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당신이라는 안정제
김동영.김병수 지음 / 달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나의 시선을 끄는 단어를 나열하자면. 여행, 심리, 마음, 안정 등등.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내 마음의 안정을 위한 여행을 생각한다. 떠났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생각만 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됐다. 책의 작자는 여행작가와 그의 정신과 주치의. 두 사람이 하나의 화두로 각자 쓴 짧을 글을 모은 책이다. 읽기 전에는 우울증을 깊이 앓고 있다는 여행작가의 글이 궁금했지만. 읽으면서 그의 주치의인 의사의 글에 더 끌렸다. 어쩌다보니 주변에 마음이 아픈 사람, 힘든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된다. 나도 건강한 건 아니다. 나도 힘들고 지치고 짜증도 심하고 가끔 몇 년에 한 번씩은 무기력에도 시달리고...아마 여기서 '나도 그래'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마음이 건강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또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부침은 사실 우리가 건강해서 느끼는 것이다. 마음이 아픈, 장애를 가진 이들이 느끼는 통증은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의 것이리라. 그래서 늘 궁금했다.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 걸까. 어떤 면을 왜곡하는 걸까 또는 생략하는 걸까.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의 마음이 어떤지 아주 조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두 작자가 쓴 글 중에서 남기고 싶은,

이 책을 읽은 사람도 안 읽은 사람도 한 번 더 봤으면 좋겠을 내용을 남기고 리뷰를 마친다.


 

-

  행복이라는 모호한 관념어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흐리게 만들지는 말아야 합니다. "행복해지고 싶다"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느낌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느낌과 그 느낌을 가져다주는 상황을 간절히 원한다고 말해야 합니다. "나는 불행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아프다"라고, "나는 행복하지 않다"가 아니라 "나는 지금 외롭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p.137




-

  그때부터 나는 아프다는 말 대신 '괜찮지 않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괜찮지 않다'는 말은 내게 아프다는 말이었고 당신에게 해줄 것이 없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괜찮다'는 말은 아프지 않다는 것이며 당신에게 뭔가 해줄 수 있다 그리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p.2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참 좋아하던 일러스트였다.

 

카톡 프로필로도 자주 쓰고. 토끼가 참 귀엽고 표현되는 감정들이 다양하고 깔끔해서 좋아하던 캐릭터였다.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게 이런 사연이 있는 줄 몰랐다.

 

솔직히 책을 산 건,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연민, 안쓰러움과 같은 감정.

에구. 저런. 이런 탄성이 먼저 나오는 감정 말이다.

 

책을 읽으며 구작가에겐 귀가 들리지 않는 것보다 더 아픈 상처가 많겠구나 싶었다. 고교 진학까지 힘들었을테며, 일을 시작하기까지도 힘들었을테고, 일이 끊겼을 때도...

 

구작가가 타고난 장애와 앞으로 갖게 될 장애만으로도 아프지만.

 

그가 살아가는 동안 아팠을 시간들이 책에 묻어나는 것 같았다.

 

책은 짧은 글과 밝은 일러스트로 아기자기하게 소소하게 밝게 채워져있다.

그러나 그렇게 표현하기까지 이 책에 표현되지 않은 시간들이 느껴졌다.

 

내가 보낸 시간을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응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

 

(조금 덧붙이면...짧은 글...글은 좀......좀만 더 손봤으면 좋았을 걸..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목숨 시작시인선 47
박진성 지음 / 천년의시작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인지 이 시집을 처음 펼쳐든 것은 병원에서였다. 생각보다 긴 대기시간에 지루해하다 가방에 있는 책 중에 하나 집어든 것이 바로 박진성의 시집 '목숨'이었다. 병원 대기실에서 펼쳐든 시집은 내 엉덩이를 썩 불편하게 했다. 

'목숨'이라는 제목으로 쓰인 시들과 '반 고흐'를 생각케 하는 시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삶이나 병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이리저리 보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더 눈에 띄었다. 피상적인 '삶'이나 '병'이 아니라 '내 삶'이고 '내 병'이다. 

동백 신전 

동백은 봄의 중심으로 지면서 빛을 뿜어낸다 목이 잘리고서도 꼿꼿하게 제 몸 함부로 버리지 않는 사랑이다 파르테논도 동백꽃이다 낡은 육신으로 낡은 시간 버티면서 이천오백 년 동안 제 몸 간직하고 있는 꽃이다 꽃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 먼 데서부터 소식 전해오겠는가 붉은 혀 같은 동백꽃잎 바닥에 떨어지면 내 입에 넣고 싶다 내 몸 속 붉은 피에 불지르고 싶다 다 타버리고 나서도 어느 날 내가 유적처럼 남아 이 자리에서 꽃 한 송이 밀어내면 그게 내 사랑이다 피 흘리며 목숨 꺾여도 봄볕에 달아오르는 내 전 생애다  

어쨋든 좋았던 시 한 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 2003년 제3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시간에 대해 말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어디 있을까 싶다  

나는 김연수의 초기작품들을 좋아한다. 단편집 '스무살'에서 보여준 파릇파릇한 모습이 최근에 보여주는 세련미보다는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뭐 이런 건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으니, 나는 그렇다는 말이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를 읽으며 내 어릴 적 동네를 떠올렸다. 이제는 십년이 지나지 않아도 강산은 휙휙 변해서, 그리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내 어릴 적 동네는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되었다. 나는 언젠가 그곳을 다시 그릴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자주 그 동네, 그 날들을 떠올린다. 소설을 읽으며 나는 자꾸 떠오르는 내 유년의 동네 때문에 읽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소설에 동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네에는 이웃이 있고 사람이 있다. 이 소설집을 읽으며 좋았던 것은 그 장소에 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애절하게 담겨있다는 것이다. 애절하게, 나는 이런 표현 싫어하는데 때로는 이렇게 흔한 표현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감정도 있다.  

특히 '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에서 아이의 수의를 짓는 여자에게 공양주 보살이 아프지 말아라,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뻔히 예상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울컥 가슴 속 무엇인가 치밀어오르게 만들었다. 동네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될 수도 있는 울컥한 무언가를 가슴에 꾹꾹 담고 사는 사람들. 

그런 면에서 나는 김연수의 소설이 좋았다. 언젠가 나도 이렇게 내가 아이였을 때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못된 독서버릇 중 하나가 

인기있는 혹은 주목받는 소설은 그 당시에 잘 보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뭔가 거대한 흐름에 나도 따라가듯 떠밀리는 느낌이 들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김경욱의 소설도 하도 주위에서 들리는 얘기가 많아 안 읽으려다가 

그럼에도 또 하도 들리는 얘기가 많아 읽었다 

어, 재밌는데 

 

김경욱 소설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그의 다른 소설도 찾아 읽고 있는데, 위험한 독서를 읽으면서 좋았던 것은 

다양한 책이 등장하고,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그 안에, 바닥에 깔린 

인물, 인간에 대한 화자 혹은 작가이 태도 때문이다 

확정짓고 확답을 찾으려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찾아헤매는 느낌? 

'수진은 원하는 대답을 듣기를 고대했지만 원하는 대답을 듣게 될까 두렵기도 했다.' 

-공중관람차를 타는 여자  에서 

딱 이런 느낌이다 

 

이전보다 생각의 폭이 확장된 것 같아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