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절에서 역사적으로 쉬고 오다 - 그 누가 가도 좋을 감동의 사찰 27곳 순례기
이호일 글.사진 / 가람기획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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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숲을 지나던 서늘한 바람. 풍경소리. 지금까지도 내가 "절 냄새"라고 부르는 향내음. 늦가을 새벽의 부석사. 노을 질 무렵 들었던 수덕사의 법고 치는 소리....지금은 기억조차 다 나지 않는 그 사찰들. 그 시간을 함께 했던 당신들은 지금 어떻게들 지내고 있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그 때 참 철이 없었다. 지금도 철없다는 소리를 듣는 내가 생각해도 철이 없었던 때. 내겐 남겨진 사진조차 몇 장 없다. 그 시간들이 추억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절에서 역사적으로 쉬고 오다]. 책을 읽으며 그 시간들을 함께 보냈던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났다. 별 의미없는, 내겐 중요하지 않은 시간들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에 대한 후회도 함께. 이제는 기억이 뒤섞어서 이곳과 저곳을 섞어서 기억하고 있는 그 절들 생각도 많이 났다. 이 책에 소개된 27개의 절 중에서는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 내게는 낯선 절도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잘 알려진 절들이고, 예전에 가 본 적이 있는 절이 많았다.

 

   이 책의 사진을 찍고 글을 쓴 이는 이호일. "현재 사단법인 전통문화연구회 이사로 있다"(책 앞날개)고 하시는.. 그간 한국 역사와 관련된 기행문류의 글을 많이 써오신 분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건, 제목 때문이다. "쉬고 온다"는 말이 무척 여유롭게 느껴지는데다가 역사에 대한 어설픈 나의 관심까지도 자극하는 제목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글쓴이의 기행문이다. 아울러 들른 절에 대한 연기설화, 절과 관련한 인물들의 전설적인 이야기들, 절의 역사적 내력을 담고 있으며, "찾아가는 길"까지 간략하게나마 알려주고 있는 답사가이드 같은 책이기도 하다. 책을 넘기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실린 사진이 컬러판이 아니라는 것. 흑백사진만으로는 내 기억을 좀 더 선명히 꺼낼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종교란에 자신있게 써넣을 종교가 없지만, 절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참 좋다. 우리 나라의 명찰들이 대부분 산에 터를 잡고 있어,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절길 따라 걷는 그 여유로움을 싫어할 사람은 많이 없을 터. 도솔산 선운사 가는 길이나,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숲길은 다시 한번 꼭 걸어보고 싶다. 월정사 들어가는 길엔, 왜 소나무가 아니라 전나무가 그렇게 숲을 이루었나를 글쓴이가 들려준 설화를 떠올려보며 걸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그간 <조선의 왕릉>이나 <조선의 서원>등 역사적인 문화재와 관련된 글을 많이 써 온 글쓴이의 글이라 그런지, 이 책에서도 사찰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 뿐만 아니라, 불교와 우리 나라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많이 실려 있어 좋은 공부가 되었다.

 

   "관세음보살은 아미타불의 왼편에서 교화를 돕는 보살로서 대자대비하여 중생이 괴로울 때 그 이름을 부르면 곧 구제해준다고 한다."(p108) 근처에 이름난 절이 몇 군데 있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본 적이 없다. 이번 주말엔, 이 책 옆에다 끼고,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며 절에서 하루쯤 "쉬고 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사진도 몇 장 찍어서 다음에도 기억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도 괜찮겠다. 글쓴이만큼 멋진 글과 사진은 못 되더라도, 나만의 사찰 기행기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절의 역사와 여유와 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 [우리 절에서 역사적으로 쉬고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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