도서가'를 구축하고 있다."(책앞날개)는 대단한 독서가 "마쓰오카 세이고"이다.

   글은 대담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와 독자의 상호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저자의 독서술을 반영, 편집자가 저자를 직접 인터뷰하여 내용을 정리했다. 본문의 질문자는 치쿠마쇼보의 책임편집자이며, 특별대담의 질문자는 이 책의 옮긴이다."(일러두기)

 

   글쓴이는. 책읽기가 생활이고 직업인 사람이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많은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건지.. 책을 읽으면서 그저 놀라움과 감탄의 연속일 따름이었다. 괴물이다! 글쓴이는 책의 선택에서부터 책읽기의 구체적방법, 책장정리 방법 등을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건 이 사람의 방법을 무조건 따라해야겠다는 결심은 절대 아니었다. 따라하겠다고 해서 실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의 독서법과 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글쓴이는, "독서를 '대단한 행위'라든가 '숭고한 작업'이라는 식으로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보다는 매일 일상생활에서 하는 다른 행동들처럼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아요."(p21)라고 말한다. 사실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는 독서가 더 지적이고 우월한 행동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내게, 독서의 일상화라는 그의 말이 무척 새롭게 느껴졌다. 또한 '책은 두번 읽지 않으면 독서가 아니다'(p27)는 그의 말은 한번쯤 다시금 생각해볼 말이다. 성실함. 그간 지적인 욕구에 목이 말라 그저 읽기에만 급급했던 내게 제대로 된 독서의 의미를 생각케 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이 독서가의 글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책과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책읽기"가 직업이 되지 못하는 내겐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하는 글쓴이를 통해 그간의 나의 책읽기와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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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유럽사 2 -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근대 시민사회부터 유럽 통합까지
김시혁 지음 / 다산에듀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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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책을 읽었다. [통유럽사]1권과 2권. 얄팍한 독서이력이나마 그 중에서도 역사분야에 관심이 많아 역사책을 자주 읽는다. 그런데 "역사책"이라고는 하지만 주로 우리 나라의 역사, 그 중에서도 조선시대를 다룬 역사책에 편중된 독서였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좋아서 읽었던 책들이지만, 선택의 범위가 한정적이랄까. 게으름 탓에 열심히 찾아보지 않아서겠지만, (그리고 당연한 사실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의 역사를 다룬 역사책이 아주 많고, 그 중에서도 조선사를 다룬 책이 많기에 그랬던 것 같다. 서양의 역사를 다룬 책은 담고 있는 내용이 너무 지엽적이거나 너무 광범위해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 책들이 많았다는 건 핑계이려나. 서양역사의 틀을 잡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지만, 개론서의 방대함과 딱딱함에 식겁을(?) 했던 기억이 있는 터라 어떤 책을 읽어야 내게 도움이 될 지, 책을 고르는 안목이 없기도 했다.
 

    [통유럽사]는 두 권으로 된 책이다. 1권은 316쪽, 2권은 301쪽.  분량면에서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을 다행으로 여기고 읽기 시작한 책. 더군다나 (흑백이라는 점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관련 사진, 그림자료, 지도가 큼직하게 들어가 있어 "읽기"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덜어주고 있다. 1권에서는 "그리스시대부터 근대까지", 2권에서는 "근대시민사회부터 유럽통합까지"를 다루고 있다.

    글쓴이는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을 "청소년층"으로 잡고 글을 쓴 모양이다. "~했단다", "~했던 거지." 등의 어투를 보자면.. 서양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의 길고긴 시간의 역사를, 이야기를 들려주듯 설명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이야기를 주거니받거니 하는 식으로 글을 풀어나가고 있어, "뭔 소리 하는 거야?" 싶을만치 어렵거나 막히는 부분이 없이 읽어나갈 수 있는 점이 장점.

 

    간략하고 깔끔한 정황 설명도 서양사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 간략하고 명확함에 종종 고개를 갸우뚱했던 부분이 있기도 했다. 주 독자층을 청소년으로 잡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있기 때문인지, 일반적인 통설을 비판없이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부분이 눈에 종종 띄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부분. "심지어 로마 시가지가 불타고 있을 때도 치솟는 불길을 보며 노래를 불렀다는구나".(1권 105쪽) 폭군이라 불리는 로마의 황제 네로에 관한 설명인데, 그가 예술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글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학자들이 사실이 아니었던 걸로 이야기하는 경우를 더 많이 읽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대헌장에 서명해야했던 영국왕 존에 대해서 글쓴이는 그가 많은 전쟁을 통해 영토를 상실했다는 의미의 실지왕(失地王)으로만 설명하고 있는데,  "John I Lackland"에 대해서는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상속받을 땅이 없다는 "무지왕無地王"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니 오히려 그 쪽이 더 맞는 설명이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 없이 지나가는 건 다소 아쉬운 점이었다. 너무 지엽적인 문제를 걸고 넘어지고 있는 걸까나... 간략한 설명의 장점과 역사를 보는 또다른 관점의 배제라는 단점이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러나 간략함의 간격을 "통박사의 역사 읽기"라는 작은 코너가 채워주고 있는 듯하다. "통박사의 역사 읽기"에서는 알아두면 괜찮을 법한 역사적인 인물에 관한 에피소드, 본문에서는 다루지 못한 역사적 사건에 관한 간략한 설명이 실려있다. 본문이 정치사 위주라면 이 부분은 문화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서로를 보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사를 읽다보면 서양사나 동양사나 혹은 국사나 2차세계대전의 종결과 함께 글을 마무리짓곤 하는 책을 많이 봐 왔는데, 이 책은 유럽의 최근(1990년대는 물론 2000년대까지)의 역사적인 사건에 관해서도 비교적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는 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역사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아는 바가 적은 내겐, 서양역사의 틀을 잡는데 꽤나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큰 부담없이 이야기책을 읽듯 서양의 정치사를 개괄할 수 있는 책. [통유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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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종말시계>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석유 종말시계 - '포브스' 수석기자가 전격 공개하는 21세기 충격 리포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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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전이던가, 인터넷 상에서 "이영애의 하루"라는 글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tv만 틀었다 하면 나오는 그녀의 cf를 풍자한, 아침에 일어나면 oo제품으로 세수를 하고, xx제품으로 무엇을 하고 식의, 그녀의 하루는 그녀가 광고하는 제품들을 소비하며 보내는 하루라는 요지로 정리되는 그런 글이었다. 이 책 [석유 종말 시계]의 첫 부분을 읽다가, 갑자기 "이영애의 하루"가 생각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도입부에는(19쪽) "2009년 미국 교외에 사는 빌의 일상"이 소개되어 있다.  평범한 미국인인 그는 하루를 "석유"를 소비하며 산다. "이영애의 하루"는 그녀의 cf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하루"이지만, 빌의 하루는 석유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하루"라는 것이 차이점이랄까. 이영애에게는 하루가 cf이고 빌에게는 하루가 석유다....! 미국인 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 하다. 둘러보니 내 생활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자연에 토대를 둔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곤 세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그러므로 석유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으랴!

 

  [석유 종말시계]의 글쓴이는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포브스 매거진]의 수석 보도기자이고,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일리노이즈 대학에서 토목을 공부한 톡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단다. "이 책의 각 장은 미국의 휘발유 가격에 따라 6달러 장, 8달러 장, 10달러 장 이런식으로 구분했다. 각 장은 각 가격대가 몰고 올 변화와 그 여파와 혁신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p23) 글쓴이는 석유와 관련한 사람들의 생활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유가가 낮았기 때문에 활황을 이룰 수 있었던 사업들, 유가가 낮았기 때문에 한 집에도 서너대의 차를 보유할 수 있었던 과거의 이야기로부터, 앞으로 유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를 때 우리가 맞게 될 변화들... 항공업과 자동차시장과 월마트는 망하게 될 것이고, 휘발유 자동차 대신 전기 자동차가 달리고, 비행기를 타는 일은 일생일대의 행사가 될 것이며, 석유화학제품인 플라스틱의 소비 또한 줄어들 것이다. "~ CIBC월드 마켓의 수석 경제학자이자 전략가인 제프 루비은 말한다. "세계화는 역행할 수 있습니다." "(p227)

 

    글쓴이가 말하는 고유가 시대의 미국의 모습은(아니, 거의 전세계 사람들의 모습은) 아직은 낯설어서 한편의 공상과학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석유가 비싸지고, 따라서 석유를 지금처럼 "마음껏" 사용할 수 없게 될 때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만큼 현재 우리의 생활은 석유와 뗄레야 뗄 수 없다. 석유의 종말을 그린 글쓴이를 통해 본 미래 사회는, 내겐 오히려 긍정적인 모습이 훨씬 많아보이기도 했다. 석유없는 세상의 사람, 산업, 무역, 세계에 관해 말해주고 있는 책. [석유 종말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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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죽기로 결심하다
함규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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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 죽기로 결심하다.  

작년이었던가, tv에서 [대왕 세종]과 [이산]을 방영할 때 즈음 조선조 임금에 대한 책이 유행처럼 출간되었던 기억이 난다. 어설프나마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는 터라 나 역시, 그 책들 중 몇몇 권을 읽어보았었다. 특히 세종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글쓴이마다 세종의 "다른 면모"를 이야기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기도 했고, 대표적인 인물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이왕이면, 다양한 류의 다양한 글을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 즈음에 "고종"에 대한 책도 한 권 읽었다. 고종에 대해서는, 결국(!) 나라를 잃어버린 임금이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무능하고 나약했던 군주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지난번의 그 책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고종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입장에서, 마치 고종을 변호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라는 인상을 줄 정도였다. 이 책 [고종, 죽기로 결심하다]는 지난번 책과는 어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펼쳐든 책이다.

 

    이 책은 고종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책이다. 고종의 삶은 조선 말기로부터 일제강점이라는 혼란한 시기와 함께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고종을 다룬 책이기도 하지만, 우리 근현대 도입부의 역사를 다룬 책이기도 하다. 앞서의 책과 달리, 이 책은 고종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으로 일관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이었을 때 고종의 입장은, 고종의 생각은 이렇지 않았을까 하고 글쓴이가 재구성한 상황 설명이나 고종의 생각을 그리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 또한 국사공부를 할 때 가장 외울 것(?) 많고, 복잡한 국제관계와 사건의 흐름,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근현대 역사를 이야기로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 이 책에서는 고종과 대원군의 대립구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부분이라 역사공부의 또다른 소득이기도 했다.

 

    이 책은 고종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다만 그가 처한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종에 대해 마냥 우호적인 앞서의 책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종에 대해 훨씬 더 연민의 정이 갔던 건 오히려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고종의 죽음. 정상적이지 않았던 그 죽음에 대해서도 글쓴이는 여러가지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책 제목이 이야기하고 있듯, 그 죽음은 일방적인 타살이 아니라 타살의 의도를 눈치챘지만,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던 타살과 자살의 결합형태였다는 것이다. 불행했던 역사. 그리고 외로웠던 사나이. 고종의 삶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글쓴이의 해박한 역사지식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관점이 마음에 들었던 책. [고종, 죽기로 결심하다]

 

 

 

    *[덧붙임]  내용 외적인 불만을 하나 이야기해본다.  책의 세로 길이가 좀 작은데, 그에 맞게 편집을 한 게 아니라, "여백"을 잘라내고 글이 가득 들어차 있어서 보기에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 책은 부고 혹은 영정처럼 책장을 검은 모서리로 처리하고 있어 그 답답함이 더했다. 책을 만든 이들이 의도한 것이라면 모르겠으되, 읽기에는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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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절에서 역사적으로 쉬고 오다 - 그 누가 가도 좋을 감동의 사찰 27곳 순례기
이호일 글.사진 / 가람기획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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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숲을 지나던 서늘한 바람. 풍경소리. 지금까지도 내가 "절 냄새"라고 부르는 향내음. 늦가을 새벽의 부석사. 노을 질 무렵 들었던 수덕사의 법고 치는 소리....지금은 기억조차 다 나지 않는 그 사찰들. 그 시간을 함께 했던 당신들은 지금 어떻게들 지내고 있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그 때 참 철이 없었다. 지금도 철없다는 소리를 듣는 내가 생각해도 철이 없었던 때. 내겐 남겨진 사진조차 몇 장 없다. 그 시간들이 추억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절에서 역사적으로 쉬고 오다]. 책을 읽으며 그 시간들을 함께 보냈던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났다. 별 의미없는, 내겐 중요하지 않은 시간들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에 대한 후회도 함께. 이제는 기억이 뒤섞어서 이곳과 저곳을 섞어서 기억하고 있는 그 절들 생각도 많이 났다. 이 책에 소개된 27개의 절 중에서는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 내게는 낯선 절도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잘 알려진 절들이고, 예전에 가 본 적이 있는 절이 많았다.

 

   이 책의 사진을 찍고 글을 쓴 이는 이호일. "현재 사단법인 전통문화연구회 이사로 있다"(책 앞날개)고 하시는.. 그간 한국 역사와 관련된 기행문류의 글을 많이 써오신 분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건, 제목 때문이다. "쉬고 온다"는 말이 무척 여유롭게 느껴지는데다가 역사에 대한 어설픈 나의 관심까지도 자극하는 제목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글쓴이의 기행문이다. 아울러 들른 절에 대한 연기설화, 절과 관련한 인물들의 전설적인 이야기들, 절의 역사적 내력을 담고 있으며, "찾아가는 길"까지 간략하게나마 알려주고 있는 답사가이드 같은 책이기도 하다. 책을 넘기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실린 사진이 컬러판이 아니라는 것. 흑백사진만으로는 내 기억을 좀 더 선명히 꺼낼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종교란에 자신있게 써넣을 종교가 없지만, 절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참 좋다. 우리 나라의 명찰들이 대부분 산에 터를 잡고 있어,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절길 따라 걷는 그 여유로움을 싫어할 사람은 많이 없을 터. 도솔산 선운사 가는 길이나,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숲길은 다시 한번 꼭 걸어보고 싶다. 월정사 들어가는 길엔, 왜 소나무가 아니라 전나무가 그렇게 숲을 이루었나를 글쓴이가 들려준 설화를 떠올려보며 걸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그간 <조선의 왕릉>이나 <조선의 서원>등 역사적인 문화재와 관련된 글을 많이 써 온 글쓴이의 글이라 그런지, 이 책에서도 사찰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 뿐만 아니라, 불교와 우리 나라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많이 실려 있어 좋은 공부가 되었다.

 

   "관세음보살은 아미타불의 왼편에서 교화를 돕는 보살로서 대자대비하여 중생이 괴로울 때 그 이름을 부르면 곧 구제해준다고 한다."(p108) 근처에 이름난 절이 몇 군데 있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본 적이 없다. 이번 주말엔, 이 책 옆에다 끼고,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며 절에서 하루쯤 "쉬고 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사진도 몇 장 찍어서 다음에도 기억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도 괜찮겠다. 글쓴이만큼 멋진 글과 사진은 못 되더라도, 나만의 사찰 기행기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절의 역사와 여유와 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 [우리 절에서 역사적으로 쉬고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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