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를 리뷰해주세요.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 - 문화도시, 이희수 교수의 세계 도시 견문록
이희수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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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공부를 많이 해둬야겠다. 영어는 국제공용어로 쓰이고 있으니까, 기본적인 의사소통 정도는 가능할 수준으로 익혀둬야겠다. 사진 찍는 기술이 있다면 더욱 좋겠다. 거기에다 타고 났고나 혹은 노력의 결과이거나 어쨌든 글쓰는 재주까지 있다면 준비 완료다.. 그리고 떠나는 거다. 훌쩍.. 바람 부는 대로. 혹은 발길이 가는 데로.. 그렇게... 여행기를 읽을 때면 늘 부럽다. 그렇게 떠날 수 있음이 부럽다. "현실"이란 두 글자에 발목 잡혀 마음만, 떠나고픈 마음만은 벌써 지구 몇 바퀴를 돌고도 남았을테다.

 

    여행기를 읽었다.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 글쓴이는 이희수 교수. 예전에 tv에서 아랍에 대한 강의를 시리즈로 본 적이 있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그 강의를 하셨던 분이다. "저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국립이스탄불대학교 최초의 한국 유학생으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0년 동안 터키,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슬람 문화를 연구했다."(책 앞날개)  글쓴이에 대한 이런 소개 때문인지, 예전에 보았던 그 강의 때문인지 이 책에서는 이슬람문화권의 도시들에 대해서만 소개하고 있지 않을까 지레 짐작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포르투갈의 포르투, 에스파냐의 마요르카 섬, 프랑스의 아비뇽, 이탈리아의 밀라노, 피렌체, 그리스의 크레타섬, 체코의 프라하, 터키의 안탈리아, 이집트 룩소르, 알제리의 알제,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파키스탄의 라호르, 러시아의 이르쿠츠크,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 캐나다의 벤쿠버, 미국의 시애틀까지 다양한 국가 다양한 도시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대체 몇 개국의 몇 개 도시인가...

 

   떠나고 싶다. 비위가 약한 편이지만 포르투 동 루이스1세 다리 밑의 깔끔한 레스토랑에서 먹는 트리파스("내장과 흰 강낭콩을 푹 삶아 양념과 함께 버무려 먹는 음식"(p20))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대구만 한 도시에 미술관이 101개, 도서관이 251개, 극장이 79개, 영화관이 249개"(p61)나 있다는 밀라노에 가서는, 못 알아듣더라도 연극 한 편 보는 여유를 누려보고 싶다. "바닥까지 들여다보이는 맑고 투명한 바닷물 덕택에, 낚싯밥을 물려는 물고기들이 훤히 다 보"(p124)이는 안탈리아의 바닷가에서는 골라잡는 재미가 있다는 그 낚시를 즐겨보고 싶다.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그 따뜻한 미소"(p166)를 짓고 있다는 앙코르와트 사원에 가서는 잠시 내 삶의 고단함도 내려두고 싶다. 언젠가는.. 그렇게 떠날 수 있겠지.....?

 

 

   더러는 여행기 글쓴이들의 카메라렌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여행자들이 영원히 담아두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이미는 그 풍경을 고스란히 새겨두고 싶어서... 두껍지 않은 책에 적지 않은 도시들을 둘러본 이야기를 담은 터라, 여행기가 너무 간략하다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간결함이 오히려 더 마음에 더 많은 이야기를 품게 했던 책이기도 하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인이므로......"(p93) 그리스의 작가 카잔차키스가 생전에 지었다는 그 묘비명.. 나는 두렵다. 훌쩍 떠날 수 없는 고단한 삶만을 영위하게 될 까봐.. 그리고 나는 많은 걸 바라게 될 것 같다.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싶은 카메라렌즈마냥... 나는 아직 자유인이 아닌 모양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다양한 나라, 다양한 도시,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간결한 여행기.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모든 독자층에게 다 괜찮을 것 같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인이므로....." 

*잘못된 글자

15쪽 상 프란시스쿠 성당을 나오면 황해 왕 엔리케 -> 항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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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쾌인쾌사
이수광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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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사고방식, 생활양식의 수준에서는 상상도 짐작도 잘 되지 않는,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옛날 이야기" 속에서 더 많은 재미를 찾게 되는 건 개인적인 취향 탓이리라.. [조선사 쾌인 쾌사]라... 그간 "史"자 달린 책에서 접하지 못했던 "쾌快"라는 한 글자에 끌려서 펼쳐든 책이다.

 

     경제가 어렵다. IMF경제 위기 때보다 체감 경기는 더 나빠졌다고들 한다. 글쓴이는 "이 책은 유쾌, 상쾌, 통쾌한 책이다. 조선 500년 역사에서 가장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이야기를 가려 뽑았다."(p5)고 한다. 다들 어렵다고들 하는 때 역사책을 통해 웃음을 선물하고 싶었나 보다. 글쎄..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내가 생각하기에, "조선500년 역사에서 가장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이야기"라는 글쓴이의 생각은 어디까지는 글쓴이만의 혹은 글쓴이와 취향이 비슷한 독자층에 한해서 공감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그닥 유쾌하지 않았고, 결코 상쾌하지 않은, 그렇다고 통쾌한 웃음을 날린 적은 없었으니까... 그래. 이것도 취향의 문제라고 해두자. 분명 이 책을 유쾌상쾌통쾌하게 읽은 사람들도 있을테니 말이다.

 

   제목을 통해 기대했던, 그리고 처음 책을 펴들며 기대했던 내용은... 소위 일반적인 역사서에서 다루는 왕실 중심의 정치 중심의 역사이야기가 아니라, 큰 줄기에서 뻗어나온 곁가지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재미있지만 주류 역사서에서 그늘로 처리된 "야사"혹은 "일화"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그런 기대를 갖고 책을 읽었기 때문일까, 4장(쾌인快人, 쾌사快事, 쾌시快詩, 쾌담快談)으로 구성된 이 책의  초반의 이야기는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신숙주의 손자라는 신용개의 술과 관련된 이야기며, 오성과 한음이라는 이야기로 유명한 이항복의 해학 넘치는 사건들. 그리고 김삿갓의 방랑에 얽힌 안타까운 사연이며, 정종의 아들 순평군의 선택적(?) 무식함과 관련된 이야기까지... 읽으면서 더러는 안타깝고 더러는 웃으며 그들의 삶을 생각케 했다.

 

    하지만 2장(쾌사快事) 후반부터는 그 시대의 음담패설로 일관하고 있어 그닥 유쾌하진 않았다. 글쓴이에겐 아주 미안한 말이 될 것 같은데,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그저 그런 야사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독서의 목적이야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술자리에서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역사 속의 가십꺼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 청소년에겐 나중에 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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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신화 - 그림에 깃든 신화의 꿈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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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같은 신화].

   그래.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을 때면 그림에 대해 알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아니 서양의 명화라고 하는 그림을 볼 때면,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을 때가 더 많았던 것도 같다. 성경과 그리스로마신화는 서양문화를 이해하는 기본틀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서양인들의 오래된 가치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성경과 그리스로마신화에 녹아있을 뿐더러 각종 예술 작품들을 통해 재해석되는 걸 본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리스로마 신화는 재미가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이해하기 힘든 관계의 설정이나 인물 혹은 사건사이의 관계가 실타래 같이 엉켜있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다. 어떤 이야기의 원인이 다른 이야기의 결과가 되기도 하고 다른 버전에서는 그 반대의 관계가 성립하기도 하는... 그래서 헷갈리고 섞여서, 읽고 나면 더 혼란스러워지기도 했다.

    "당신도 알다시피 신화에는 절대적이고 분명한 사실보다 이것저것 다양한 가설이 많아요.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신화의 본질로 다가가게 하는, 그 안에 담긴 비밀을 풀 수 있게 하는 열쇠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나는 가끔 해요."(p144) 그리스로마신화와 관련해서는 몇 권의 책을 읽었기에, 상식수준에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또 몰랐던 많은 이야기들 신화 속의 인물(신들이니까 신물이라고 해야하나...?)들을 발견하고서 "아하.. 그렇구나.."를 연발해야 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책이다. 신화와 그림이 그림처럼 어우러진...책에는 사랑, 욕망, 슬픔, 외로움이라는 네 개의 큰 주제 아래 16개의 신화가 실려 있다. 그 네 개의 주제는 그러나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글쓴이는 더러는 일기처럼, 편지처럼, 혹은 혼잣말처럼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글쓴이가 보는 신화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같은 신화를 두고도 보는 방향에 따라서 얼마나 다른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는가를 생각했다. 그간 내가 보아온 몇몇권의 신화는 글쓴이가 대부분 남자였다. 하지만 이 책의 글쓴이는 여자다. 그래서인지 남자들이 들려주는 신화와는 또다른 말랑말랑하고 감성적인 면이 많이 느껴졌다.  

    너무나 인간적이라 오히려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그리스로마신화, 그 이야기를 담아낸 그림 같은 그림들 덕분에 눈이 즐거웠던 책.. [그림 같은 신화].

 

    "나쁜 시작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삶의 희망이다."(p181). 그것이 희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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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못 된 세자들 표정있는 역사 9
함규진 지음 / 김영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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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다 핀 꽃들이 왜 이렇게 많았을까."(p16) 왕이 되지 못한 세자들이 몇이나 될까 싶었는데 의외로 많다. 조선의 왕이 27명인데, 이 책을 통해 본 [왕이 못 된 세자들]은 모두 12명이나 된다. 그들이 만약 세자에 그치지 않고 왕이 되었더라면,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과는 많이 다른 모습의 조선 역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이 책을 읽으며 했다.

 

    뭔가 "될 수 있었"지만 결국 "되지 못한" 인물들의 이야기라서 그럴까. 이 책에 등장하는 12명의 인물들을 하나로 꿰는 바늘은 아마도 "울鬱"이란 한 글자가 아닌가 싶다. "우울憂鬱, 울분鬱憤, 울화鬱火........ 略.......... 그것은 조선이 북방민족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중화를 따르는 성리학의 나라가 되기로 했을 때부터, 만주 벌판을 내달리던 말에서 내려 성학聖學에 힘쓰는 선비형 군주가 되기로, 그를 위해 코흘리개 때부터 글공부에만 전념하는 세자 교육제도를 마련하기로 했을 때부터 조선의 옥좌에 똬리를 틀고 기생해온 악령이었다."(p137)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들은 최초의 세자 이방석으로부터 조선 역사의 마지막 세자 영친왕 이은까지다. 그 중에서 의경세자 이장, 순회세자 이부, 효장세자 이행, 문효세자 이향, 효명세자 이영 등은 병으로 요절했기 때문에 왕위에 오르지 못했던 인물들이고 나머지 일곱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왕위에 오르지 못했던 인물들이다. 어느 누구의 인생사가 물 흐르듯 그렇게 순탄하기만 했겠냐만은.. 왕조 국가의 지존인 왕이 "될 뻔"했던 인물들의 인생이야기 치고는 너무 우울했다. 되지 못하고 "될 뻔"했기에 어쩌면 그 우울함은 예견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간 역사 전면에 부각되지 않았던 [왕이 되지 못한 세자들]의 이야기이기에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다. 특히 영친왕 이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는데, 책을 통해 만난 그의 삶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가슴 한 켠이 짠했다. "그는 적극적 친일파가 될 만큼 지조가 없지도 않았고, 일본인들 틈에서 탈출하여 독립운동에 뒤어들 만한 배포가 있지도 않았다. ...... 略........ 하지만 끝내 떨쳐버리지 못한 모호한 정체성 .........略....."(p247) 친일파로 평가받기도 한다지만 글쎄다. 모든 친일파들에게도 해당되는 변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기존의 역사학계의 정설과는 시각을 달리하는 글쓴이의 새로운 역사보기였다. 글쓴이는 소현세자와 강빈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아니, 지나치게 미화된 두 인물에 대해 진실 그대로를 보려고(?) 노력한 글쓴이이의 시도는, 낯설 정도로 새로웠다. 그간 내 머리 속에 그려져 있던 선구자적인 이미지의 소현세자와 강빈의 모습은 과연 얼마만큼 사실에 가까운 것인가를 의심케 했다.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서 죽었고,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은 사실 그의 친정을 위한 정치적인 변명이었다고 보는 기존의 정설에 대해서도 글쓴이는 반대하고 있다. 

   사도세자와 소현세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했던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역사지식이란 게 얼마나 보잘 것 없느냐 하는 것. 소현세자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혜경궁 홍씨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여겼었는데, 사실 그 시각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내가 그간 보아온 역사서 저자들의 시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사 전면에 등장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인물들. 영원한 2인자로 생을 마감하고 만 안타까운 사나이들의 이야기가 가씀을 짠하게 하는 책이었다.      

 

 

 

*

 155쪽의 화완옹주에 대한 설명 : "정처(鄭妻 : 화완옹주가 정후겸과 혼인했었으므로....)" 라는 부분과 165쪽의 "한확은 딸을 명나라의 후궁으로 보냈고,"라는 구절은 잘못된 표현인 것 같다. 정후겸은 화완옹주의 양자로, 명나라 영락제의 후궁이 된 사람은 한확의 딸이 아니라 두 명의 누이로 알고 있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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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빌 클린턴까지, 세계사를 수놓은 운명적 만남 100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에드윈 무어 지음, 차미례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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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을까....?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는 제목은, 역사에 호기심이 많은 나 같은 독자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다. 역사를 움직인 만남이라니 대체 어떤 인물들의 만남일까. 궁금했다. 무척 궁금했다. 음.. 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니 많이 아쉽다. 제목을 통해 내가 기대했던 엄청난 "비밀"에 대한 신기한 발견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글쓴이는 "에드윈 무어". 영국인이고, "20년 가까이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가 은퇴,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중"(책 앞표지)이란다. 이 책에서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100건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싣고 있다.  글쓴이가 영국인이라 그런지 그 100건의 만남은 대부분 영국 혹은 영국과 관련된 유럽이나 인도, 미국에 대한 이야기로 일관하고 있다.

 

   글쓴이는 이 책에 포함시킨 만남의 선정 기준이 세 가지라고 밝히고 있다. "첫째는 만남의 당사자들이 모두 유명인사일 것, 둘째는 양자가 모두 서로의 존재에 대해 깜깜한 상태에서 우연히 잠깐 마주칠 것, 셋째는 그 만남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것"(p6).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역사적 지식의 부족 탓인지는 모르겠으되, 만남의 당사자들이 내겐 유명인사들이 아니라 낯선 인물들이 너무 많았다. "무식한 독자"인 내가 책 속의 등장인물들에 대해 "깜깜한 상태"에서 우연히 이 책 속에서 그들을 처음 만나 이질적인 느낌이랄까....

 

   영국의 윈스턴 처칠과 미국의 소설가 윈스턴 처칠이 만났을 때 "윈스턴 처칠 씨, 윈스턴 처칠 씨입니다."(p309)는 소개말 따위는 뭐 그나마 괜찮았다. 베토벤과 괴테가 만나서 서로 팔짱을 끼고 산책을 하다가 공작 일행을 만났을 때, 괴테는 공손히 인사를 한 데 반해 베토벤은 "팔짱을 낀 채 계속 똑바로 걸어"(p206)갔다는 테플리스 사건 같은 이야기도 강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런 몇몇의 만남을 제외하곤 대체 그 만남들이 어떤 "실질적인 의미"가 있었는지, 내 짧은 역사적 지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책이 산만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저자가 뽑아놓은 100개 항목 중에는 만난 두 사람에 대한 설명이나 당시의 역사적 배경 따위는 거두절미하고 만남만 요약해서 뽑은 것이 많다."(p438 옮긴이의 말) 그래서 옮긴이는 "한국판을 새로 만드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보충 자료를 찾고,... 略... 많은 정보와 인물 설명을 보충하며 번역 작업을 했다"(p438)고 한다.

 

   하지만 영국인이 아닌 내가, 더군다나 역사지식도 너무나 얄팍한 내가 읽기엔 다소 산만하고 어려웠던 책. 같은 글이라도 배경지식의 유무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읽히면서도 역사에 대한 유용한 지식을 얻고자 이 책을 펼쳐들었지만 역사공부를 조금 더 하고 나서 펼쳐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는지는 나중에 역사 공부가 조금 더 되고 난 후에 판단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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