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입구에서 가만히 뒤돌아보네
김정란 지음 / 세계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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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정란의 시집을 오래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여름 한 철 표지가 나달나달 해질 때까지 어떤 사람을 기다리면서 천천히 반복해서 그녀의 시를 읽은 기억이 있다. 3층의 커다란 커피숍 팔손이 나무 밑에서 그 사람을 기다리면서 그녀의 시를 읽은 기억이 난다. 손님이 없는 그 커피숍은 조용했고 창 문 너머 펼쳐진 호수 색깔은 탁했다. 그 호수 위로 물보라를 튀기며 젊은 대학생들이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이 보였다.

마음이 가 닿지 않는 사람의 등 뒤에서 김정란의 시집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들을 애써 무시하려 했던 기억이 난다. 그의 한 없이 권태로운 표정속에 가벼운 절망을 느끼며 이제는 정말 이쯤에서 그만둬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감추기 위해 헛웃음을 지었던 기억도 난다. 다만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리고 왜 그 여름이 지나고 그의 마음이 떠났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 그리고 문든 이 생의 고담함과 사랑의 쓸쓸함이 참기 힘들어 문든 딴 생이 그리워 질 때 그녀의 시를 다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내가 그녀의 시를 정말 읽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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