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카페에는 커피가 없다
김경욱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1월
평점 :
절판


90년대에 나는 10대였다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 학원에서 엉뚱하게 영웅본색을 배웠고 

중학교 때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와 김성재의 죽음에 절망했으며

고등학교 때는 에쵸티의 텅빈 화려함에 열광했다 

 

이제 2000년이고 나는 20대이다 

김경욱의 '바그다드 카페에는 커피가 없다'에는 90년대가 있다 

빗발치는 총알은 주인공을 피해가고, 무엇보다 코트자락을 휘날리는 것이 중요한 

폼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 

하늘 아래 유일할 것만 같던 스타도 돌연 사라지고, 열광하는 것들은 텅비어 있을 뿐이던 그때 

 

소설도 그와 같다.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뽐내듯 각종 영화가 난무하고 수식 가득한 문장이 줄줄이 엮여있는 소설은 20대의 작가가 살았던 90년대 그리고 10대의 내가 살았던 90년대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90년대가 지독히 잘 담겨 있다는 점에서 마치 어린시절 잃어버린 보물상자 하나 발견한 듯 아련해지는 것 하나 만으로도 나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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