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 팬데믹 미스터리
심채윤 지음 / 껴안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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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소재로 한 가상 역사 소설이다.

애초에 민감한 소재를 호불호가 있는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것에서 이 소설은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있다. 한마디로, 인터넷에서나 돌아다니던 음모론들을 모아놓은 것 같다는 거다.

그렇기에 그런것들이 두드러지는, 아니 확실시되는 거의 초반부터 개인 취향에 따라서는 크게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이 소설이 먼 과거나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과 긴밀하게 연결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소설은 일종의 가상역사, 그것도 평행세계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는게 편하다.

그런 관점에서는 나름 흥미로운 가정들이 들어있긴 하다. 이것이 소위 음모론의 (어떻게 보면 유일한) 장점이기도 한데, 얼핏 들으면 진짜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상당히 그럴듯한 설명들의 나열로 이루어져 있기에 나름 SF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것을 끝까지 유지하지는 못했다는 거다. 이것은 음모론이 가진 한계 중 하나로, 특정 부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거나 설명을 덧붙이는 건 잘 하지만 서사를 갖춘 일관된 얘기로까지 정리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특징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요소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아 그것들을 모아놓고 보면 결국 얼토당토않은 소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이 소설은 단일 작가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 후자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으나, 전자의 문제는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음모론적인 요소는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발단 정도에 불과한 것이라 그것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로 풀어낼 것인지는 오로지 저자 자신이 채워넣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이걸 썩 그렇게 잘 하지 못했다.

뒤로 갈수록 설정이나 상황 전개가 허술해지고, 그에 따라 이야기도 좀 황당한 면을 보인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이 그러해서 그럴듯함보다는 의문이 더 많이 느껴졌다. 굳이 현대를 배경으로 삼은 게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국뽕 요소를 어설프게 집어넣은 것도 별로였다. 꼭 막강한 뭔가를 보여주는 게 아닐지언정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와 같은 카타르시스라도 느껴지면 또 몰랐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어서 도리어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왕 음모론과 국뽕을 주요 요소로 잡았다면, 차라리 끝까지 뻔뻔하게 밀어붙였으면 어땠을까.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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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서
정용대 지음 / 델피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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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서’는 왁싱숍에서의 의문의 살인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소설이다.

책을 보기 전부터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과연 왁싱과 사건을 어떻게 연결했을지, 또 그걸 등장인물들의 서사로 어떻게 보여줄까 하는 거였다.

그런 점에서 꽤나 훌륭한 연결점을 만들어 보여준 것에는 먼저 칭찬을 하고 싶다. 왁싱의 이모 저모를 얘기하면서, 그를 통해 왁싱 업계에서 일류가 되는 것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주인공들이 일류가 되어가는 것도 그럴듯하게 보여주었고, 그러는 와중에 사건의 전모도 왁싱과 관련하여 나름 잘 풀어낸 점이 좋다.

여러 인물들로 시점을 마구 오고간다는 서술적인 측면의 아쉬움이나,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전달하는 것에 그친다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나 그래도 이정도면 소재를 꽤 잘 소화해냈다고 할만하다.

문제는, 주요 소재가 왁싱인데도 막상 그렇게 비중있는 역할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대부분이 이미 다른 방식으로 완성되어있고, 어째선지 모를 헛점 2% 정도만을 채우는데 왁싱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건 굳이 이성적으로 따지자면 그 2%정도가 중요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세부에서 허술함이나 의문스러움을 남기기에 왁싱이 전혀 계획의 화룡점정인 것처럼 여겨지지 않고, 심지어 뒤로 갈수록 핍진성이 느슨해져 마무리에 이르러서는 다소 작가 편의적이라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후반의, 마치 보여줄게 바닥났다는 듯 단편적으로 나열하는 이야기들은 더더욱 ‘충분히 그럴만도 하지’가 아니라 ‘꼭 그렇게 해야돼?’, ‘이러면 되는 거 아냐?’라거나 ‘뭐야 이게?’, ‘이게 말이 돼?’라고 생각케 함으로써 초중반 보여줬던 소재의 소화력을 까먹으며 결국 아쉬움이 남게 한다. 좀만 더 채워넣고 다듬어 보지.

이야기 외적으로도 어색한 문장, 이상한 문장, 도저히 한국어가 아닌 잘못된 문장 따위가 너무 많은 것도 불만스러웠다. 설마 이런게 의도적으로 쓴 건 아닐텐데. 교포 2세나 3세가 자비 출판을 한 것도 아닌데 작가 뿐 아니라 편집부에서까지 이런 걸 걸러내지 않았다는 것은 퇴고와 교정이 전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한다. 작품 자체와는 상관없는, 쓸데없는 마이너스다.



*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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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그래픽 노블 : 스커지의 탄생 전사들 그래픽 노블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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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졸리(Dan Jolley)’가 쓰고 ‘베티나 M. 컬코스키(Bettina M. Kurkoski)’가 그린 ‘에린 헌터(Erin Hunter)’의 ‘전사들 그래픽 노블: 스커지의 탄생(Warriors: Ravenpaw’s Path)’은 피족 지도자 스커지의 과거를 그린 만화다.

전사들 시리즈에서 피족은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종족 고양이들을 크게 뒤흔들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생활과 생각에도 여러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런 피족을 있게 한, 사실상 피족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스커지(Scourge)’의 이야기를 그린 이 만화는 종족 고양이들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본편 시리즈의 특성상 많은부분 베일에 가려져있던 피족의 성립과 스커지의 캐릭터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는 꽤 흥미롭다.

그가 어째서 그렇게 개인적(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며, 힘의 논리에 의지하는 캐릭터가 되었는지를 작가는 그가 어린시절부터 겪었던 경험에 의한 것으로 그려냈는데 이런 접근법은 전통적이기에 다소 클리셰적이긴하지만 또한 무난하고 크게 억지스럽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기는 했다만…

아쉽게도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를 가능한 펼쳐내는 식으로 진행되는 한국 만화계와 달리 단기 이슈를 기본으로 하며 일종의 비정규직 시장처럼 만들어진 미국 만화계에서 만들어져서 그런지 스커지의 이야기를 채 충분히 풀어내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여러 부분에서 오히려 의문을 남기는 점이 많다.

당장 그가 왜 꼭 그런 캐릭터가 되어야 했는지부터가 그렇다. 그의 과거는 물론 삶의 여정도 단순하게 다루었기에 딱히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저자가 과연 그를 순수하게 미워할 수 있겠느냐고 했던 것과 달리 여러 선택지 중에서 굳이 그런 선택지만을 골라 미운 캐릭터가 된 것처럼도 보인다는 말이다.

피족이 마치 힘의 논리에 의해서 돌아가는 것처럼 그려지는 것과 달리 태생적으로는 별 특출남이 없었던 스커지가 어떻게 그런 힘을 갖게 되었는지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의 주요한 업적 중 하나를 운에 따른 것으로 그림으로써 끝까지 그가 대체 어떻게 피족을 휘어잡을 수 있었으며 타이거스타와 대립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방향성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그걸 충분히 인정할만한 이야기가 부족한 덕이다. 각각의 이슈도 너무 짧고, 전체 분량 역시 그렇다. 슈퍼 에디션처럼 좀 더 충분한 분량을 썼으면 좋았으련만, 아쉬움이 남는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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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가스파르
유애숙 지음 / 문이당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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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가스파르’은 다양한 인간들의 만남과 이별을 담은 소설집이다.

일부러 그러려고 했던 것 같지는 않다. 이 소설집은 그런 이야기, 그런 주제가 담긴 이야기들로 채우려고 한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작가가 주로 써오는 작품이 익숙한 일상에서 이어지는 어찌보면 소소한 인간들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수록작들이 마치 일부러 그런듯 크게 보면 대체로 통일성이 있는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각각은 서로 다른 소재와 이야기로 나름 개성적인 분위기와 감성을 담고있어 어떤 수록작도 중복된다거나 지겹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유사함에서 작가의 작풍을, 다름에서 작가의 창작력을 엿볼 만하다.

주인공들의 생각이나 감성같은 것들도 대체로 쉽게 공감할 만하다. 얼핏 들으면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가 싶은 것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들마저도 그들 사이에 있는 인간적인 사연이나 연결점 같은 것이 차마 그런 선택을 하고만 것 또한 이해하게도 만들기도 할 뿐더러 그들의 사연과 감정을 강조해주는 역할도 잘 해서 긍정적이다. 나름 반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감정적인 이어짐의 일관됨이 반전의 맛 자체는 좀 덜 느끼게도 하나 대신 이야기의 서사와 완성도는 더 높여준다.

소설집 속에서 ‘안개 소리’는 유독 튄다고 할 정도로 유별난데, 이 단편만은 소소한 인간 드라마에서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안개에 쌓여있는 듯 썩 명확하지는 않게 쓰여진 서사는 안그래도 우울한 이야기를 더욱 음울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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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대로 하세요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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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는 그의 5대 희극 중 하나로 꼽히는 수작이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곡들은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상당수가 수작이라고 평가받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쓰여진 시기가 시기이다보니 문체나 표현 등이 다소 옛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를 살리리기 위해 사극과 같은 어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비극에서야 그게 더 무거움을 배가해주는 역할도 한다만 희극에서는 작품 특유의 발랄함이 빛바래게 만드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모든 문장들을 현대적인 것으로 새롭게 썼는데, 그 덕에 막히거나 하는 일 없이 잘 읽히고 희극의 발랄함도 잘 느껴지는 편이다. 오죽하면 등장인물들 중에는 무거운 상황에 처한 이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딱히 그들의 처지가 안되었다거나 심각하게 보이지는 않을 정도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너무 가벼운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이는 이야기의 서사가 다소 허술하며, 갈등을 해소하는 최종 장치도 너무 고전적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식이라서 더 그렇다. 많은 인물들이 나오나 별 의미없이 그저 복작복작한 분위기를 위해 의미없는 등장하는 느낌도 있다. 후반부에서 급작스럽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인물들이 많기에 더 그렇다. 잘 짜여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쉽게 느껴질 만하다.

그러나 그것도 희곡으로서 보면 썩 나쁘지만은 않다. 그만큼 여러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지문없이 대사 나열만으로 되어있기에 어떻게 개작하고 연출하느냐에 따라서 꽤나 즐거운 소동극으로 즐길 수도 있을 듯하다.

이 책은 번역 뿐 아니라 편집에도 나름 신경을 썼는데, 인물마다 대사를 좌측정렬 또는 우측정렬로 표기하여 대화 형식처럼 한 것이 그 하나다. 비록 여러 인물들이 나오고, 진영이라 할만한 것도 다수 있기 때문에 썩 잘 나뉜 느낌까지는 아니나 희곡도 일종의 ‘톡툰’같은 것처럼 편집한다면 훨씬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나쁘지 않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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