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 - 달인편 건방진 우리말 달인 시리즈 2
엄민용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아. 부끄럽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부끄럽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껏 내가 끄적거렸던 글은 대부분이 비문非文, 악문惡文이었다는 결론을 얻고 말았다. 내가 쓴 글이래야 책을 읽고 난 뒤에 쓴 서평이 대부분이다. 내 글이고 내 감상이니까, 내 마음 가는대로 그렇게 써왔는데, 그 글들을 글쓴이가 조목조목 나무라는 것 같다.  이건 이래서 잘못 됐고, 저건 저래서 잘못 됐다고...

 

   두렵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서평을 쓰자니 두렵다. 분명 읽었는데도, 쉽고 재미있는 책이라 읽으며 연방 고개를 끄덕였으면서도 자신이 없다. 글쓴이의 날카로운 지적을 비껴갈 자신이 없다.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이 또 한편의 비문非文 혹은 악문惡文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까봐 두렵다. 오늘따라 이 빈 종이가 더 커 보인다.  그래도 써본다. "글쓰기 실력을 가장 빨리 키우는 비법은 아주 단순해. 무조건 쓰는 거야. 남의 도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써 보는 거야."(p302)라는 글쓴이의 말을, 핑계삼아 의지 삼아 무조건 써본다.

 

    글을 쓴 사람은 엄민용,  "일간지 교열기자와 아나운서들의 모임인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부회장"(책 앞날개)인 분이란다. [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은  "<건방진 우리말 달인>에 이어 이 책은 특히 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많이 쓰는 단어만 모아 이해하고 외우기 쉽게 풀이했다. 게다가 띄어쓰기, 외래어 표기, 글쓰기 비법까지 모두 담"(책 앞날개)고 있는 책이란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쓰고 있는 말과 글에 대한 길잡이(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 말을 제대로 말하고, 제대로 글로 써왔는가를 반성하게 하는 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우리 말이고 우리 글이기에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해 왔다는 것. 잘 못 쓰고 있는 우리 말, 글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행가래(헹가래O/p126), 끝발(끗발O/p107), 째째한(쩨쩨한O/p100), 엄한 사람(애먼 사람O/p45), 걸판지게(거방지게O/p174) 따위의 말이 잘못된 말인지 모르고 썼다. 의심해 본 적 없고, 제대로 알고 써야겠다는 생각은 더군다나 해 본 적이 없었던 거다.

 

   우리 말, 글에 대한 글쓴이의 생각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는 책이기도 했다. 현 대통령의 "엉터리 국어실력"(p65)에 대해 지적하기도 하고,  몇몇 정부 문서에 대해서는 "우리말 공부를 한창 하고 잇는 외국인이 써 놓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p66)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우리가 널리 쓰는데 비표준어로 규정된 말 중에는 북한이 문화어로 삼은 것이 왜 그리 많은지 그 속사정을 도저히 모르겠"(p174)다고 혹시 "표준어를 정하는 기준에도 이데올로기의 음산함이 배어든"(p175)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말과 글이 그 것 자체로 하나의 생명체 같다는 생각도 했다. 시간이 가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도 하는 반면, 없어지기도 하고, 다른 의미가 더해지기도 하고, 원래의 의미가 사라지고 다른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생명을 가진 말과 글. 그러니까 항상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제대로 알고, 제대로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잘못 사용한 말의 예로 들고 있는 일간 신문들의 인용방식. (조선일보), (연합뉴스) 등 신문 이름만 거론하고 있는데, 그 신문의 몇년도 몇 월 며칠의 기사인지를 알려줬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 기사에서"만"(?) 잘못 사용한 말일텐데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으니, 그 언론사 전체가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는 문제 집단처럼 생각된다는 건 괜한 걱정일까..?

 

  "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을 자청하고 있지만, 그다지 건방지게 느껴지지 않는, 매력적인 우리말 배움책. "이녁"이라는 호칭이 낯설지만 정감 있게 들렸던 책. 음.. 이제는 거꾸러 "덜" [건방진 우리말 달인]도 만나봐야 할 차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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