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는 29가지 방법 - 각종 위험과 사고 및 범죄로부터 내 아이를 보호하라
고미야 노부오 지음, 김현희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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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뉴스 보기가 싫었다. 일가족 실종이 유명인이 연루된 일가족 살인 사건으로 연결되었고, 역시나 처음엔 실종신고된 아이가 계모에 의해서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얼마나 끔찍하던지.. 정말 세상이 왜 이따위로 돌아가는지, 인간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뉴스를 보다가 우울해지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뉴스를 안 봐야겠다는 다짐까지 했었다.. 하지만 얼마전엔 토막시신으로 발견된 두 여자아이의 뉴스까지 보고야 말았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실종된 두 아이가 같은 동네에 사는 남자에게 끌려가서 결국엔 시체로 발견됐다니..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나 싶기도 했고, 내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모두 위험에 둘러싸인 것만 같아서 불안했다. 특히 예쁜 내 조카. 이렇게 예쁘고 여린 아이들이 각종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니 어른인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tv 신간 코너에서 어른들의 이런 불안 심리를 파악했음인지, 어린이를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을 다룬 몇 권의 책을 소개해주는 것을 보곤, 나도 꼭 한권쯤은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었다. 

   그 중에서 내가 펼쳐든 책은 [범죄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는 방법 29가지 방법]. 이 책은 <범죄>뿐만 아니라, <위험회피> <성적학대> <멘탈>의 네 가지 분야로 나누어 아이를 총체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각 상황에 대해 "부모님이 먼저 읽어보세요"를 통해 각종 위험 상황에 대한 설명과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먼저 한 장 분량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와 짝을 이뤄 다음장에서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서는 큼지막한 그림으로 위험상황에 대해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위험상황에 대한 대처방법을 부모님과 함께 연습해볼 수 있는 상황이 설명되고 있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 어떤 장소, 어떤 사람, 어떤 상황을 조심해야 하는지,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땐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그리고 위험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평소 어떤 습관을 키워야 하는지를 언급해주고 있는 점은, 이 책이 범죄예방 지침서로서의 제대로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몇 가지 유용한 팁을 언급해보자면 이렇다. 열쇠를 목에 걸고 다니는 아이는, 집에 부모가 없다는 표시이므로 위험하다는 뜻. 아, 그렇구나 길에서 종종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도 위험하다는 생각을 못 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잘 아는 아이가 목에 열쇠를 걸고 다니길래, 옷 속으로 넣고 다니라고, 그렇게 다니면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해 줄 수 있었다. 또 하나, 아이가 혼자 집에 들어갈 때도 "다녀왔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해 집에 누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좋다는 것도 조카가 조금 더 크면 알려주고 연습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구체적인 방법을 원했는데, 전체적인 이야기만을 대충 둘러대는 책들을 보면 격화소양. 종종 그런 책들이 있었는데 이 책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상황에 맞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점이 좋았다. 허나 책을 읽으면서도,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니 더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도 없는 내가 이럴진대,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더 그렇겠지..? 제발 어린 아이들이 이런 책이 없이도 마음껏 웃고, 뛰어다니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책을 읽으면서 더 커졌다. 그런 세상이 될 때까지 어른들이 더 많이 노력해야할 테고, 이런 책들을 통해 미리미리 조심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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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 이덕무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9
이덕무 지음, 강국주 편역 / 돌베개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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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색 표지가 너무 깔끔하고 예쁜 책이다. 얼마전에 돌베개에서 펴낸 <우리고전 100선>의 정약용 시 선집을 읽는 것으로 이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지난번 정약용 시선집을 손에 쥐었을 땐, 시도 잘 모르지만, "고전"이란 단어에 기가 죽어 과연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의외로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큰 부담없이 펴들었다. 이번엔 이덕무의 선집. 하얀색 예쁜 표지에 혹 손때라도 묻을까 아스테이지로 포장부터 하고. 

    이덕무. 서얼이었고, 실학자였고, 책을 좋아해 "간서치"라는 별명을 가졌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나 역시 나름대론 책을 좋아한다고 자부하지만, "책벌레"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엔 미치지 못한다. 그저 면무식이나 할 요량으로 관심가는 분야의 책 몇 권을 찾아읽을 뿐. 그런데 자타가 공인하는 "책벌레"의 면모는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이덕무의 詩와 文을 쉬운 한글로 번역하여 수록한 책.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덕무의 삶에 대해 감히 몇 글자로 요약해보자면 "가난과 병과 자연과 독서"가 아닐까...? 

    가난했다. 하지만 가난에 얽매여서 한탄하고, 괴로워하진 않았던 것 같다. "가장 뛰어난 사람은 가난을 편안히 여긴다. 그 다음 사람은 가난을 잊어버린다. 가장 못난 사람은 가난을 부끄러워해 감추기도 하고, 남들에게 자신의 가난을 호소하기도 하고, 그 가난에 그대로 짓눌리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가난에 부림을 당하고 만다. 이보다도 못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가난을 원수처럼 여기다가 그 가난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이다. "(p169)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덕무가 요즘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면 어떨까? 아마도 가장 못한 사람 "가난을 원수처럼 여기다가 그 가난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대부분이 아닐까? 그가 살던 시대보다 물질적으론 훨씬 풍요로워졌지만, 우린 가난하다. 그와 비교한다면 너무나 많은 걸 가졌기 때문에 오히려 우린 가난한 건지도 모른다. 책 몇권, 마음맞는 벗 몇 명만을 가진 그는 가난 때문에 비루해보이지 않았다. 그의 글 곳곳에 가난이 배어나지만 말이다. 

   병을 달고 산 것 같다. 그가 스스로도 말하고 있듯이 그의 병은 가난이 큰 원인이었던 듯 하다. "병이 든 게 가난 때문인 듯하니 / 내 한 몸 돌보는 일 어찌 그리 소홀했나.  - 여름날 병중에 - 중에서.. (p26) 그 가난의 원인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가 "서얼"이었기 때문이다. 품은 뜻과 기개는 높지만 서얼이었기에 그 뜻을 맘껏 펼칠 수 없었고, 그래서 가난했고, 그래서 병을 달고 살았던 그의 모습이 안타깝다. 이런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는 건데 말이다. 그는 서얼이었기 때문에 그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없었다.  그가 지금 우리 사회를 본다면 뭐라 말할까?  세상이 많이 변해 지금은 신분에 의한 제약은 거의 사라진 듯 하지만, 최근 정치판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좋은 말을 해 줄 것 같진 않다. 돈이라는 새로운 권력과 제약이 신분을 결정하고 있는 사회. 이덕무처럼 맑고 고고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뜻을 펼 기회는 앞으로도 없는 것일까...

     책을 좋아했다. 아니. 좋아한 정도가 아니라 책 때문에 살 수 있었던 사람인 것 같다. 여종이 양식이 없다고 불평을 해도(p32의 <가난과 독서>), "약은 벗들에게 구걸을 하고"(p26) 아내가 끓여주는 죽을 먹으면서도 책을 좋아하는 습관은 버릴 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 그 모습이 한편으론 대책없다 싶고, 한편으론  그의 초연한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책과 친구와 자연을 좋아했던 사람 이덕무. 가난하지만 마음은 넉넉했던, 맑은 사람의 글을 접하고 보니 내 마음까지 넉넉하고 푸근해지는 듯하다.

    돌베개의 우리고전100선 시리즈. 두 권밖에 읽어보진 못했지만, 내겐 어렵게 느껴지던 "고전"이란 낱말에 대한 두려움을 깨트려 준 책들이라 고맙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소중한 책 잠시 덮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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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우의 해적들 - 싱가포르 편 세계의 전래동화 (상상박물관) 7
디 테일러 글, 락 키 타이 오두아르 그림, 신은주 옮김 / 상상박물관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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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박물관의 세계 전래동화 시리즈 싱가포르편, [리아우의 해적들]이다.  지난번에 이 시리즈의 필리핀 편 [심술쟁이 왕게 마가]를 조카랑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싱가포르 전래동화는 어떤 이야기들일까 무척 기대가 됐다. 전래동화라 하면 그 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알 법한 이야기이고,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모습이나 가치관 등이 녹아들어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 뿐만 아니라 잘 몰랐던 나라와 그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기도 했다.  

   지난 번에 읽었던 필리핀편에서는 우리 나라 이야기와 너무 비슷한 이야기가 많아서 놀랐었는데 싱가포르편에 실린 이야기는 많이 낯설었다. 그리고 이야기들이 다소 심심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옮긴이도 그런 생각을 했나 보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우리가 흔히 접하던 것과는 달리 다소 엉뚱한 결말을 보이기도 해요. 엉뚱한 결말이 가져다주는 낯설음과 그로 인한 당황스러움은 싱가포르 동화가 우리에게 주는 또다른 재미입니다."(p153) 이 시리즈에 우리 나라 전래동화 편이 있다면 거기엔 어떤 이야기들이 실릴 수 있을까? 흥부놀부, 콩쥐팥쥐, 토끼와 거북이, 효녀 심청, 춘향전, 해와 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등이 아닐까? 이렇게 나열해보자니 우리나라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생활모습은 물론 교훈적이기도 하고, 극적인 요소와 재미까지 두루 갖춘 것 같은데 말이다. 다시 옮긴이의 말을 조금 더 인용해보자면 이렇다. "봉선화나 백일홍에 얽힌 우리의 전래동화는 복잡한 우리 역사와 맞물려 슬프고 극적인 구성을 보이는 반면, 라플레시아 이야기는 아열대 지방 특유의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가벼우면서도 신비한 느낌을 전해 주네요."(p152). 내겐 신비함보다 이야기가 너무 가볍고 다소 시시하다는 생각이 든 데 비해, 순수한 아이들에겐 "신비한 느낌"의 요소가 강하게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파라메스와라 왕자와 싱가푸라>에서는 심술 궂은 왕자가 타마섹 섬으로 도피하여 그 곳의 왕을 죽이고 자신이 그 섬을 차지하는 이야기이다. 이후 이 섬은 "사자의 도시"라는 뜻의 싱가푸라로 불리어졌다는..그리고 그 후 400년 가까이 이 섬은 잊혀졌다고 영국인의 의해 "발견?"되고 무역항으로 개발되었다는.. 이 이야기에선 자신들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것을 미화하지 않는 솔직한 모습이 보인다. "훌륭한 임금이 싱가푸라에 도읍을 정하사, 그것이 현재 싱가포르의 기원이 되는 것이다~"는 식의 과장이 절대 없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자연환경과 관련된 <사라진 아이들>이란 이야기."금지된 동굴"이 있었는데, 그곳엔 오랜 전설처럼 아무도 들어갈 수 없도록 전해져온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숨바꼭질을 하다가 금지된 숲으로 들어가버린 두 아이가 있었다. 어떻게 결말이 날까 싶어 잔뜩 기대하고 읽었는데, 이거야 원.. 끝이 너무 심심하다. 두 아이는 사라졌고, 그냥 그것으로 끝이다. 나는 "두 아이가 숲으로 들어갔는데 무시무시한 괴물이 있는거야. 용감한 두 아이는 지혜롭게 그 괴물과 맞서 싸웠고, 마침내 이겼지, 그리곤 괴물이 그동안 숨겨놓았던 보물을 찾아낸 두 아이는 그 보물을 들고 마을로 돌아갔고, 그래서 그 마을 사람들은 부자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던 거야"라는 식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던 건지도 모른다. "복잡한 우리 역사와 맞물려 슬프고 극적인 구성을"(p152) 기대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파스텔톤으로 예쁘게 그려진 삽화와 함께 동화책을 보는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 어른인 내가 어린이용 동화책을 "어른의 입장"에서 평가하려는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각국의 전래동화를 읽으면서 그 나라에 대해 한번더 생각해보고, 그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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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발명의 역사 - 동그라미의 혁명 바퀴부터 정보의 바다 인터넷까지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 백과 3
필립 시몽 외 지음, 김영신 외 옮김, 마리-크리스틴 르마이에르 외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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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 백과"시리즈의 세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의 앞선 책 [위대한 건축의 역사]와 [놀라운 탐험의 역사]를 재미있게 본 터라 기대를 하면서 펼쳐든 좋은 책. 이 책은 사실 어린이용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른인 나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큼직막하게 들어간 삽화와 함께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어린아이와 함께 볼 때면 큰 삽화를 보면서 구체적인 모습을 설명하기에도 좋지만, 어린이 혼자 볼 때면 마치 그림책을 보듯이 살펴나갈 수 있어서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mp3, 휴대폰, 전화, 전기, 라디오, tv, 자동차, 가스렌지.. 당장 없으면 심한 불편을 초래할 물건들.. 둘러보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 발명품들이 존재하는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물건들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 발달과정을 보고 있으니 새삼 감사하다.    이 책에서는 <에너지와 재료> <교통수단><정보통신><일상생활용품><의학>의 다섯가지 분야로 나누어 신기한 발명의 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몇가지 발명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이러하다. 첫번째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순수한 알루미늄을 발견한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1886년 프랑스의 폴 루이 투생 에루와 미국의 찰스 마틴 홀은 각각 전기 분해를 이용하여 순수한 알루미늄을 얻는데 성공했단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연구를 알지 못했었다는 우연이 재미있다. 이거야말로 서프라이즈 같은 프로그램에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게다가 두 사람은 같은 해에 태어났고 같은 해에 사망하는 우연까지.. 우연치고는 너무 신기한 이야기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또 하나 자전거의 발명과 그 발달과정도 흥미로웠다. 자전거는 참 매력적인 교통수단이다. 환경오염되지 않고, 빨리 갈 수 있고, 운동되고.. 하지만 1818년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진 자전거 "드라이지네"를 타려면 힘 좀 들었겠다. 발로 땅을 차서 바퀴를 굴려야 했다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시도가 있었기에 지금처럼 편리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것이리라.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많은 발명품의 원조는 중국에서 유래한 것들이 많았다. 흔히 중국의 4대 발명품이라 일컬어지는 나침반과, 인쇄술, 종이, 화약 뿐 아니라 말을 다루기 위한 마구류가 그랬고, 석탄이 그랬고, 천연가스를 먼저 사용할 줄 알았던 것도 중국이었단다. 이 책 중국인들이 보면 자부심 꽤나 가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리즈의 책 앞표지엔 "프랑스 초등학교 부교재 지정"이라는 도장이 쾅 찍혀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교재로 공부를 하는 그 아이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혹은 말로만 설명했을 때 그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내기 어려운 초등학생들에 이 시리즈의 책은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나올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 백과"시리즈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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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오류 - 되짚어볼 세계사의 의혹 혹은 거짓말 50
베른트 잉그마르 구트베를레트 지음, 이지영 옮김 / 열음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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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소위 정사라고 일컬어지는 역사의 큰 나무도 좋아하지만, 곁가지로 빠져드는 자잘한 곁가지 같은 역사이야기도 좋아하는 편이다. 이런 류의 책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틈새 메꾸기 역사책"이라면 적절할지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지식이 워낙 엉성한 것이다 보니 틈이 많다. 그 틈을 요리조리 잘 메꿔주는 책이 바로 이런 책이어서 읽을 때마다 감사하다. 개설서나 이론서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재미"라는 요소가 추가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역사의 오류라.... 목차를 훑어보니 고대의 "노아의 홍수"에서부터  최근의 일이라 할만한 "유고슬라비아 내전"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소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세계사"라는 작은 주제에 비한다면, 아시아의 역사는 거의 배제되어있다. 아쉽다. 저자가 독일인이라 그런가? 아시아, 동양의 역사에도 재미있는 소재 많은데 이왕 세계사라 이름 붙인 책이라면, 좀더 조사하고 연구해서 같이 실려있었으면 더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은 예전에 어딘가에서 주워들어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도 더러 있었지만, 내가 잘 모르던 이야기들도 많았다. 그 중 몇 가지를 얘기해보자면 이렇다.

   마라톤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 마라톤의 기원은 비교적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이야기에 대해 부정하는 입장이다. "그런 그(=헤로도토스를 말한다. 서평자 인용)가 승리의 소식을 아테네에 전하기 위해 목숨을 버릴 마늠 용감했던 병사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의심스러운 일이다."(p26)라는 문장이나 "당시 그리스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호로 소식을 전하는 통신체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p26)에 굳이 목숨 걸고 아테네로 달려올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이야기와는 너무나 반대의 이야기라 어느 편이 옳은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 하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관한 이야기. 내가 유럽인이 아니기 때문인지 "신대륙 발견"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약간 불쾌하다. 뭔 발견씩이나 했다고 그렇게 떠벌리는지.. 이미 그 대륙엔 짐승도 아니고 문명을 이룬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 면에서 글쓴이가 말하는 발견의 개념이 마음에 들었다. "우선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라는 개념 자체가 철저히 서구 중심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대단히 주제넘은 개념이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p132)라고 언급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리고 그가 인용한 노벨상 수상자인 알베르트 쇤트 죄르지의 "발견이란 이미 다른 사람들이 보았던 것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다."라는 정도의 의미로 "발견"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콜롬버스의 아메리카 "발견"이라고 말해도 용인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려졌던 사실을 알게 되서 기분 좋아지는 역사도 있지만, 그 반대인 역사도 있다. 예를 들자면 링컨의 노예해방과 관련된 이야기 말이다. 어린 시절 링컨의 위인전기를 읽으며 링컨이 얼마나 위대해보였던가? 하지만 "이 전쟁에서 내가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은 연방회복이지, 노예해방이나 노예제도 폐지가 아니다."(p223)라는 그의 말은 내겐 약간의 실망을 안겨준다.


   이 책은 서양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더 적합한 책일 것 같다. "되짚어볼 세계사의 의혹 혹은 거짓말 50"이라는 부제처럼, 유명하지만 왜곡되어 기록된 이야기나 사실 여부를 두고 학자들 사이의 이견이 존재하는 사건들에 관한 것이라 재미는 있으나, 서양사의 큰 틀에 대한 이해없이는 읽는 재미가 감하는 책이기도 하다. 서양중세의 보편 논쟁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 이야기를 알 터이고 그 둘 사이에서 오고갔다는 연서의 진위여부에 관심이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사람에게는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글쓴이는 특정사건을 바라보는 상반되는 관점에 대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되는 쪽에 전적으로 편을 들어주고 있는데, 그건 글쓴이의 독단적인 의견 피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종종 글쓴이가 반박하고 있는 주장이 오히려 더 그럴 듯해 보이는 면이 있기도 했기 때문에.

   하지만 내가 잘 몰랐던 역사이야기와 이견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사건에 대해 알게 된 점, 역사가 딱딱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케 해준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의구심이 남는 몇몇 이야기에 관해서는 글쓴이의 의견에 반박할 만한 역사적 지식과 안목을 키워 다음에는 반박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려면 많은 역사책을 읽고 생각해보아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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