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밀사 - 일본 막부 잠입 사건
허수정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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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션. 최근들어 "팩션"이란 장르의 출판물이 많이 나와서인지, 내 성향과 유독  맞아떨어져서인지, 팩션물이 눈에 부쩍 많이 띌 뿐만 아니라, 관심이 많이 가기도 한다.  자, 이번엔 [왕의 밀사]다. 이런 책을 읽고 있노라면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인가,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까 싶어 감탄하기 바쁘다.

 

   이야기의 중심된 사건은, 조선 효종 때인1655년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통신사와 관련된 일본에서의 일련의 연쇄살인사건에 관한 것이다. 첫번째 살인사건에서의 유력한 용의자는 조선통신사의 종사관인 "남용익". 하지만 그가 진범이 아니라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남용익은 범인이 아니다. 아니다.! 혹 글쓴이는 그 점을 노린 걸까..? 남용익이 진범일지도 모른다. 효종이 내린 밀지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지, 아냐. 범인이 이렇게 초반부터 드러나는 추리소설이 어디있어...? 혼자서 범인을 추적하느라 두뇌 회전이 빨라진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추리소설의 매력이 이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등장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끊임없이 "이 사람이 범인일까?" 하고 의심해 보는 불신게임 같은..

   자, 남용익은 아무리 생각해도 범인일 리가 없다. 그렇다면 필요이상으로 흥분하고 있는 로주 "호시나 마사유키"가 범인일까..? 그래. 그렇게 보인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 아니던가.. 아니다. 그렇게 대담한 살인을 할 정도라면 침착해야지. 이 사람은 필요이상으로 흥분하고 있단 말야. 이 사람도 범인이 아니다. 자 그렇다면 남용익을 범인이라고 지목했던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승려 도겐이...? 혹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고 호시나보다 훨씬 선한 이미지로 보이지만, 호시나와는 정치적인 대립을 보이고 있는 "마쓰다이라 노부쓰나"가 범인일지도 모른다. 끊임없는 의심의 연속이랄까..?  도대체 범인이 누구일까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다급했다.  시체의 머리가 없다는 점이 의심스럽다. 이 부분에선 내 추리가 맞았다. 첫 번째 살인사건의 희생자로 지목되었던 그 사람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짐작이...

 

   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며 범인이 밝혀지지만,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나의 추리력의 한계이려나...등장인물이란 등장인물은 모조리 의심해보았으니 진범으로 밝혀진 이 사람 역시 나의 의심의 대상이기도 했다는 점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려나.. 연쇄살인사건이라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그 뒤엔 더 큰 음모와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다. 놀라웠다. 시작부터 그랬지만 책을 놓을 때까지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과 그 뒤에 숨은 진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이야기였다. 사실과 허구가 잘 섞인 버무림이랄까..? "무엇보다 새로운 지점은 탈(脫) 한성 내지는 탈(脫) 궁궐이다"(p316)는 팩션해설가 윤승일씨의 말처럼 이 소설은 그간 역사소설 혹은 역사드라마가 보여준 진부한 궁정 내의 암투가 아니라는 점도 신선했다. 다만, 그 무대가 일본으로 옮겨지는 바람에 당시 일본의 정치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상식을 필요로 한다는 점 때문에 약간 어렵게 읽히기도 했지만..그리고 왕이나 정치적인 관료가 주인공이 아니라, 박명준이라는 평범한 역관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점 역시 신선했다.

   그러나 박명준이란 인물이 명탐정 홈즈와 같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단독으로 밝혀내고 있다는 점, 작품 후반에선 그 탐정(?)의 활약상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은 다소 흥미를 떨어뜨리게 만드는 요소였다. 역시 평범해선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박명준이라는,  신분만 평범할 뿐 전혀 평범하지 않은 인물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랄까...

   내 입에 딱 맞는 이야기가 어디 있겠어..? 역사와 추리, 한국과 일본의 역사가 어느 정도 잘 뒤섞인 비빔밥, 그 나름으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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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
임채영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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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승자(勝者)의 것이다!'"(p4). 동의한다. 이긴 자들이 역사의 흐름을 주도하고, 역사를 써내려간다. 승자에 의해 기록된 패자들의 모습은 그래서인지 부정적이고 기형적인 모습으로 왜곡되기 마련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겠네"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패자들의 모습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나 당연해 깊이 생각해 보려는 시도조차 해 보질 않았었다. [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이란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기획의도가 참신하고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손에 잡은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은 조선조 정치의 중요한 순간에 등장했던, 일반인들에게 비교적 그 이름이 익숙한 인물들이다. 정도전, 조광조, 광해군, 김종서, 사육신, 김시습, 임꺽정, 장길산, 허균, 이징옥, 정여립, 홍경래, 남이, 흥선대원군, 전봉준.... 이 중 김시습과 흥선대원군, 장길산(어떻게 죽었는지 모름)을 제외한 인물들의 공통점은 제 명대로 살지 못했다는 것....?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인물들을 글쓴이가 어떤 기준으로 "패배자"라고 분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결국엔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음을 당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라면(글쓴이가 그런 의미에서라고 밝힌 부분은 없지만, 내 짐작으로..) 나는 글쓴이의 의견에는 반대를 표하고 싶다.  오히려 그들은 당대의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했으며, 결코 "패배자"란 이름으로 부정되기에는 아쉬운 삶의 의미를 남기고 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우리에게 조선시대의 '君'자가 붙은 임금은 폭군으로 기억되고 있다."(p47). 연산군은 그러하지만 광해군을 더이상 폭군으로 몰아붙이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폐모살제. 명에 대한 재조지은을 잊은 폐륜아?. 아니다. 글쓴이도 여러 군데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광해군은 재조명되고 있고 아직도 재조명되어야 할 인물이다. 내겐 오히려 광해군을 축출한 인조가 악조(惡祖)로 보일 따름이다.

 
  그리고 이징옥. 학창시절 국사시간엔 그저 "이징옥의 난"을 일으킨 반란자였다는 점만 기억했던 것 같은데, 얼마전에 읽은 [조선비화]라는 책에서, 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는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다. 이 책에선 그와는 반대의 길을 걸었고, 그래서 이징옥과 대립했던 그의 형 "이징석"에 대한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거나, 혹은 시대착오적인 생각 때문에 자멸을 초래했던 인물들, 혹은 능력이 너무 뛰어났거나, 너무 깨끗해 적당히 타협할 수 없어 반대자들에 의해 제거되었던 역사속의 인물들을 보며,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를 고민하게끔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조선역사의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 혹은 반대자의 역사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의 글쓴이가 소설가라는 점은 이 책의 장점일수도 단점일수도 있겠단 말은 주제넘은 발언일런지... 글의 짜임이나 구성, 장면묘사 부분이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전문성과 깊이면에는 조금 못 미쳐서 아쉬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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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텔러 박남일의 역사 블로그 - 생각의 기술을 키워 주는 역사적 장면 30 살림 블로그 시리즈 8
박남일 지음 / 살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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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과목보다 특히 역사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역사 속의 인물이나 사건에 빗대어 이야기해주실 때면 그게 그렇게 멋있어보였다. 박식해보였고, 통찰력 있어 보였다. 역사책을 읽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곤 한다. 내가 모르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글쓴이들에게 기가 죽기도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역사책 읽는 게  좋다. [박남일의 역사블로그]를 읽었다. 이 책은 역사서라기보다는 역사칼럼모음집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지난 1년여동안 어느 일간지의 역사 칼럼에 써 온 것들이다."(p6) 그래서인지, 내용면에서 아주 깊이가 있다거나, 전문적인 역사서는 아니다. "블로그"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바와 같이, 주관적인 의견이 여러 곳에서 보이기도 한다. 

 

   책 속의 소제목들은 역사 속 사건들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문익점을 산업 스파이라 할 수 있을까?" "정조는 왜 소설을 싫어했을까?" "원균은 정말로 비겁한 간신이었을까?"와 같이 역사를 살피다 한번쯤은 의문이 생기기도 했던 점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대부분이 우리 역사와 관련된 것이고, 서양역사에 관한 것도 몇몇 다루고 있다. 소위 말하는 주류의 역사를 읽을 때보다, 그 옆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이런 책의 장점은,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이 있음을 확인하는 재미가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나우루공화국"이라는 나라이름을 처음으로 들어보았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오쿠다히데오 [한밤중에 행진]의 등장인물 미타소이치로가 "한껀 해서 날아갈 꺼라고 했던" 태평양 한가운데, 키리바시공화국과 그닥 멀지 않은 나라 "나우루 공화국".  그 섬에 오랜 세월 알바트로스의 "똥"이 쌓여 "인광석"이라는 엄청나게 귀중한 산업자원이 되었단다. 하지만 "똥"이 변한 "보물"로 인해, 서양열강의 침략을 받게 되었다가, 2차세계대전후 가까스로 독립을 했고, 이번엔 그 "보물"로 인해 "지상낙원"이 되었더란다. 풍부한 자원을 팔아서 부를 축적한 나우루공화국의 사람들은 "날마다 먹고 놀다보니 주민들 대부분이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 환자가"(p134) 되었고, 서서히 바닥나가는 인광석, 그리고 국민들이 불안으로 정치가 혼란해졌을 뿐만 아니라 국가는 파산상태에 이르렀다는 것. "똥"이 "보물"로 변했던 것처럼 "보물"이 "똥"으로 변해버린 거지뭐...

    놀라웠다. 마치 "하느님이 선물해 주신 보물을 남용한 게으름뱅이들이 벌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내 사고의 한계이려나..?  저자는 같은 사건을 두고 조금 다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정작 우리가 나우루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다른 것이다. 우리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자본주의적 탐욕과 개발주의가 자연과 인간 사회를 얼마나 교묘하게 파괴해 가는지를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p138)는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이야기하듯 편안하고, 쉬운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매주제 끝에 실린 "한가지 더"라는 코너에서 간략히 설명해주고 있는 토막상식도 유용했다. 저자와 역사,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충돌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책을 다 읽고선, 어렵지 않게 역사이야기를 풀어내는 "블로그"를 발견해 낸 것 같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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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한비자 - 천하는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류예 지음, 차혜정 옮김 / 미래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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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로우! 한비자.

     책214쪽에서 융통성없는 한 어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고기잡는 실력이 뛰어난 그는 출어 전에 맹세를 하는 습관이 있었단다. 시장에서 오징어가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을 보고, 오징어만 잡아오겠다고 맹세했는데 게만 잔뜩 잡히더란다. 그래서 그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시장에 가보니 그가 버리고 온 게가 오징어보다 가격이 비싸더란다. 그래서 그는 다시 맹세하기를 게만 잡아오겠다고 했는데, 이번엔 오징어만 잡히더란다. 역시 빈손으로 돌아온 그는 시장에서 오징어값이 게보다 비싼 걸 보고 후회하면서 이번엔 게나 오징어를 잡아와야겠다고 맹세한다. 웬걸..이번엔 연어들만 잔뜩 잡히더란다. 그래서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어부...

 

    실제로 그런 융통성없는 어부가 있을까 싶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멀리 찾을 것도 없다. 그 어부는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다는 생각이 머리를 한방 꽝하고 쳤다. 뭔가 자꾸 놓치고 후회만 하고 있는 내 모습이 그 어부랑 별반 다르지 않다. 융통성없고, 내 견해만 옳다고 고집했기에 지금 나는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 자기계발 혹은 처세술로 분류되는 책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내 마음 속의 거만함 때문이다. 그쯤은(?) 읽어보지 않아도 다 아는 틀에 박힌 말들이 아닌가 하는 거만한 생각..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이런 류의 책을 기회가 있을 때면 일부러라도 챙겨본다. 뻔하다 싶은 그런 글들이지만 시간을 내서 일부러라도 읽음으로써, 무뎌진 내 정신을 갈고 닦고, 심기일전해보겠다는 욕심에..

 

   이 책은 법가사상의 창시자 한비자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해 줄 "잔소리"(?) 40가지를 골라내서 소개하고, 그와 연관지어 볼 수 있는 역사 속의 일화들을 아울러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법가사상의 창시자라 그런지 그가 하고 있는 충고는, 지도자에게 하는 조언이 많다.(그렇다고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들어둬서 나쁠 건 없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지도자니까..)  용인술(用人術)이라든가, 상벌에 관한 것, 지도자가 가져야 할 미덕 등. 그런 그의 주장을 감히 한 문장으로 줄여서 말해보자면 "앞뒤 잘 살펴보고 생각 좀 하고 행동하라!"가 아닐까..

 

   한비자의 사상을 쉬운 말로 풀어 읽는 것도 좋았고, 글쓴이가 덧붙인 "역사에서 배우기"도 좋았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내가 달라지진 않겠지만, 조금씩 나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읽고 나서 뿌듯하다. 그래, 로마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 역시도 이렇게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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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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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싼마오"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얼마전에 읽은 중국문인 쟈핑와의 [친구]라는 수필집을 통해서였다. 그녀의 이름은 한국출판사 측에서 덧붙인 간단한 소개(중국에서 가장 사랑 받고 있는 중국작가 100인 중 6위의 인물이라는 것과 사하라사막에서 원주민과 같이 생활했다는 등)와  쟈핑와라는 문인이 편지글 형식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그녀의 죽음과 같은 내 천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뒤섞여 내 머리 속에 각인됐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싶어서 인터넷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녀도 그녀에 대한 별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싼마오"라고 검색하면 그저 "싼마오유랑기"인가 하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보만 가득 떴다.(이 애니메이션에서 필명을 땄다고 하는 것은 오늘자 신문검색을 통해 처음 알았다) "늘씬한 키에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책과 펜을 들고 세계를 자유롭게 유람하는 이미지가 강렬하"(쟈핑와 [친구] 중)다는 그녀의 사진이라도 한장 보고 싶은데 없었다. 생몰연대도 그녀의 행적에 대한 정보도 거의 전무했다. [친구]에 나와있는 그녀의 간단한 이력이 내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궁금했다. 대체 싼마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렇게 궁금해했으면서도 왜 그녀의 "책"을 찾아볼 생각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차에 그녀의 책 [사하라이야기]를 만났다니 이건 행운이다. 그녀가 어떤 글을 썼길래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100인 중의 6위로 꼽혔는지를 내 눈으로 확인해 볼 기회가 온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삶에 대한 궁금증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말괄량이 대만 처녀, 단순무식 스페인 총각과 사막에서 결혼하다!"라는 소개문구가 정말 딱 어울리는 그런 수필집이다. 정말 "기상천외한 신혼생활"을 담은 책. 수필이라면 삶에 대한 무거운 고민의 결과물이라는 편견을 쌓아온 것 역시 나의 얄팍한 독서이력 때문인가 보다. 수필집을 이렇게 유쾌하게 웃으며 읽어보긴 또 처음이다. 가벼워서 나는 웃음이 아니라 싼마오와 호세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인간적 매력에 매료된 유쾌한 웃음이라고 해야할까...?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사하라사막에 대한 소개글을 보고 사막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는 그녀는 사막에 가서 살겠다고 결심한다. 그런 그녀의 결정을 무모하다 생각하지 않고, 그녀보다 먼저 사하라사막에 가서 정착을 하고 싼마오를 기다리는 듬직한 남자친구 호세. 싼마오도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호세 역시 참 호감가는 인물이다.   책에서는 사하라사막의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지구에 정착한 두 이방인의 삶을 경쾌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다. "수돗물과 전기는 밥 먹듯 끊기고, 산보라도 할라치면 하루 종일 미친 듯이 불어대는 모래바람을 맞아야"(p138)하는 그곳에서의 삶을 지레 포기해버리지 않고, 적응해내려고 노력하는 두 사람의 모습과 이 두 이방인을 대하는 "알부자에 순 얌체인" 원주민들의 모습이 뒤섞인 광경은 그야말로 코미디 수준. 

 



    "하루는 이웃집 꼬맹이 라푸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보니 집채만 한 낙타 시체가 문 앞에 놓여 있었고, 바닥은 시뻘건 피로 흥건했다. 나는 기겁을 했다. "엄마가 이 낙타를 아줌마네 냉장고에 좀 넣어 두래요." 나는 고개를 돌려 조그만 냉장고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라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했다. "라푸, 엄마한테 너희 집 큰 방을 나한테 반짇고리로 쓰라고 주면 이 낙타를 우리 냉장고에 넣어 준다고 해라." 라푸는 곧바로 물었다. "아줌마 바늘이 어디 있는데요?" 당연히 낙타는 우리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라푸 엄마는 거의 한 달 동안 굳은 표정이었다."(p122)

 

   중국인들이 반한 그녀의 매력을 이 책을 통해 확인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 그녀의 사하라에서의 생활을 담은 사진 같은 볼꺼리가 더 많이 실렸더라면 하는 것.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은터라, 그녀가 자살로 17여년 전에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더욱 가슴 아프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 싼마오가 글에서 자주 "이 인간"이라는 애칭으로 부른 "호세"의 뜻하지 않은 사고사(옮긴이의 말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역시 가슴 아프다. 싼마오와 호세의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였다. 그녀의 다른 책들을 통해 싼마오와 호세의 이야기를 좀더 듣고 싶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사하라이야기]외엔 그녀의 다른 책이 출판되지는 않은 듯 하다.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예정이라는 그녀의 [흐느끼는 낙타]가 기다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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