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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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릴러물을 좋아하지만 [그림자]는 프랑스 심리 스릴러물로 처음 읽게 된 책이다.

카린 지에벨이라는 작가에 대해 여러 검색을 시도해봤지만 국내에서의 정보는 거의 찾아보기고 힘들고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국내 번역이 없다는 점이 좀 의외였다.

 

광고회사를 다니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인 서른 일곱의 여성 '클로에'는 어느날 파티에 참석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후드를 뒤집어 쓰고 얼굴에 복면을 한 낯선 남자와 마주치게 된다. 자신에게 해를 입히거나 하지를 않고 가만히 바라만 보다가 사라져버리는 그 남자로 인해 충격을 받은 클로에의 일상은 엉망진창으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스토커 같기도 하면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듯 맴도는 그림자 같은 존재는 형체가 없는 공포 그 자체로 다가온다.

경찰에 신고도 해보지만 눈에 보이는 물증은 전혀 없어 수사를 시작할 수 없다고만 하고, 오히려 그녀의 남자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정신상태나 심리상태를 걱정하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녀 또한 이런 상황에 불안감은 커져 가고 극도의 공포에 시달리면서 점점 히스테릭한 성격으로 변해가고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그녀를 떠나기 시작하고 마침내 그녀의 남자친구까지 그녀를 떠나버린다.

믿고 의지할 데 하나 없어져버린 클로에는 우연히 이 사건을 알게 되어 그녀를 찾아온 형사 '고메즈'를 만나게 되고, 그는 1년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며 그녀와 함께 그림자의 존재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가독성이 뛰어나서 600페이지가 넘는 두께를 자랑함에도 막힘 없이 술술 읽혀지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글을 써온 작가의 필력이 남다름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결말부분의 반전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 혹시나 클로에의 그림자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혼자만의 망상은 아닐까 ... 사실 이런 의문이 들기도 했었는데, 눈에 드러나지 않게 어찌 이토록 한 사람을 반미치광이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지... 이부분이 나는 너무도 끔찍하고 소름이 돋는다. 

이 끔찍한 스토킹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새삼 주변 사람들의 평범한 얼굴들이 달리 보이기도 하고, 다르게 보는 것이 맞는 가 싶은 생각도 든다.

읽고 나서 기분이 뭐랄까... 한 단어나 한 문장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좀 ... 그렇다는 점이 약간의 단점이면서 거슬리기도 하지만, 심리스릴러물을 좋아하거나 즐겨 읽는 독자들에게는 장르의 폭넓은 다양성을 맛보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거라 생각한다.

사이코패스의 스토킹을 한번 생각해 본 적 있을까? 소설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에서 간간이 접하는 끔찍한 소식들에도 이것이 섞여 있음을 얼마전에 보게 되었다.

소설로 즐기기엔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공포와 고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반전을 비롯한 소재나 결말이 생각하기 싫을 만큼 유쾌하지 않은 기분을 들게 하지만, 심리를 조였다 풀었다 하는 작가의 필력에 새삼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빨리 국내번역 출간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그녀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여름의 끝자락, 서스펜스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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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당신을 최고로 만드는가
스티브 올셔 지음, 이미숙.조병학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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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나를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이것을 지켜줄 그 무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소위, '재능'이라든가 '적성'이라든가 ... 아니면 '특기' 나 '장기', '매력'등등 크게 보면 비슷한 범주안에 들어갈 수도 있는 이런 단어들로 한 번쯤은 고민해본 적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what'은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각각 하나씩의 달란트를 주셨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뒤쳐져 보이거나 못나 보여도 아직 누구도 발견 못한 그만의 숨겨진 달란트가 분명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 책은 그 숨겨져 있을 지도 모르는 'what'을 발견하고 확인하며 세상 밖으로 이끌어 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 스티브 올셔는 미국의 유명한 창조 전문가로서, 무려25년 동안이나 이 책에 담긴 독창적인 연습과 이론, 원칙을 개발하고 다듬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마치 인생의 달고 쓴 맛의 고통어린 경험을 먼저 맛 본 선배가 후배에게 전하는 값진 충고와 같다. 

먼저 학습의 네 단계를 통해 내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탐구해 보고 내면 깊숙히 자리한 문제의 뿌리를 파악하여 단절시킬 것과 연결할 것을 구별하여 진짜 소통을 위한 퍼즐의 조각을 맞추어 가는 과정을 직접 연습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 다음 인생을 바꾸는 일곱가지 원칙을 배우도록 하고 각 원칙마다 효과적인 인생 전략을 제시하며 이것을 통해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what'을 찾기 위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탐구해 보도록 하는데, 여기에는 네가지 유형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첫번째는 매우 어린 나이부터 자신의 타고난 소명을 명확하게 깨닫고 있는 태생자, 이들은 대부분 지도자이며 독립적이기도 하고 변명을 일삼는 사람을 참지 못한다고 한다.

두번째, 변화자는 남다른 삶을 창조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낸다고 한다. 이들은 베풀기를 좋아하며 지식을 공유하는 것을 기뻐하고 불우한 사람을 가장 먼저 돕는다고 한다. 그리고 세번째는 매우 보기 드문 부류로 재창조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이상적인 삶을 성취하고 세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삶을 180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네번째는 방랑자, 저자가 추정하기로는 90%의 사람들이 방랑자의 유형에 속한다고 본단다.  자신이 부여 받은 재능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실패한 경험으로 이겨낼 방법을 찾지 못하거나 두려움, 죄책감, 낮은 자존감 때문에 내면을 탐구하려 들지 않거나 아예 이런 개념자체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한다. 

당신들은 어떤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가?

나만의 'what'을 찾고 발견하고 싶다면 주저말고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앞으로의 삶을 보다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맞이해보고 싶다면 이 책 속 '나만의 what 확인하기의 단계'들을 따라가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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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로 리드하라 - 세상을 움직이는 여성리더들의 필독서
저우광위 지음, 송은진 옮김 / 스타리치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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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자에 약한 편이라서 중국의 고서를 비롯하여 논어도 무척 어려워하고 읽는데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고 표지부터 여성들의 눈길을 끌만큼 예쁘고 아기자기하면서 여성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서, 조금 편안해진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과거와 다르게 현대는 여성들이 결혼 후 살림에만 집중하지 않고 직업을 갖고 지속적으로 일을 하는 상황이 거의 보편적이게 되다 보니 솔직히 일자리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에 있어서도 남녀의 구분이 점차 무의미해지듯 여성들이 거의 대부분인 직업중 하나인 간호사도 어느새 남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 직업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는 실정이니까.

이 책은 일과 직장, 가정과 결혼으로 지치고 힘든 여성들에게 마음을 수양하듯 안정을 줄 수 있는 독서를 권하며 삶의 도리를 비롯한 지혜와 잠언을 주는 [논어]를 읽어볼 것을 권유하며 이 여성들을 위한 논어의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흘러도 삶의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논어로 리드하라]에는 아홉가지의 우리가 닮고 싶은, 되고 싶은 여성의 모습이 있다.

지적인, 현명한, 행복한, 효도하는, 사교적인, 성공하는, 직장생활 잘하는, 리더십 있는, 가정적인 여성에 대한 처세술과 지혜를 담고 있는데, 여자로서 이 아홉가지를 모두 이루고 싶고 그렇게 되고 싶은 것은 당연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으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되 외면의 아름다움에도 소흘하지 않는 여성이 되면 좋겠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결혼한 뒤에도 배우고 생각하기를 게을리하지 말고 나를 위해 공부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하기 싫은 여성이 과연 있을까? 아마 없지 않겠나...

그런데도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한 후 이런 삶을 살기가 참 어렵고 힘들다. 그건 여성의 혼자 의지로만 되는 것이 정말 아니기 때문이다.

육아에 부부가 함께 참여하고 맞벌이를 하는 경우 살림에 대한 분담을 나눌 수 있을때 조금이라도 자신만을 위한 여가와 공부를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부분은 부부가 함께 조금씩 양보하고 서로를 위해 배려하며 살아간다면 여성 또한 자신을 위해 가꾸고 공부하는 것을 소흘히 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다만 그 행복의 기준이 터무니 없는 욕심으로 가득하다면 그사람은 절대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고, 행복의 기준이 물질적인 탐욕에서 벗어나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다면 누구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본다. 소소한 일상속의 소박함을 사랑할 수 있다면 진정한 행복의 의미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행복해지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을 도와주며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신을 존중하고 아끼는 여성이 되라고 조언하고 있다.

나처럼 논어에 대해 막연한 거리감과 편견으로 조금이라도 부담을 가져본 여성들이라면 이 책이 논어에 대해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어려워 하지 말고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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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진설 - 근황 인문학 수프 시리즈 6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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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진설]은 일단 길이가 짧고 소재가 가벼워 보이는 듯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설은 아니지만 소설쓰기의 관점과 태도에 의해 쓰여진 글로서 무겁고 진중한 주제보다는 일상생활속에서 건져 올려지는 작은 주제나 대상을 소재로 하여 쓰여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야기의 소재나 메세지는 절대 가볍지 않고 오히려 묵직하기 까지 하다. 사실 이러한 장르를 전에는 접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장르가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아서 좀 혼란스럽지만 책을 읽고나서의 느낌은 수필의 그것과 비슷한 것도 같다.  물론 수필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말이다.
저자가 체험하고 느꼈던 삶속에서의 깨달음들을 가벼운 이야기형식으로 들려주면서도 그 속의 메세지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사십여편의 작은 이야기들은 각 이야기마다 하나의 주제가 있고 그 주제와 곁들여 저자의 경험과 사회인문학적 지식을 풀어서 따끈하게 녹여내고 있는것 같다.
인문학분야를 많이 읽지 않은 탓에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나의 인문학적 지식의 부족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겠다.

단어라든가 한자어가 섞여 있다보니 그 뜻을 알기가 헷갈리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아버지의 향기가 폴폴 나는 것 같다. 어릴 적 부터 자주 보아왔던 아버지의 책 읽으시는 모습과 아버지가 보고 계시는 책을 옆에서 힐끗 훔쳐보면 한자어가 제법 섞여 들어간 인문학 관련 서적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인가 보다. 
그리고 아버지의 어깨에 관한 이야기가 유독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장으로서 늘 하고 싶은 일보다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우리의 아버지들의 어깨는 참 고단하고 무거웠으리라...
그리고, 50대인 저자의 눈에 비친 세대간의 변화와 그 차이는 생각하는 세대와 만지는 세대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고 말한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그에 따라 인문학에서도 중요하게 거론되어 지는 것 중의 하나가 실재하는 물질, 물체, 관계에 대한 존중이라고 하는데 접촉에 대한 애착의 정도가 이전보다 훨씬 더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sns나 휴대폰으로 물리적 거리가 멀어도 원하면 지금 당장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sns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것이 관계에 좀 더 접촉하기를 원하는 지금 젊은 세대들의 상징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이 책은 묵직한 듯 보이는 소재를 갖고, 또는 주제를 가지고 가볍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이야기속에는 인문학이 늘 기본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인문학을 좀 더 쉽게 접하기 위해 읽어보면 괜찮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자어도 그렇고 고서나 인문학적 상식이 그리 풍부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앞으로는 인문학 지식을 좀 더 폭넓게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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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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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인 작가 헤르만 헤세는 평생에 걸쳐 세번의 결혼을 했다. 첫번째 부인은 그보다 열살이 많은 마리아 베르누이, 두번째 부인은 스무살이 어린 루트 뱅거, 세번째 부인은 열 여덞살이 어린 니논 돌빈이다. 

먼저,

마리아 베르누이 - 그녀는 서른 넷이라는 당시 다소 늦은 나이에 헤세와 결혼을 했다.  바젤에서 명망 높은 가문이었던 베르누이 가문은 헤세의 가문이 자신들의 가문과 엄청난 간극이 있다고 믿었던 탓인지 마리아의 아버지를 비롯한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헤세와의 결혼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마리아는 차분하게 가족들을 한명한명씩 개인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이 헤세에게는 억압과 구속의 단면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계속되는 그녀의 편지에 헤세는 답을 하지 않았고 마리아는 이내 자신이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결과인 것 같아 헤세에게 자유로움을 주겠다고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썼고, 그 뒤에야 그녀는 헤세의 편지를 다시 받고 그와 조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보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듯 보였던 헤세는 마리아에게 친구 하스와 셋이서 함께 살자고 제안까지 한다. 마리아는 집안의 반대를 혼자 힘으로 견뎌내고 극복하려 고군분투했고 그와중에 헤세는 자신의 친구와 셋이 함께 살자는 말까지 하다니... 마리아의 심정이 어땠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리고 헤세는 마리아가 결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신혼집도 그녀 혼자서 알아보러 돌아다니고 청첩장이며 모든 준비를 앞장서서 그녀가 혼자 다 하듯 했지만 헤세는 자신과의 결혼을 못마땅해 하는 마리아의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일도 내키지 않아 했고 이로 인해 그녀의 아버지와의 관계가 더 나빠지게 되었다. 결국 그녀의 아버지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은채 그녀의 오빠가 증인이 되어 결혼식을 치렀다. 그렇게 둘은 작은 시골에서 농부의 삶을 시작했다. 헤세보다 열살이 많았던 마리아와의 결혼 생활은 그녀의 주도권아래 이루어졌던 듯 보인다.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헤세는 점점 가정과 아이들에 부담을 느꼈고 마리아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물론 그것이 헤세의 잘못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마리아의 잘못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그런 남편을 지키려 애썼고 아이들과 살림, 육아에 지쳐가면서 헤세에게서도 심적인 위안을 얻을 수 없었던 탓에 정신착란 증세로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된다. 



루트 뱅거 - 그녀는 시인으로서의 헤세의 시를 사랑했다.  그런 그녀에게 우연하게 찾아온 헤세와의 만남은 그 둘 모두에게 운명적이었나 보다. 

루트는 헤세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여성이었다. 그녀와의 만남과 사랑의 시작은 헤세가 첫번째 부인과의 헤어짐 전이었다는 사실에 나는 마음이 조금 불편해졌다. 

마리아의 병과 광기, 세 아이들의 양육이 헤세에게는 자신의 창작활동에 짐이 되고 있다는 것을 랑 박사를 통해 전달하기까지 했다. 랑박사의 적극적인 구애에 고민하던 루트는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헤세라는 것을 깨달았다. 둘의 사랑은 편지속에서 피어나고 만남속에서 이내 시들어버리는 양상을 보인다.  헤세는 그와 더불어 마리아와의 이혼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루트의 아버지가 위독해지면서 죽기전 딸의 행복한 결혼식을 보고 싶어 하지만 헤세는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 감정의 표현이나 생활 습관에서 다른 사람에게 속박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마리아와의 결혼 생활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고 그가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마리아와의 법적인 이혼을 한 뒤 헤세는 루트의 아버지의 병세가 위독한 것과 관련해 그와 편지를 주고 받은 뒤 루트와의 결혼을 결심했다. 물론 이 순간조차도 헤세는 결혼을 두려워하고 가능하다면 벗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이렇게 시작한 루트와의 결혼 생활동안 그는 한 집에서 지내는 걸 원치 않고, 그녀와 다툰 뒤 약을 먹고 자살 시도를 하기도 하면서 결혼 생활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맞지 않은 것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문학적 창작 활동에 천재성을 보이는 예술가들은 모두 이렇게 독단적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까... 갑작스레 궁금해진다.


니논 돌빈 -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음에도 어린 시절 자신이 존경하고 흠모해온 헤세에게서 구원을 바라고 있었다. 그녀는 헤세의 새로운 작품마다 그에 대한 자신의 감상이나 서평을 적어 꾸준히 편지로 보냈다. 그리고 급기야 헤세를 만나러 가고, 그가 첫번째 부인과 이혼하고 두번째 부인과 살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친다. 결국 헤세에게서 외로움과 절망을 이기지 못한 루트는 그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헤세와 이혼을 하기로 한다. 이렇게 헤세는 두번째 이혼을 하게 된다.

헤세의 두번째 이혼후 니논은 자신이 준비하던 박사학위 논문을 결국 포기하고 글을 쓰기로 작정하고 헤세의 곁으로 들어간다. 니논은 헤세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듣고 헤세는 당시에 꽤 위험했던 불임수술을 받기로 결심한다. 이 당시 니논은 헤세의 은둔자적 생활과 그녀의 남편인 돌빈의 열정적 생활 사이에서 갈등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시인의 애인이면서 동시에 풍자 화가의 부인이라는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니논은 헤세의 애인이 아니라 부인의 자리에 있고 싶어 그에게 결혼을 요구했지만 헤세는 점점 더 옥죄이는 느낌을 받아 두려움을 느꼈고 당시 두번째 이혼했던 루트의 재혼소식에 심기가 불편했기에 세번째 결혼에 대한 생각이 아마도 없었던 것 같다. 결국 니논이 떠나자 헤세는 그제서야 그녀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느끼게 된다. 다시 니논에게 구애를 하게 되고 니논은 헤세와 함께 하기로 한다.  마침내 그녀는 남편과 이혼을 하고 쉰 네살의 헤세와 결혼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한가지 인상적인 사실은 결혼은 여성들이 꿈꾸는 이상의 결정체였지만 헤세에게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체념의 서약이었다는 점이다.

자유롭고 싶어 했고, 구속과 속박과 양육의 의무를 달가워하지 않으며 벗어나고 싶어 했던 남자.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창작활동의 원천이었기에 스스로 외로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였다. 사랑에도 자유로웠고 낭만적이었으며 다정하기도 했던 것 같다.

헤세의 세명의 부인 모두 그를 더 사랑하고 결혼을 간절히 원했다는 것을 보면 헤세는 참 멋진 남성이었던 것 같다.

그의 마르지 않은 감성과 남달랐던 면들이 작품활동에 큰 영감을 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는 팬이나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헤세의 사랑이야기를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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