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소
앨리슨 몽클레어 저자, 장성주 역자 / 시월이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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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슨 몽클레어(Allison Montclair)’의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소(The Right Sort of Man: A Sparks & Bainbridge Mystery)’는 매력적인 배경과 캐릭터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갓 끝난 1940년대로, 전쟁의 영향을 일상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을만큼 짙게 남아있는 시기다. 그것은 단지 무너진 건물과 같은 물리적인 흔적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 후유증이라던가 소중한 사람을 보내고 괴로워하는 것 등 정신적인 영향 역시 많다.

소설의 두 주인공 ‘그웬’과 ‘아이리스’는 그런 영향을 거의 직접적으로 받은 인물들이다. 그런 그들이 말하자면 새로운 시작으로써 벌인 일이 결혼상담소인데,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각자의 장점을 발휘해 잘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던차에 기묘한 느낌을 남기는 두 사람이 찾아오는 것을 시작으로 뜻밖의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 소설은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시대배경과 그러한 배경이기에 있을 수 있었던 캐릭터를 꽤나 잘 그려낸 것이 장점이다. 조금은 특출난 캐릭터들은 그러한 시대배경이 있기 때문에 황당하지 않으며, 반대로 당시에 부합하면서도 시대를 벗어난 인상은 묘한 매력을 느끼게도 한다.

그런 설정에 걸맞는 이야기도 꽤 잘 풀어내서 흥미롭게 읽힌다. 그런 데에는 시대 배경이 꽤 큰 역할을 한다. 과학수사 등이 발달한 현대에서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면 너무 쉽게 해결될만한 요소들이 있어 싱겁고 뻔하거나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과거를 배경으로 했기에 개개인의 번뜩임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 더 두드러지고, 이야기가 전환될 때에도 헛다리를 짚었다는 식으로 무능하게 비치지 않으며, 부닥쳐가며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이 일종의 모험극처럼 느껴지게도 한다. 탐정물의 성격에 스파이물의 요소까지 더해져서 더 그렇다. 현대물에선 찾기 어려운, 옛날 이야기에만 있는 전개와 느낌을 좋아한다면 더욱 재미있게 볼 만하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당시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주면서 성차별 요소도 많이 말한다. 당장 여성 듀오를 주인공으로 삼고 남자를 비꼬는 식으로 그린 것도 그렇고, 심지어는 노골적인 발언들까지 넣어서 페미니즘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문제는, 그게 딱히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있지 못하다는 거다. 주인공들의 활약을 그린 이야기라는 면에서는 물론 살인사건으로부터 시발된 진실 찾기라는 면에서도 그렇다. 오히려 중간중간 초점을 벗어나게 하며 이야기 흐름을 끊기도 하기 때문에 ‘굳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얼마나 잘 고증이 된 것인지를 알만큼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잘 안다면 또 다른 느낌일지도 모르겠다만.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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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크기의 프랑스 역사 - 혁명과 전쟁, 그리고 미식 이야기
스테판 에노.제니 미첼 지음, 임지연 옮김 / 북스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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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에노(Stephane Henaut)’와 ‘제니 미첼(Jeni Mitchell)’의 ‘한 입 크기의 프랑스 역사: 혁명과 전쟁, 그리고 미식 이야기(A Bite-Sized History of France: Delicious, Gastronomic Tales of Revolution, War, and Enlightenment)’는 프랑스의 여러 음식과 그에 관한 역사 등을 담은 책이다.

프랑스라고 하면 혁명이라던가 에펠탑같은 상징물 등 여러 것들을 떠올릴 수 있는데, 그런 것들 중에는 항상 음식에 관한 것도 끼어있다. 그들이 가진 다양하면서도 맛있는 음식들에 대한 감탄이라던가, 음식과 요리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조금은 집착적이어 보일만한 자부심 같은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들은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도 대부분 프랑스의 것이라 여기는 음식들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걸까. 그들이 그렇게 자부심을 가질만한 진짜 프랑스 전통의 것일까.

아내에게 음식에 관해 얘기해주다가 정리해 이렇게 엮어져 만들어졌다는 이 책은 프랑스 역사를 음식과 연관지어가며 얘기해주는 역사 책이다.

음식에 대한 이해를 더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된 거였다고 하지만, 그렇게 모아서 정리한 책은 그저 가장자리만 살짝 맛 보여주는 정도가 아니라 프랑스 역사를 전체를 꽤나 잘 훑어주기 때문에 프랑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도 꽤 재미있게 볼 만하다.

프랑스 음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느냐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흥미롭게 볼 만한 점이 있는데, 음식보다는 역사에 훨씬 초점을 맞추고 비중을 둔 책이라서 유럽과 프랑스 역사에 관심이 없다면 좀 안맞을 수 있다.

프랑스의 풍부한 음식 문화가 여러 전쟁과 식민지화 등의 결과였음을 보여줌으로써 프랑스 요리에서 전통을 찾는다는 게 얼마나 쓸데없고 허무한 것인지를 알게 하는게 좀 재미있었는데, 비슷한 관점이 한식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러 과정과 변천을 통해 이르른 지금이 정말로 좋은 것이라면, 굳이 그것을 억지로 고유한 전통성이 있는 것처럼 꾸밀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식도 한국의 역사와 함께 훑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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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그래픽 노블 : 타이거스타와 사샤 전사들 그래픽 노블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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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졸리(Dan Jolley)’가 쓰고 ‘돈 허드슨(Don Hudson)’이 그린 ‘에린 헌터(Erin Hunter)’의 ‘전사들 그래픽 노블: 타이거스타와 사샤(Warriors: Tigerstar and Sasha)’는 타이거스타와 그의 짝 사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타이거스타’는 좀 미묘한 캐릭터다. 그가 얼마나 용맹하고 강한 전사였는지 얘기하는 것 치고 허술하거나 지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오랫동안 악역으로서 등장하는 것 치고는 그의 계략이 그렇게까지 잘 통했다고 평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주인공에 맞선 캐릭터다보니 결국 당해야 한다는 역할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그가 무려 두 마리와 짝을 이뤘었다는 것은 얼핏 의아해 보일 수도 있다. 대의가 없는 악당으로 취급되는데다, 그 자신의 매력도 그렇게 잘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짝 중 하나이면서 타이거스타가 싫어하는 부류인 애완고양이 출신인 사샤의 이야기를 풀어내겠다 한 것은 꽤나 빈 곳을 잘 찾아낸 것이라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제목에도 들어가 있는 것과 달리 이 만화에서도 타이거스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그려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대부분이 본편에서 그려졌기 때문에 중복을 피하려고 그런 것 같기도 한데, 그 덕에 타이거스타에게 부족해던 부분들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책에는 타이거스타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 ‘사샤’의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시점도 처음부터 끝까지 사샤의 것 하나로 일관되어있다. 엄밀히 말해서 ‘사샤 편’이 더 맞다는 얘기다.

그래서 기대와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본편에선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그림으로써 전사들의 외전으로서는 꽤나 만족스러운 책이 되었다. 애완고양이었던 사샤가 어떻게 전사 못지않은 고양이로서 숲에서 살게 되었는지나, 왜 그 자식들만이 강족 전사가 되었는지 등이 나름 잘 그려졌다.

다만, 다른 그래픽 노블들과 비슷하게 이야기가 좀 함축된 요약본같이 만들어진 느낌이 있다. 흐름이나 변화를 느낄새도 없이 다음으로 전개가 되어버려서 왜 타이거스타에게 그토록 끌리게 되었는지와 같은 감성적인 부분은 그리 잘 와닿지 않는다. 각잡고 만든 게 아니라 일종의 기획물같은 외전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역시 짧은 분량으로 인한 한계는 좀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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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그린이네 문학책장
남유하 외 지음 / 그린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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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은 탈출을 주제로 한 SF 단편 다섯개를 담은 소설집이다.

표제작인 ‘탈출’은 강제적으로 행동을 제약하는 상황에서 탈출이라는 시술을 통해 벗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소설에서는 그 제약을 현실 연애로만 설정함으로써 가볍고 조금은 로맨틱한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됐다.

하지만 소설은 보는 내내 그 뒤에 있는 것, 다시말해 그보다 훨씬 심각한 것을 제약하는 디스토피아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과연 정말로 제약을 하고 싶었다면 그렇게 쉽게 제거할 수 있게 만들었을까. 받아들이고 살거나 제거하고 죽거나 양자택일밖에 없을 방식을 생각했을거다. 그런 점에서 소설 속 제약은 의도된 시험처럼 느껴지며, 아이들의 탈출 역시 가벼운 일탈처럼 보인다. 확실한 줏대없이 휩쓸려 시술을 받는 모습 때문에 더 그렇다.

‘로봇 당번’은 현실에서도 꽤나 자주 마주하게 되는 상황을 그렸기에 이입해서 짜증난다. 그것을 계속해서 더해가며 하나씩 쌓는 것도 잘 해서, 마지막에 해소됐을 때는 괜한 시원함을 느끼기도 한다. 역겨운 부당함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결코 나 혼자만 괜찮으면 되는 게 아니라 누구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임을 잘 얘기한다.

‘아메바리아’는 얼핏 탈출이라는 주제와 좀 동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심리적인 장벽에서의 탈출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데다 그것을 꽤나 유쾌한 상상력으로 그려내 읽는 맛이 있다.

‘보호감찰봇 리베라’는 아동 문제를 꽤나 잘 보여준다. 이야기는 다소 뻔하다만 아이가 스스로 부모를 떠날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 같은 건 꽤 흥미로웠으며, 가족 문제와 인간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외롭다 하면서도 점차 1인가구가 많아지는 시대,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정말로 AI가 더 이상 인간에게선 느낄 수 없는 인간애를 주는 반려 가족이 되지 않을까. 기대되는 한편, 씁쓸하다.

자전적인 소재를 이야기로 풀어낸 ‘위험한 페르소나’는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다소 불편하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도 있어 더 그렇다. 저자는 그걸 타협없이 끝까지 밀어붙이는데, 덕분에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주인공의 심경과 깨달음은 잘 느껴진다.

우리에겐 탈출할만한 것들이 새삼 많은 것 같다. 탈출은 늘 갈망하게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닌데, 그나 그 방향만은 그릇되지 않은 것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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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무늬 상자 특서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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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무늬 상자’는 더 나은 앞으로를 위한 용기와 함께함을 얘기하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아토피로 고생하던 ‘벼리’가 치료를 위해 산골 ‘이다학교’로 전학을 하면서 시작한다. 효과를 본 벼리네 엄마는 아예 이사까지도 생각하게 되는데, 우연히 한 폐가를 눈에 두더니 덜컥 산데다 뭔가 마음이 있는 듯 손수 집을 정리하기에 이른다.

처음엔 썩 내키지 않아하던 벼리도 곧 엄마가 바꿔나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등 집 정리에 동참하게 되는데, 그러다가 사연이 있는 듯한 가죽 구두와 붉은 무늬 상자를 발견하게 되면서 폐가와 그곳의 주인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붉은 무늬 상자 속 다이어리는 이다학교에서 예전에 있었던 일을 되새기게 해준다. 상세는 다르지만 현재도 벌어지고 있는 일과 유사점이 있는 그것은 주인공들이 더 공감하며 이입하게 만든다. 그러는 한편 다른 사람에게 벌어졌던 일을 제삼자의 눈으로 보게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이나 무엇이 옳은지 등을 개인적인 감정이나 안위를 떠나 더 똑바로 생각하게되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일도 다시 따져보게 된다. 그리고, 전과는 다른 더 나은 앞으로를 위해 한발 내딛도록 떠밀어 준다.

괴롭힘과 모함, 그리고 그로부터 피어나는 편견은 주변 사람들에 의해 쉽게 소비되고는 나몰라라 방치된다. 그렇게 올바로 해소되지 않은 편견은 그대로 사실인양 굳어져 털어낼 수 없는 악재로 남는다. 그리고 종종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소설 속 과거의 사건과 현재는 여러 닮은 점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다른데, 그것을 만들어낸 것은 아주 사소한 변화다. 잘못된 것을 소리내어 부정하는 것, 옳은 것을 저버리지 않는 것, 그리고 함께하는 것. 거기에 필요한 것은 그저 작은 용기일 뿐이다. 극단적으로 달라진 소설 속 두 사건의 결과는 그것을 보다 뚜렷히 알게한다.

공감도 잘 되고 메시지 전달력이 좋은 반면, 이야기 구성과 전개는 좀 아쉽다. 일기라는 게 전혀 일기같지 않다거나, 일부 인물의 앞 뒤 행동 사이에 기묘한 공백이 느껴지는 등 어색하거나 의아한 부분도 좀 눈에 띄고, 좀 작위적이라 할만큼 작가 편의적으로 급한 전개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등장인물간의 관계나 공감점도 그리 잘 형성되지 않아서 행동이나 발언이 좀 과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점들은 소설을 적당 분량으로 줄인 요약본처럼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이것들이 메시지나 이야기가 주는 의미를 약하게 하지는 않는다만, 그래도 소설로서의 완성도에는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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