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나의 고전 책꽂이 2
김진섭 지음, 양상용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나의 고전 책꽂이"시리즈의 첫 책 [춘향전]을 읽었었다. 춘향전을 "읽으면서",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래동화처럼, 굳이 읽지 않아도 어려서부터 많이 듣고, 보아온 이야기들이라 굳이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아니다. "굳이" 글로 읽고 알아가는 재미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새삼스레 생각해본다. 이번엔 그 시리즈의 두번째 책 [홍길동전]이다.

 

   대상독자층이 어린이들이라 그런지, 단어 선택이 쉽고, 그나마 어려운 낱말에 대해서는 각주를 붙여두어 어린이들에겐 동화책 혹은 그림책 삼아서 읽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내 눈을 잡아 끈 것은 책의 삽화들. 그린이가 동양화를 공부한 화가라 그런지, 그림이 참 푸근했다. 요즘 동화책들을 보면, 우리의 고전 동화에 실린 그림들조차, 서양의 그림처럼 원색적이고 인위적인 그림이 많던데, 이 책에 실린 삽화들은 먹으로 그린 담백한 것들이라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홍길동전]의 내용을 살펴보자.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서자 출신의 길동. (길동에게 형이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그 이름이 "길현"인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타고난 관상이 정승의 그것과 같다고 하나, 그 태생이 천출이라 어린 나이에 가진 한이 많건만, 그를 시기하는 홍정승의 본처 안방마님의 계략에 의해 자객을 만나게 된다. 열몇살 먹은 아이답지 않게 도술을 부려 어려움을 면한 길동은 집을 나와 도적의 산채로 들어가고. 백성들의 어려움을 가엾게 여겨, 백성을 괴롭히는 승려나 관리들을 농락하고 재물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누어준다. 그 과정에서 길동이 부리는 신출귀몰한 재주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통쾌한 승리감을 맛보게 한다. 자신 때문에 곤란한 지경에 처한 아버지와 형, 가족들을 위해 자수하는 길동. 그리고 율도국으로의 이주. 율도국으로의 이주에서는 "울동"이라는 요괴들을 처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울동"이라는 요괴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허생전의 "이상국"과 홍길동전의 "율도국"을 뒤섞어 머리 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율도국에 대한 내용도 내겐 사실 새로운 것들이었다.

 

   [홍길동전]을 읽으며, 이 소설은 "해리포터시리즈"보다 앞선,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공상환타지소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내어 혼란을 주기도 하고, 축지법을 사용하기도 하며 온갖 도술을 다 부리면서 부패한 정치인들이나 종교인들을 혼내 주는 길동이란 캐릭터를 보며, 얼마나 속시원했겠는가...? 물론 길동이 자신의 신분에 얽힌 한을 털어내기 위해 1일 "병조참판"을 요구하는 장면은 신분적 한계를 덜어내지 못하는 한계가 보여 다소 실망스럽긴 했지만 말이다.

   책 말미에는 작가 "허균"의 불행했던 삶과 소설[홍길동전]의 창작배경과 관련된 이야기, 실존인물 홍길동에 대한 이야기와, 홍길동 이야기가 실린 옛 문헌에 대한 소개와 조선시대의 이름난 서얼들에 대한 소개에 이르기까지 [홍길동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다양한 자료들을 싣고 있다. 어린 조카가 한글을 깨우친다면 읽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고,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이야기를 읽으며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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