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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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못된 독서버릇 중 하나가 

인기있는 혹은 주목받는 소설은 그 당시에 잘 보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뭔가 거대한 흐름에 나도 따라가듯 떠밀리는 느낌이 들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김경욱의 소설도 하도 주위에서 들리는 얘기가 많아 안 읽으려다가 

그럼에도 또 하도 들리는 얘기가 많아 읽었다 

어, 재밌는데 

 

김경욱 소설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그의 다른 소설도 찾아 읽고 있는데, 위험한 독서를 읽으면서 좋았던 것은 

다양한 책이 등장하고,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그 안에, 바닥에 깔린 

인물, 인간에 대한 화자 혹은 작가이 태도 때문이다 

확정짓고 확답을 찾으려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찾아헤매는 느낌? 

'수진은 원하는 대답을 듣기를 고대했지만 원하는 대답을 듣게 될까 두렵기도 했다.' 

-공중관람차를 타는 여자  에서 

딱 이런 느낌이다 

 

이전보다 생각의 폭이 확장된 것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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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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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에는. 

너도나도 설명하고 말하려고만 들지 아무도 담담히 들어주거나 별거 아니라는 듯 툭 내어놓진 않는다 

자신에 대해, 자신의 생각에 대해 기를 쓰고 설명하고 설득하려 달려드는 모습을 보면 숨이 턱 막히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가만히 옆에 앉아 있는다 

굳이 설명하거나 이해시키려 하지 않고 그냥  

툭 

소설이다 

취향에 따라 어떤 이는 너무 가볍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벼우면 어떤가. 어차피 우리 삶이 가벼운 것을 

가벼운 것을 가볍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점에서 나는 무심하게 바라보는 이 시선이 좋았다 

무심하지만 무심하지 않은 이 시선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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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에는 커피가 없다
김경욱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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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 나는 10대였다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 학원에서 엉뚱하게 영웅본색을 배웠고 

중학교 때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와 김성재의 죽음에 절망했으며

고등학교 때는 에쵸티의 텅빈 화려함에 열광했다 

 

이제 2000년이고 나는 20대이다 

김경욱의 '바그다드 카페에는 커피가 없다'에는 90년대가 있다 

빗발치는 총알은 주인공을 피해가고, 무엇보다 코트자락을 휘날리는 것이 중요한 

폼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 

하늘 아래 유일할 것만 같던 스타도 돌연 사라지고, 열광하는 것들은 텅비어 있을 뿐이던 그때 

 

소설도 그와 같다.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뽐내듯 각종 영화가 난무하고 수식 가득한 문장이 줄줄이 엮여있는 소설은 20대의 작가가 살았던 90년대 그리고 10대의 내가 살았던 90년대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90년대가 지독히 잘 담겨 있다는 점에서 마치 어린시절 잃어버린 보물상자 하나 발견한 듯 아련해지는 것 하나 만으로도 나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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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는 일
전성태 지음 / 창비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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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담이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입담이 쎈 사람들은 뻥튀기 장수처럼 과장하고 부풀리고 자기 맘대로 만들어 버리니까 

그래서 소설에서도 입담이 느껴지는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라? 이건 좀 다르네 

친구가 하도 좋다고 해서 봤는데 정말 좋았다 

이리저리 이야기를 굴리는 맛은 결과 과장되거나 부풀지 않고, 오히려 담백하고 직선적이다 

 

역시 글이 짧은 나는;;; 소설의 한 부분을 인용해야겠다 

 

"선생, 해학은 어떻게 얻을 수 있습니다?" 

어느덧 나는 그를 선생으로 부르며 제법 진지해져 있었다. 

"글쎼올시다, 캄캄한 삶을 밞아야겠지요. 그러면 말이 자연히 따르지 않겠소? 요새 사람들, 캄캄한 이야기를 싫어할 것 같지만 실상은 없어서 못 듣는 것이리다." 

"그럼 흔한 말로 진창에서 구르며 겪어봐야 한단 말입니까?" 

"나는 그 말을 안 믿소. 자기연민은 공연히 억지가 되기 십상이지. 그저 남 이야기나 재미나게 듣는 수밖에. 절실하면 남 얘기가 내 얘기가 되는 것 아니겠소?" 

-'존재의 숲'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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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정지아 지음 / 창비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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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설 제목 치고 참 심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행복'이라는 단어는 단순하고 밋밋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제는 '행복'이나 '사랑', '믿음'과 같은 단어들은 다른 단어로 대체되고 있다 

그런데 '행복'이라니 

 

나는 자전적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전적 소설은 뭔가 오로지 자기 만족을 위해 쓰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좀 다르다  

서늘함을 가진 화자를 애써 설명하려하지 않는다 

그걸 설명하려 들었다면 그저 그랬을텐데, 설명하고 포장하고 덧붙이기보다 

그냥 나는 이래, 라며 가만히 앉아 있는 듯한 느낌? 

  

어쩌면 누군가는 이걸 읽고 뭐가 '행복'이야,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행복 

나도 '행복'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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