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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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변한다고 했던가, 하나라고 했던가. 사랑이라는 순수한 감정,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이 되기도 한다. 영원한 문학의 소재인 사랑, 19세기 고전 <겨울> 속 사랑은 암울하면서도 처절하다.  <겨울>은 19세기 미국 뉴잉글랜드의 작은 마을을 스탁필드가 배경인 액자 소설이다. 화자는 스탁필드 부근의 발전소에 파견 근무자로 역마차를 몰고 다니는 절름발이 이선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다. 폭설로 인해 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선의 집에서 만난 두 여자, 24년 전 한 남자와 두 여자 사이에 일어난 끔찍한 사고는 무엇일까?
 
 슬픈 운명을 짊어진 남자 이선은 화학자나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지만 병든 어머니를 돌봐야 했기에 마을을 떠날 수 없었다. 어머니의 질병을 잘 알며 간호해준 지나와 애정없는 결혼을 하게 된다.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에 매티의 등장은 새로운 삶의 목표가 된다. 애정없는 결혼 생활을 지속하며 아픈 자신을 떠날까 두려웠던 지나는 점점 더 괴팍해져 간다. 지나의 조카로 스탁필드를 떠나서는 아무데도 갈 곳이 없는 매티는 지나를 대신해 살림을 도와주며 자신에게 친절한 이선에게 사랑을 느낀다.

 지나가 읍내로 치료를 받으러 집을 비운 하루 밤, 이선과 매티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황홀한 밤을 보낸다. 돌아온 지나는 둘 사이를 눈치채고 매티를 대신할 사람을 구해 매티를 집에서 내보려한다. 아내와 이혼하고 사랑하는 매티와 떠나고 싶은 이선은 현실을 벗어날 수 없어 괴로워한다. 같은 마음이었던 매티와 결국 이별이 아닌 영원한 삶, 죽음을 택한다. 매티와 썰매를 타고 언덕밑의 느릅나무에 부딪혀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운명은 매티에겐 척추가 부러져 평생 의자에서 살게 했고 이선은 절름발이가 되었다. 지나와 매티는 서로의 위치가 바뀌어 살게 되고 이선의 운명은 두 여자를 돌보는 것.

 소설은 스탁필드의 겨울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하며 주인공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매티를 떠나보내야 하는 과정에서 이선의 마음에 대한 표현이다. 「이선은 자신의 가슴이 밧줄로 묶여 있고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시시각각으로 그 밧줄을 바짝 조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p162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선의 슬픔이 서려 있다.

「작은 길은 오후의 햇빛아래 나무줄기가 붉은색으로 바뀌고 눈 위에 연푸른 그림자를 던지는 소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숲으로 들어갔을 때 산들바람이 그치고 따뜻한 정적이 땅에 떨어지는 솔잎과 함께 나뭇가지에서 내려앉는 듯했다. 눈이 하도 깨끗해서 숲에 사는 짐승들의 조그마한 발자취도 그 위에 복잡한 레이스 모양을 남겨놓고 있었으며, 그 표면에 붙어 있는 푸르스름한 솔방울들은 청동 장식품처럼 서 있었다. 」p 167~168 순백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자연, 그 속에서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볼 이선과 매티의 시선이 느껴진다.

 순수한 마음이라고 강조해도 매티와 이선의 관계는 불륜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지나에 대한 사랑이 없었기에 매티에 대한 이선의 사랑은 이해받을 수 있는 것 일까? 죽음을 선택하게 한 사랑은 결국 그들에게 굴레로 남고 말았다. 각자의 봄을 꿈꾸었던 세 사람에게 더이상의 봄은 오지 않고 그 해 겨울만이 지속된다. 남편을 곁에 두었지만 매티를 돌보게 된 지나, 평생 사랑하는 매티와 함께 할 수 있게 된 이선 둘 중 어느 하나도 행복한 삶은 아니리라. 혼자만의 마음으로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인가 보다. 부질없는 욕망임을 진작 알았더라면 누구 하나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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