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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한비자 - 천하는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류예 지음, 차혜정 옮김 / 미래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헬로우! 한비자.
책214쪽에서 융통성없는 한 어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고기잡는 실력이 뛰어난 그는 출어 전에 맹세를 하는 습관이 있었단다. 시장에서 오징어가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을 보고, 오징어만 잡아오겠다고 맹세했는데 게만 잔뜩 잡히더란다. 그래서 그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시장에 가보니 그가 버리고 온 게가 오징어보다 가격이 비싸더란다. 그래서 그는 다시 맹세하기를 게만 잡아오겠다고 했는데, 이번엔 오징어만 잡히더란다. 역시 빈손으로 돌아온 그는 시장에서 오징어값이 게보다 비싼 걸 보고 후회하면서 이번엔 게나 오징어를 잡아와야겠다고 맹세한다. 웬걸..이번엔 연어들만 잔뜩 잡히더란다. 그래서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어부...
실제로 그런 융통성없는 어부가 있을까 싶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멀리 찾을 것도 없다. 그 어부는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다는 생각이 머리를 한방 꽝하고 쳤다. 뭔가 자꾸 놓치고 후회만 하고 있는 내 모습이 그 어부랑 별반 다르지 않다. 융통성없고, 내 견해만 옳다고 고집했기에 지금 나는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 자기계발 혹은 처세술로 분류되는 책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내 마음 속의 거만함 때문이다. 그쯤은(?) 읽어보지 않아도 다 아는 틀에 박힌 말들이 아닌가 하는 거만한 생각..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이런 류의 책을 기회가 있을 때면 일부러라도 챙겨본다. 뻔하다 싶은 그런 글들이지만 시간을 내서 일부러라도 읽음으로써, 무뎌진 내 정신을 갈고 닦고, 심기일전해보겠다는 욕심에..
이 책은 법가사상의 창시자 한비자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해 줄 "잔소리"(?) 40가지를 골라내서 소개하고, 그와 연관지어 볼 수 있는 역사 속의 일화들을 아울러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법가사상의 창시자라 그런지 그가 하고 있는 충고는, 지도자에게 하는 조언이 많다.(그렇다고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들어둬서 나쁠 건 없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지도자니까..) 용인술(用人術)이라든가, 상벌에 관한 것, 지도자가 가져야 할 미덕 등. 그런 그의 주장을 감히 한 문장으로 줄여서 말해보자면 "앞뒤 잘 살펴보고 생각 좀 하고 행동하라!"가 아닐까..
한비자의 사상을 쉬운 말로 풀어 읽는 것도 좋았고, 글쓴이가 덧붙인 "역사에서 배우기"도 좋았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내가 달라지진 않겠지만, 조금씩 나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읽고 나서 뿌듯하다. 그래, 로마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 역시도 이렇게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