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오류 - 되짚어볼 세계사의 의혹 혹은 거짓말 50
베른트 잉그마르 구트베를레트 지음, 이지영 옮김 / 열음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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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소위 정사라고 일컬어지는 역사의 큰 나무도 좋아하지만, 곁가지로 빠져드는 자잘한 곁가지 같은 역사이야기도 좋아하는 편이다. 이런 류의 책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틈새 메꾸기 역사책"이라면 적절할지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지식이 워낙 엉성한 것이다 보니 틈이 많다. 그 틈을 요리조리 잘 메꿔주는 책이 바로 이런 책이어서 읽을 때마다 감사하다. 개설서나 이론서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재미"라는 요소가 추가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역사의 오류라.... 목차를 훑어보니 고대의 "노아의 홍수"에서부터  최근의 일이라 할만한 "유고슬라비아 내전"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소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세계사"라는 작은 주제에 비한다면, 아시아의 역사는 거의 배제되어있다. 아쉽다. 저자가 독일인이라 그런가? 아시아, 동양의 역사에도 재미있는 소재 많은데 이왕 세계사라 이름 붙인 책이라면, 좀더 조사하고 연구해서 같이 실려있었으면 더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은 예전에 어딘가에서 주워들어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도 더러 있었지만, 내가 잘 모르던 이야기들도 많았다. 그 중 몇 가지를 얘기해보자면 이렇다.

   마라톤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 마라톤의 기원은 비교적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이야기에 대해 부정하는 입장이다. "그런 그(=헤로도토스를 말한다. 서평자 인용)가 승리의 소식을 아테네에 전하기 위해 목숨을 버릴 마늠 용감했던 병사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의심스러운 일이다."(p26)라는 문장이나 "당시 그리스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호로 소식을 전하는 통신체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p26)에 굳이 목숨 걸고 아테네로 달려올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이야기와는 너무나 반대의 이야기라 어느 편이 옳은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 하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관한 이야기. 내가 유럽인이 아니기 때문인지 "신대륙 발견"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약간 불쾌하다. 뭔 발견씩이나 했다고 그렇게 떠벌리는지.. 이미 그 대륙엔 짐승도 아니고 문명을 이룬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 면에서 글쓴이가 말하는 발견의 개념이 마음에 들었다. "우선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라는 개념 자체가 철저히 서구 중심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대단히 주제넘은 개념이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p132)라고 언급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리고 그가 인용한 노벨상 수상자인 알베르트 쇤트 죄르지의 "발견이란 이미 다른 사람들이 보았던 것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다."라는 정도의 의미로 "발견"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콜롬버스의 아메리카 "발견"이라고 말해도 용인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려졌던 사실을 알게 되서 기분 좋아지는 역사도 있지만, 그 반대인 역사도 있다. 예를 들자면 링컨의 노예해방과 관련된 이야기 말이다. 어린 시절 링컨의 위인전기를 읽으며 링컨이 얼마나 위대해보였던가? 하지만 "이 전쟁에서 내가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은 연방회복이지, 노예해방이나 노예제도 폐지가 아니다."(p223)라는 그의 말은 내겐 약간의 실망을 안겨준다.


   이 책은 서양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더 적합한 책일 것 같다. "되짚어볼 세계사의 의혹 혹은 거짓말 50"이라는 부제처럼, 유명하지만 왜곡되어 기록된 이야기나 사실 여부를 두고 학자들 사이의 이견이 존재하는 사건들에 관한 것이라 재미는 있으나, 서양사의 큰 틀에 대한 이해없이는 읽는 재미가 감하는 책이기도 하다. 서양중세의 보편 논쟁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 이야기를 알 터이고 그 둘 사이에서 오고갔다는 연서의 진위여부에 관심이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사람에게는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글쓴이는 특정사건을 바라보는 상반되는 관점에 대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되는 쪽에 전적으로 편을 들어주고 있는데, 그건 글쓴이의 독단적인 의견 피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종종 글쓴이가 반박하고 있는 주장이 오히려 더 그럴 듯해 보이는 면이 있기도 했기 때문에.

   하지만 내가 잘 몰랐던 역사이야기와 이견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사건에 대해 알게 된 점, 역사가 딱딱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케 해준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의구심이 남는 몇몇 이야기에 관해서는 글쓴이의 의견에 반박할 만한 역사적 지식과 안목을 키워 다음에는 반박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려면 많은 역사책을 읽고 생각해보아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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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부패사건에 휘말리다 - 조말생 뇌물사건의 재구성
서정민 지음 / 살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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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종처럼 성군으로 알려진 임금의 이름 옆에 쓰여진 "부패"라는 단어가 의아했다. 세종이 우리가 몰랐던 무슨 "부패"사건을 일으키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럴 리는 없을테고. 그럼 혹 신하의 부정부패사건을 눈감아 준 것일까?  "조말생 뇌물사건의 재구성"이라는 부제를 보면 전자보다는 후자의 측면이 강할 것 같다고 짐작은 되지만..  제목에 호기심이 동했다. 세종에 대한 책을 근래 들어 몇 권 읽으면서도, 내가 잘 몰랐던 세종의 위대한 모습, 인간적인 모습만을 확인했었지, 세종의 부정적인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는데, 이 책에선 세종의 어떤 모습을 이야기하려고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일까?

   성급한 마음에 책을 펼쳐보니 글쓴이가 현직 검사다. 세종에 관한 이야기니 역사가가 쓴 책이겠거니 했는데 현직 검사가 쓴 책이라..? 조금 더 호기심이 동한다. 법조인이 보는 세종의 모습은 어떨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부제에서 짐작되는 바와 같이 조말생이라는 신하의 뇌물 수수 사건이다.
"조말생이 김도련의 부탁에 따라 김도련의 노비소송을 담당하는 형조刑曺와 노비변정도감奴婢辨定都監의 담당관리에게 유리하게 판결하여 줄 것을 청탁하고 이 대가로 김도련으로부터 노비를 증여받았는데, 증여받은 노비가 24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p25)  한마디로 조말생의 뇌물 수수 사건은 권력형 비리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도덕성은 공직자의 자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긴 한다만, 조선의 법은 현재의 법보다 조금 더 엄격했던 모양이다. "<대명률>에 따르면 뇌물을 받은 관리는 받은 뇌물의 수량에 따라 처벌받게 되는데 조말생이 받은 뇌물의 수량은 사형에 해당하는 규모였다."(p40) 아직까지 뇌물 좀 받았다고 해서 사형에 처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조말생의 죄가 사형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사형에 처하자는 대간의 압박과,  조말생이 부왕인 태종으로부터 신임받던 신하로써 공이 있으니 유형으로 그치자는 세종의 중도론이 대립했다. 결국 세종의 승리? 조말생의 유배로 사건은 종결되는 듯 했다. 하지만 얼마 후 세종은 그를 사면하고 결국엔 복직을 시키기까지 한다. 이에 반발한 대간의 반발 상소가 이어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강력한 왕권만이 존재했을 것 같은 왕조시대에 신하된 자들이 감히 겁도 없이(?) 왕의 말에 반발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일방통행이 아니라, 왕과 신하가 어떤 사안에 대해 주거니받거니 논쟁하는 모습은 왕권과 신권이 균형과 조화를 이룬 조선 왕조의 시대상의 단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의문점이 하나 생기기도 했다. 왜 세종은 조말생에 대해 그토록 관대한 처분을 고집하였던 것일까?  책의 중반부분까지는 조말생이 왕실과 인척관계였다는 점, 태종의 총애를 받았다는 점, 그리고 국사에 공이 있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뭔가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간의 공격을 받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형에 처할만큼 중죄를 지은 신하를 보호할 이유로는 부족하지 않은가..?  그렇다. 책을 좀더 읽어나가다 보면 글쓴이는 그 이유를 함길도의 국방 방어를 위한 적임자가 바로 조말생이었음을 추가로 설명하고 있어, 그 의문점이 해결됐다. 세종은 조말생을 함길감사로 임명한데 대해 대간이 반발하자 "내가 그대들의 말을 진실로 아름답게 여긴다. 허나 말생을 보낸 뒤에야 함길도의 백성을 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윤허하지 아니하는 것이다."(p137)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조말생을 등용하여 활용한 것은 단지 시대적으로 요긴한 서북면 정벌의 군사 활동과 대명 외교 차원 때문이었지 절대로 조말생이 행한 부정부패를 부정하여 개인을 신원하여 주기 위한 차원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p198) 그랬다. 이 책을 통해 세종의 부정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절반의 걱정과 절반의 호기심은 이렇게 해결됐다. 다행이다. 내가 머리 속으로 그리고 있는 성군 세종의 이미지에 흠집이 나지 않아서..

   현직검사가 쓴 글이라 그런지 조말생 사건을 현재의 시점과 비교 분석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과거의 사법제도와 현재의 사법제도에 대해서도 여러 장에 걸쳐 비교설명해 주고 있다. 알수록 더욱 호감을 갖게 되는 세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오자? P49의 3줄 : 체통를 -> 체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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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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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덕한 나라, 미국사의 진실을 말한다.]

    얄팍한 독서이력이라 어떤 책을 많이 읽었네 말하기에 스스로도 부끄러울 따름이지만, 그 얄팍한 독서목록 중에서 다른 분야의 책보다 그나마 역사서를 많이 읽어온 편이다. 우리 나라, 동서양에 관한 역사책이라면, 고대사가 됐든 비교적 최근의 일을 다룬 역사서가 됐든 챙겨읽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읽은 게 별로 없다보니, 감히 책에 대해서 "이 책은 어떤 관점에서 쓰였다"거나 "이런 면은 저자의 관점이 이상하다"는 둥의 평가를 내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핑계 같지만 그런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든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저자는 어디 가 버렸는지 없고, 책에 쓰인 말투는 주관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 같아 보이는 책들이 거의 전부였다. 예전에 강준만 교수의 [한국현대사 산책]이란 시리즈의 책을 읽으면서는 또 얼마나 놀랐던가? 이전까지 나는 역사서에서 저자의 관점이 드러나는 글을 접해보지 못했을 뿐더러, 접했다하더라도 어떤 것이 저자에 의해 선택된 역사인지를, 어떤 것이 저자의 관점인지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비주류의 역사 혹은 저항의 역사, 피지배층의 역사, 하워드 진 교수의 역사를 보는 관점이 밖으로 표현된 역사"라면 이 책에 대한 정리가 될 지 모르겠다. 이 책의 원제는 [Peopleps History of the United Staes ; 미국민중사]라고 한다.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도 나름 어울리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제목은 원제 그대로 [미국민중사] 편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하워드 진 교수의 역사를 보는 관점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보자면, "부도덕한 나라, 미국"이 아닌가 싶다. "콜럼버스는 황금이 매장되어 있는 곳을 알려줄 인디언을 납치하는 것으로 처음 그들과 관계를 맺었다."(p20) "이것이 바로 유럽인의 아메리카 대륙 생활의 첫출발이었다. 정복과 노예와 죽음의 역사였던 것이다."(p23) 이 부분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에 대해서. 며칠 전에 읽은 또다른 책(유럽인이 쓴 책이었다.)에서 "발견"이라는 단어 때문에 배알이 틀렸었다. 원주민들은 이미 알고 있던 생물에 대해 유럽인들이 그제서야 알게 된것을 엄청난 "발견"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별로 유쾌하지 않았었다.

     그런 의미에서 하워드 진, 이 사람(1922년생, 내게는 증조할아버지뻘이라 "이 사람"이란 표현이 상당히 거만하게 느껴진다만.) 글쓰는 스타일 한번 마음에 든다. 콜럼버스와 그 이후 아메리카로 온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발견"하고나서 얼마나 몹쓸 짓을 했는지를, 왜 콜럼버스가 영웅시되어서는 안 되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이후에 전개되는 미국사에서 가려져왔던(내가 보아왔던 역사서에서만 가려졌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디언, 흑인노예와 백인 하인 그리고 여성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사를 주도했던 백인들이 그들의 명백한 사명("해마다 수백만씩 인구가 증가하는 우리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이 대륙을 우리가 모두 차지하는 것은 명백한 사명이다." -John O`Sullivan p105)을 위해 그 땅의 원래 주인이었고 오랜 시간동안 그 곳에서 평화롭게 살아왔던 인디언들을 얼마나 잔인하게 학대했는지.  그리고 짐짝마냥 배에 선적된 채 붙들려 온 흑인노예들에게 얼마나 가혹했는지. 여성들에게는 또 얼마나 가혹한 차별을 가했는지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1,2차 세계대전은 물론이고, 베트남전쟁, 그리고 90년대의 걸프전, 911이후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이라크전에 이르기까지의 그들의 기만적이고 착취적이고, 부도덕한 전쟁의 모습과 그에 가려지고 무시당해온 많은 사람들의 양심의 소리까지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내가 잘 몰랐던 미국의 역사를 확인하게 됐다. 이 책을 옮긴이는 하워드 진 교수에 대해 "그의 정신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저는 감히 '젊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나 역시 동의한다. 1922년생, 아흔에 가까운 그의 젊고 냉철한 비판 정신을 통해 미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하게 되었기에.. 이런 역사책들 앞으로도 많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자? 책13쪽 8줄 : 영답다 -> 영웅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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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달인 - 적의 마음도 사로잡은 25인의 설득 기술!
한창욱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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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마다 책 읽는 방식이 다를 것이다. 좋아하는 분야도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읽어온 책도 다를테고. 이 책을 읽다보니 나는 책을 통해 재미를 얻으려는 것보다 뭔가를 알게 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뭐 새삼스러운 깨달음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이 책에 대한 호감도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설득의 달인"이라.. 이 책은 소위 말하는 자기계발서로 분류될 수 있겠구나.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야다. "이렇게 하면 잘 될꺼다. 그러니깐 이렇게 해라."는 식의 가르치려드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이 책 역시 내게 뭔가를 가르치려 들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 내겐 꽤 괜찮은 책이었다. 왜 괜찮은 책이었다고 분류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저 단순히 "이렇게 해라. 그러면 설득의 달인이 될 것이다."의 막무가내 "설 득"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역사 속 인물의 설득의 기술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몇 개월 전에 읽은(아니, 두껍다는 핑계로 아직도 읽고 있는) 로버트 그린의 [전쟁의 기술]을 처음 대했을 때 놀라웠다. "이래라, 저래라"식의 훈계를 좋아하지 않는터라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책들은 아예 독서목록에서 배제하곤 했는데, 역사 속의 유명인사들, 유명한 전쟁 이야기를 소개하고 그 속에서 상대를 이기는 방법을 찾아서 설명하고 있어 "앎의 욕구"를 채워주는 자기계발서라는 새로운 분야를 처음으르 만났기 때문에. 이 책 [설득의 달인] 역시 나는 1석 2조의 자기계발서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명의 흑인 복서였던 캐시어스 클레이는 "경기를 앞두고는 몇 라운드에서 상대를 KO시키겠노라고 예고하여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몇 차례 들어맞기도 해서 유명세는 더해졌다."(p25) 그렇게 허풍(?)을 떨어댐으로써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킴은 물론이고,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시켰던 것이다. 이후 그는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한다. 무하마드 알리의 이야기를 통해 글쓴이는 말한다. "설득의 달인이 되기 위해선 알리처럼 스스로를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p30)라고. 알리의 이야기 없이 글쓴이가 저런 말부터 던졌다면 나는 그의 말에 "설득"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글쓴이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은 왜 명연설로 분류되는가? 글쓴이는 "대중은 일관성을 지닌 사람에게 쉽게 설득당한다. 훌륭한 연설을 하려면 행동과 말이 일치해야 한다."(p238)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 워낙 명연설로 알려져 있어 나 역시 영어 원문으로 듣기 연습을 해서 귀에 익숙하던 연설이다. 하지만 왜 명연설인가에 대해서까진 생각해보지 못했다. 글쓴이의 지적이 맞는 것 같다. 흑백차별 철폐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했던 그의 삶, 그리고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후광효과, 그의 극적인 죽음이 어우러져, 연설 당시에도 물론 명연설이었지만, 지금 들어도 백번 공감이 되는 연설인 것 같다.

  무하마드 알리와 킹 목사에 관한 이야기 외에도 마더 테레사, 넬슨 만델라, 여불위, 비틀스, 곽가, 서희, 링컨 등 글쓴이는 다양한 인물의 설득력을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다. 잘 몰랐던 유명인사의 면모를 알게 되었음은 물론이고, 설득의 지침서 같은 역할을 해 줄 괜찮은 책이었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사도라 던컨이 저명인사들과 끊임없이 "염분을 뿌리고 다녔다."(p73)거나, "이순신이 옥에 갇히기 전해인 1956년에"(p179)라는 등 책에 보이는 몇몇 오자가 글쓴이의 실수는 아니겠지만, 그가 말하는 "설득"의 신뢰성을 조금 떨어뜨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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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
구드룬 슈리 지음, 김미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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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초당에서  뭔가를 "뒤흔든(?)"  이야기들을 시리즈로 엮어내고 있나보다. 얼마전에 읽었던 정여립 모반 사건을 다룬 책 [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을 비롯 내가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조선사의 살인사건과 연애사건 등을 다룬 책을 펴내고 있는 걸 보면.  이번엔 조선이 아니라 "세계사"다. 세계사라는 낱말이 아우르는 공간은 물론이고 시간의 범위가 무척 크다. 그 큰 범위를 "뒤흔든" 사건들이라면 뭔가 엄청난 일이겠구나 하고 기대를 가지기에 충분한 제목이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흥미와 관심만은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을 자극하기엔 딱 좋은 제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내겐(다른 사람에겐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소 심심한 책이었다. 그리고 "세계사"라는 제목에서 내가 잔뜩 기대했던 정치사적인 이야기나 사람에 얽힌 엄청난 비밀 같은 것보다는, "발 견"이라는 제목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 책인 것 같다. 

   분명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모르던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앎의 즐거움"을 느끼기는 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가 내가 모르던 것이기도 했다. 쾰른 성당의 사라졌던 설계도 이야기. 쾰른 성당이 600여년 동안 건설 중이고 현재도 완공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가 그랬고, 5000년만에 발견된 아이스맨 외치에 대한 이야기가 그랬다. 아이스맨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적은 있었지만 어디에서 발견되었었는지, 그 발견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를 통해 무엇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인지 등은 잘 몰랐었다. X선이라 불리우는 뢴트겐 광선이나 페니실린이란 항생제도 그저 그런 게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어떻게 그것들을 발견했고, 우리 생활에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6가지의 주제는 분명 흥미로운 소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16가지 주제를 선정한 기준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 발견들이 "세계사를 뒤흔들"만큼의 엄청난 발견이라는 생각에는 솔직히 공감하지 못하겠다. 나보코프의 [롤리타]란 소설과 리히베르크의 [롤리타]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세계사를 뒤흔들었는가? 라스코의 동굴벽화와 쿰란의 두루마리가 발견됐다는 것은 분명 그동안 몰랐던 많은 옛날 이야기를 해 주고 있지만, 그 발견이 세계사를 뒤흔들 정도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판적 책읽기인지 삐딱한 책 읽기인지 모르겠지만 <띠무늬 스타킹을 신은 기린>과 <진화를 거부한 살아있는 화석, 실러캔스>를 읽다가 문득 속이 약간 뒤틀렸다. 이미 원주민들은 알고 있던 오카피라는 짐승과 실러캔스라는 물고기를 유럽인들이 처음으로 봤다고 해서 "발 견"이라고 말할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에. "그게 뭔 발견이야? 유럽인들 당신들이 몰랐던 것 뿐이야. 원주민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뭘." 하는 말을 해주고 싶은 이 삐딱함이란...^^;

    책을 삐딱하게 보기 시작하니 끝이 없다. 각 주제의 마지막 부분엔 "좌충우돌 세계사, 그 오해와 진실"이라는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다. 각 주제에서 다룬 것과 비슷하거나 연관되는 이야기를 골라 약 한장 정도의 분량으로 덧붙이고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의 글쓴이는 "구트룬 슈리"라는 독일의 역사교수이다. 그런데 "좌충우돌"에 실린 이야기는 이 사람이 쓴 글 같지는 않다. "운주사 와불"에 관한 이야기나 "정약용의 카메라"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는 걸 보면, 출판사 측에서 관련이야기를 첨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부분은 글쓴이의 저작과 출판사의 덧붙임을 사전에 설명해주는 편이 독자에게 덜 혼란스럽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까지 들었다.

   좋은 책에 대해 너무 혹평을 한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긴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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