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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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인 작가 헤르만 헤세는 평생에 걸쳐 세번의 결혼을 했다. 첫번째 부인은 그보다 열살이 많은 마리아 베르누이, 두번째 부인은 스무살이 어린 루트 뱅거, 세번째 부인은 열 여덞살이 어린 니논 돌빈이다. 

먼저,

마리아 베르누이 - 그녀는 서른 넷이라는 당시 다소 늦은 나이에 헤세와 결혼을 했다.  바젤에서 명망 높은 가문이었던 베르누이 가문은 헤세의 가문이 자신들의 가문과 엄청난 간극이 있다고 믿었던 탓인지 마리아의 아버지를 비롯한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헤세와의 결혼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마리아는 차분하게 가족들을 한명한명씩 개인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이 헤세에게는 억압과 구속의 단면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계속되는 그녀의 편지에 헤세는 답을 하지 않았고 마리아는 이내 자신이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결과인 것 같아 헤세에게 자유로움을 주겠다고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썼고, 그 뒤에야 그녀는 헤세의 편지를 다시 받고 그와 조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보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듯 보였던 헤세는 마리아에게 친구 하스와 셋이서 함께 살자고 제안까지 한다. 마리아는 집안의 반대를 혼자 힘으로 견뎌내고 극복하려 고군분투했고 그와중에 헤세는 자신의 친구와 셋이 함께 살자는 말까지 하다니... 마리아의 심정이 어땠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리고 헤세는 마리아가 결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신혼집도 그녀 혼자서 알아보러 돌아다니고 청첩장이며 모든 준비를 앞장서서 그녀가 혼자 다 하듯 했지만 헤세는 자신과의 결혼을 못마땅해 하는 마리아의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일도 내키지 않아 했고 이로 인해 그녀의 아버지와의 관계가 더 나빠지게 되었다. 결국 그녀의 아버지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은채 그녀의 오빠가 증인이 되어 결혼식을 치렀다. 그렇게 둘은 작은 시골에서 농부의 삶을 시작했다. 헤세보다 열살이 많았던 마리아와의 결혼 생활은 그녀의 주도권아래 이루어졌던 듯 보인다.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헤세는 점점 가정과 아이들에 부담을 느꼈고 마리아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물론 그것이 헤세의 잘못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마리아의 잘못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그런 남편을 지키려 애썼고 아이들과 살림, 육아에 지쳐가면서 헤세에게서도 심적인 위안을 얻을 수 없었던 탓에 정신착란 증세로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된다. 



루트 뱅거 - 그녀는 시인으로서의 헤세의 시를 사랑했다.  그런 그녀에게 우연하게 찾아온 헤세와의 만남은 그 둘 모두에게 운명적이었나 보다. 

루트는 헤세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여성이었다. 그녀와의 만남과 사랑의 시작은 헤세가 첫번째 부인과의 헤어짐 전이었다는 사실에 나는 마음이 조금 불편해졌다. 

마리아의 병과 광기, 세 아이들의 양육이 헤세에게는 자신의 창작활동에 짐이 되고 있다는 것을 랑 박사를 통해 전달하기까지 했다. 랑박사의 적극적인 구애에 고민하던 루트는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헤세라는 것을 깨달았다. 둘의 사랑은 편지속에서 피어나고 만남속에서 이내 시들어버리는 양상을 보인다.  헤세는 그와 더불어 마리아와의 이혼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루트의 아버지가 위독해지면서 죽기전 딸의 행복한 결혼식을 보고 싶어 하지만 헤세는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 감정의 표현이나 생활 습관에서 다른 사람에게 속박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마리아와의 결혼 생활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고 그가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마리아와의 법적인 이혼을 한 뒤 헤세는 루트의 아버지의 병세가 위독한 것과 관련해 그와 편지를 주고 받은 뒤 루트와의 결혼을 결심했다. 물론 이 순간조차도 헤세는 결혼을 두려워하고 가능하다면 벗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이렇게 시작한 루트와의 결혼 생활동안 그는 한 집에서 지내는 걸 원치 않고, 그녀와 다툰 뒤 약을 먹고 자살 시도를 하기도 하면서 결혼 생활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맞지 않은 것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문학적 창작 활동에 천재성을 보이는 예술가들은 모두 이렇게 독단적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까... 갑작스레 궁금해진다.


니논 돌빈 -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음에도 어린 시절 자신이 존경하고 흠모해온 헤세에게서 구원을 바라고 있었다. 그녀는 헤세의 새로운 작품마다 그에 대한 자신의 감상이나 서평을 적어 꾸준히 편지로 보냈다. 그리고 급기야 헤세를 만나러 가고, 그가 첫번째 부인과 이혼하고 두번째 부인과 살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친다. 결국 헤세에게서 외로움과 절망을 이기지 못한 루트는 그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헤세와 이혼을 하기로 한다. 이렇게 헤세는 두번째 이혼을 하게 된다.

헤세의 두번째 이혼후 니논은 자신이 준비하던 박사학위 논문을 결국 포기하고 글을 쓰기로 작정하고 헤세의 곁으로 들어간다. 니논은 헤세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듣고 헤세는 당시에 꽤 위험했던 불임수술을 받기로 결심한다. 이 당시 니논은 헤세의 은둔자적 생활과 그녀의 남편인 돌빈의 열정적 생활 사이에서 갈등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시인의 애인이면서 동시에 풍자 화가의 부인이라는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니논은 헤세의 애인이 아니라 부인의 자리에 있고 싶어 그에게 결혼을 요구했지만 헤세는 점점 더 옥죄이는 느낌을 받아 두려움을 느꼈고 당시 두번째 이혼했던 루트의 재혼소식에 심기가 불편했기에 세번째 결혼에 대한 생각이 아마도 없었던 것 같다. 결국 니논이 떠나자 헤세는 그제서야 그녀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느끼게 된다. 다시 니논에게 구애를 하게 되고 니논은 헤세와 함께 하기로 한다.  마침내 그녀는 남편과 이혼을 하고 쉰 네살의 헤세와 결혼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한가지 인상적인 사실은 결혼은 여성들이 꿈꾸는 이상의 결정체였지만 헤세에게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체념의 서약이었다는 점이다.

자유롭고 싶어 했고, 구속과 속박과 양육의 의무를 달가워하지 않으며 벗어나고 싶어 했던 남자.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창작활동의 원천이었기에 스스로 외로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였다. 사랑에도 자유로웠고 낭만적이었으며 다정하기도 했던 것 같다.

헤세의 세명의 부인 모두 그를 더 사랑하고 결혼을 간절히 원했다는 것을 보면 헤세는 참 멋진 남성이었던 것 같다.

그의 마르지 않은 감성과 남달랐던 면들이 작품활동에 큰 영감을 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는 팬이나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헤세의 사랑이야기를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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