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텔러 박남일의 역사 블로그 - 생각의 기술을 키워 주는 역사적 장면 30 살림 블로그 시리즈 8
박남일 지음 / 살림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다른 과목보다 특히 역사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역사 속의 인물이나 사건에 빗대어 이야기해주실 때면 그게 그렇게 멋있어보였다. 박식해보였고, 통찰력 있어 보였다. 역사책을 읽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곤 한다. 내가 모르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글쓴이들에게 기가 죽기도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역사책 읽는 게  좋다. [박남일의 역사블로그]를 읽었다. 이 책은 역사서라기보다는 역사칼럼모음집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지난 1년여동안 어느 일간지의 역사 칼럼에 써 온 것들이다."(p6) 그래서인지, 내용면에서 아주 깊이가 있다거나, 전문적인 역사서는 아니다. "블로그"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바와 같이, 주관적인 의견이 여러 곳에서 보이기도 한다. 

 

   책 속의 소제목들은 역사 속 사건들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문익점을 산업 스파이라 할 수 있을까?" "정조는 왜 소설을 싫어했을까?" "원균은 정말로 비겁한 간신이었을까?"와 같이 역사를 살피다 한번쯤은 의문이 생기기도 했던 점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대부분이 우리 역사와 관련된 것이고, 서양역사에 관한 것도 몇몇 다루고 있다. 소위 말하는 주류의 역사를 읽을 때보다, 그 옆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이런 책의 장점은,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이 있음을 확인하는 재미가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나우루공화국"이라는 나라이름을 처음으로 들어보았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오쿠다히데오 [한밤중에 행진]의 등장인물 미타소이치로가 "한껀 해서 날아갈 꺼라고 했던" 태평양 한가운데, 키리바시공화국과 그닥 멀지 않은 나라 "나우루 공화국".  그 섬에 오랜 세월 알바트로스의 "똥"이 쌓여 "인광석"이라는 엄청나게 귀중한 산업자원이 되었단다. 하지만 "똥"이 변한 "보물"로 인해, 서양열강의 침략을 받게 되었다가, 2차세계대전후 가까스로 독립을 했고, 이번엔 그 "보물"로 인해 "지상낙원"이 되었더란다. 풍부한 자원을 팔아서 부를 축적한 나우루공화국의 사람들은 "날마다 먹고 놀다보니 주민들 대부분이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 환자가"(p134) 되었고, 서서히 바닥나가는 인광석, 그리고 국민들이 불안으로 정치가 혼란해졌을 뿐만 아니라 국가는 파산상태에 이르렀다는 것. "똥"이 "보물"로 변했던 것처럼 "보물"이 "똥"으로 변해버린 거지뭐...

    놀라웠다. 마치 "하느님이 선물해 주신 보물을 남용한 게으름뱅이들이 벌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내 사고의 한계이려나..?  저자는 같은 사건을 두고 조금 다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정작 우리가 나우루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다른 것이다. 우리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자본주의적 탐욕과 개발주의가 자연과 인간 사회를 얼마나 교묘하게 파괴해 가는지를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p138)는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이야기하듯 편안하고, 쉬운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매주제 끝에 실린 "한가지 더"라는 코너에서 간략히 설명해주고 있는 토막상식도 유용했다. 저자와 역사,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충돌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책을 다 읽고선, 어렵지 않게 역사이야기를 풀어내는 "블로그"를 발견해 낸 것 같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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