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 박영택의 마음으로 읽는 그림 에세이
박영택 지음 / 지식채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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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하루는 같은 듯 다르다. 반복된 시간을 살지만 같은 하루는 단 하루도 없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는 생의 마지막 하루가 되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생의 첫 하루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하루는 평범하고도 특별한 것이다. 박영택의 『하루』는 그런 우리네 일상을 그림으로 말한다. 그러니까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을 50편의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새벽이란 시각을 시작으로 깊은 잠으로 빠져들지 못하는 밤까지의 다양한 삶을 모습을 그림, 사진, 조각 등 예술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조금은 특별한 하루 여행이라 해도 좋겠다.

 

 책은 하루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채워지고 어떤 감정들로 새겨지는지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하게 담아 낸다. 시간의 흐름으로 소개하는 예술 작품은 놀랍게도 우리의 삶과 너무도 비슷하다. 아니, 똑같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어떤 그림은 따뜻하고, 어떤 그림은 유쾌하고, 어떤 그림은 외롭고, 어떤 사진은 아프다. 감각적인 그림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한 장의 사진에 포착된 생생한 삶의 단면은 수많은 나의 하루와 오버랩 된다. 특히 이런 작품들이 그렇다.  

 

 

 

 김경덕, <일상 - 보물> 32쪽

 

좌혜선, <부엌, 여자> 190쪽

 

 

서상익, <엄마의 정원>196쪽

 

 

 ‘일상은 늘 오늘이다. 그것은 매일매일 다소 지루하게 반복된다. 그러나 그 반복된 과정 속에 미세한 펀치를 만들어놓는 것이 또한 일상이기도하다. 겉으로는 하등의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유심히 그리고 섬세하게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는 경이로운 차이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36쪽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내 주변의 풍경, 내 손길이 닿는 사물들, 내가 매일 보고 사용하는 것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디 사물 뿐인가. 언제나 곁에 있다는 이유로 소홀하게 대해는 가족들에 대한 애틋함도 함께 몰려온다. 한결같은 반복이 주는 고마움을 생각한다.

 

 

박강원, <서울 37> 116쪽

 

 

 ‘삶은 이렇게 찰나의 우연적인 것들로 응집되어 있고 신기루처럼 허망하게 되어 있다. 매일 반복되지만 이 장면은 다시는 반복될 수 없다는 것이 공존하는 것이 일상이다. 매일매일 이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도 있겠고 또는 처음으로 이 길을 오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시는 이곳에 이들이 이렇게 모여 있을 수는 결코 없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매 순간순간의 장면은 단 한 번뿐인 마지막 ‘씬’이다. 유일무이한 장면인 것이다.’ 120쪽

 

 

 

이동환, <문득 깨어 있는 밤> 296쪽

 

 

 ‘잠이란 스스로의 몸으로 시작해서 끝을 함께하는 신비한 여정이다. 그것은 그 누구와도 동행할 수 없고 공유할 수도 없으며 삶과 죽음과 마찬가지로 페쇄적이고 고립된 한 인간의 육체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잠들기는 평화롭고 행복하고 편안한 일임과 동시에 예측할 수 없고 장담할 수 없으며 불안하기도 한 일이다.’  298쪽

 

 잠들지 못하는 밤을 경험한 이라면 이 그림 속에 그대로 스며들지도 모른다. 내일이 온다는 당연한 사실이 잔인하게 느껴질 지도 모를 누군가에게도 마찬가지다. 숨가쁘게 지나온 하루를 끝내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들지 못하는 밤, 뒤척이다 불을 켜기도 할 것이다. 

 

 하루라는 시간을 이처럼 다양한 시선으로 마주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가장 편안 공간이 주는 휴식, 먹고 치워야 하는 일상, 치열할 수밖에 없는 현실, 고독하고도 허무한 순간, 숨기고 싶었던 내면의 불안과 슬픔까지 잘 전달하고 있다. 그림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들이 조금 더 크게 실렸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안다. 현재의 순간, 이 하루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하루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하루를 가만히 돌아볼 만큼의 여유는 없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말을 건다. 나만의 하루를 어떻게 채우고 있는지 묻는 것이다. 그리고 살포시 손을 내민다. 얼마나 바쁘게 보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반복되는 일상으로 지나치고 있었던 삶의 풍경들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그 하루로 이어진 삶의 조각들을 통해 현재의 나를 생각한다. 어제였던 오늘을 어떻게 보냈는지, 내일은 또 어떻게 보낼지 말이다. 이제 나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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