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
구드룬 슈리 지음, 김미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다산초당에서  뭔가를 "뒤흔든(?)"  이야기들을 시리즈로 엮어내고 있나보다. 얼마전에 읽었던 정여립 모반 사건을 다룬 책 [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을 비롯 내가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조선사의 살인사건과 연애사건 등을 다룬 책을 펴내고 있는 걸 보면.  이번엔 조선이 아니라 "세계사"다. 세계사라는 낱말이 아우르는 공간은 물론이고 시간의 범위가 무척 크다. 그 큰 범위를 "뒤흔든" 사건들이라면 뭔가 엄청난 일이겠구나 하고 기대를 가지기에 충분한 제목이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흥미와 관심만은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을 자극하기엔 딱 좋은 제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내겐(다른 사람에겐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소 심심한 책이었다. 그리고 "세계사"라는 제목에서 내가 잔뜩 기대했던 정치사적인 이야기나 사람에 얽힌 엄청난 비밀 같은 것보다는, "발 견"이라는 제목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 책인 것 같다. 

   분명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모르던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앎의 즐거움"을 느끼기는 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가 내가 모르던 것이기도 했다. 쾰른 성당의 사라졌던 설계도 이야기. 쾰른 성당이 600여년 동안 건설 중이고 현재도 완공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가 그랬고, 5000년만에 발견된 아이스맨 외치에 대한 이야기가 그랬다. 아이스맨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적은 있었지만 어디에서 발견되었었는지, 그 발견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를 통해 무엇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인지 등은 잘 몰랐었다. X선이라 불리우는 뢴트겐 광선이나 페니실린이란 항생제도 그저 그런 게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어떻게 그것들을 발견했고, 우리 생활에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6가지의 주제는 분명 흥미로운 소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16가지 주제를 선정한 기준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 발견들이 "세계사를 뒤흔들"만큼의 엄청난 발견이라는 생각에는 솔직히 공감하지 못하겠다. 나보코프의 [롤리타]란 소설과 리히베르크의 [롤리타]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세계사를 뒤흔들었는가? 라스코의 동굴벽화와 쿰란의 두루마리가 발견됐다는 것은 분명 그동안 몰랐던 많은 옛날 이야기를 해 주고 있지만, 그 발견이 세계사를 뒤흔들 정도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판적 책읽기인지 삐딱한 책 읽기인지 모르겠지만 <띠무늬 스타킹을 신은 기린>과 <진화를 거부한 살아있는 화석, 실러캔스>를 읽다가 문득 속이 약간 뒤틀렸다. 이미 원주민들은 알고 있던 오카피라는 짐승과 실러캔스라는 물고기를 유럽인들이 처음으로 봤다고 해서 "발 견"이라고 말할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에. "그게 뭔 발견이야? 유럽인들 당신들이 몰랐던 것 뿐이야. 원주민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뭘." 하는 말을 해주고 싶은 이 삐딱함이란...^^;

    책을 삐딱하게 보기 시작하니 끝이 없다. 각 주제의 마지막 부분엔 "좌충우돌 세계사, 그 오해와 진실"이라는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다. 각 주제에서 다룬 것과 비슷하거나 연관되는 이야기를 골라 약 한장 정도의 분량으로 덧붙이고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의 글쓴이는 "구트룬 슈리"라는 독일의 역사교수이다. 그런데 "좌충우돌"에 실린 이야기는 이 사람이 쓴 글 같지는 않다. "운주사 와불"에 관한 이야기나 "정약용의 카메라"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는 걸 보면, 출판사 측에서 관련이야기를 첨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부분은 글쓴이의 저작과 출판사의 덧붙임을 사전에 설명해주는 편이 독자에게 덜 혼란스럽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까지 들었다.

   좋은 책에 대해 너무 혹평을 한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긴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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