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사람이 그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마구 불평 불만을 터뜨려 놓는 내용으로 책 한권을 채워 놓았다고 하자. 십중 팔구는 '이 사람 오래 못 살겠군.. 끌끌' 하고 혀를 차거나, 절실한 공감에 눈살을 찌푸리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 이 둘 중 한가지의 경우를 겪을 듯 싶다. 하지만 움베르토 에코는 달라도 뭔가 다르다. 분명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불만' 이 가득 차 있고 에코는 잔뜩 불평을 하고 있는데, 고개는 끄덕여지면서 눈은 웃게 되어 버린다. 역시, 거장이 손을 대면 세인들이 갖고 있는 사회에 대한 불만마저도 유쾌한 풍자로 변해 버리는 것인가.

에코가 세상에 가하는 비판은 상당히 신랄하다. 그러나 에코 특유의 적절한 풍자는 비판을 단순한 비판에 남겨두는 데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선사한다. 그는 천상 희대의 이야기꾼이다. 제목 그대로 '웃으면서 화내는' 법이라는 고도의 스킬을 완벽하게 터득하고 있지 않은가. 아이러니컬한 일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웃으면서 화낸다' 라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오가며 가볍게 -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진지하게 - 읽어 보기에는 그만인 책이다.

여담이지만, 우리 나라와 이탈리아. 참 여러 모로 비슷하다. 책장을 넘겨 가면서, 유쾌하게 웃어 가면서, 한편으로는 마음 속 한 구석에 슬쩍 찔리는 느낌을 가졌던 건 - 설마 나 하나 뿐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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