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
임채영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역사는 승자(勝者)의 것이다!'"(p4). 동의한다. 이긴 자들이 역사의 흐름을 주도하고, 역사를 써내려간다. 승자에 의해 기록된 패자들의 모습은 그래서인지 부정적이고 기형적인 모습으로 왜곡되기 마련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겠네"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패자들의 모습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나 당연해 깊이 생각해 보려는 시도조차 해 보질 않았었다. [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이란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기획의도가 참신하고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손에 잡은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은 조선조 정치의 중요한 순간에 등장했던, 일반인들에게 비교적 그 이름이 익숙한 인물들이다. 정도전, 조광조, 광해군, 김종서, 사육신, 김시습, 임꺽정, 장길산, 허균, 이징옥, 정여립, 홍경래, 남이, 흥선대원군, 전봉준.... 이 중 김시습과 흥선대원군, 장길산(어떻게 죽었는지 모름)을 제외한 인물들의 공통점은 제 명대로 살지 못했다는 것....?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인물들을 글쓴이가 어떤 기준으로 "패배자"라고 분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결국엔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음을 당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라면(글쓴이가 그런 의미에서라고 밝힌 부분은 없지만, 내 짐작으로..) 나는 글쓴이의 의견에는 반대를 표하고 싶다.  오히려 그들은 당대의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했으며, 결코 "패배자"란 이름으로 부정되기에는 아쉬운 삶의 의미를 남기고 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우리에게 조선시대의 '君'자가 붙은 임금은 폭군으로 기억되고 있다."(p47). 연산군은 그러하지만 광해군을 더이상 폭군으로 몰아붙이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폐모살제. 명에 대한 재조지은을 잊은 폐륜아?. 아니다. 글쓴이도 여러 군데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광해군은 재조명되고 있고 아직도 재조명되어야 할 인물이다. 내겐 오히려 광해군을 축출한 인조가 악조(惡祖)로 보일 따름이다.

 
  그리고 이징옥. 학창시절 국사시간엔 그저 "이징옥의 난"을 일으킨 반란자였다는 점만 기억했던 것 같은데, 얼마전에 읽은 [조선비화]라는 책에서, 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는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다. 이 책에선 그와는 반대의 길을 걸었고, 그래서 이징옥과 대립했던 그의 형 "이징석"에 대한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거나, 혹은 시대착오적인 생각 때문에 자멸을 초래했던 인물들, 혹은 능력이 너무 뛰어났거나, 너무 깨끗해 적당히 타협할 수 없어 반대자들에 의해 제거되었던 역사속의 인물들을 보며,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를 고민하게끔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조선역사의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 혹은 반대자의 역사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의 글쓴이가 소설가라는 점은 이 책의 장점일수도 단점일수도 있겠단 말은 주제넘은 발언일런지... 글의 짜임이나 구성, 장면묘사 부분이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전문성과 깊이면에는 조금 못 미쳐서 아쉬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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