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리장이 너무 많다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24
렉스 스타우트 지음, 김우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요리장이 많으면 누군가가 죽는다? 하긴, 뛰어난 사람들이 한 장소에 그렇게 우글우글하게 모여 있는데 문제가 벌어지지 않을 리가 없다. 비슷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질시와 미움, 온갖 추한 사연들이 없이 그저 모두가 깨끗하고 행복하다면 그건 유토피아 속에서나 살아가는 사람들 얘기지 추리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아니다.
서설이 확실히 길었다. 그러나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 그 사건의 배경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점은 탐정 뿐만이 아니라, 그 탐정에게 뒤지기 싫은 독자들도 해야 하는 일이다. 기차 여행을 그토록 싫어하는 울프가 무려 기차를 타고 나타났다. 그리고 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요리사에게 엄청난 집념을 보인다. 우리의 매력적인 조수(탐정보다 조수를 좋아하는 유일한 예가 있다면 그건 바로 네로 울프와 아치 굿윈의 관계이다) 아치는 생선 대가리를 통째로 씹어먹는 아가씨와 자칫 잘못하면 로맨스를 만들 뻔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사건이 일어나겠는가? 그러나 설렁설렁 놓치기 쉬운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이미 사건의 씨앗은 내포되어 있었던 것이다.
살해될 사람이 처음부터 자명했고, 죽은 사람이 도무지 정이 안 가는 인물인데다 그를 죽인 사람도 '그놈이 그놈' 이라는 생각을 저절로 갖게 할 만큼 소인배여서 사건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재미있게 봤던 건 요리장들 사이의 관계, 쉴 새 없이 연이어 등장하는 화려한 요리들, 아치의 친구인 검사 양반과 다리는 예쁘지만 생선 대가리를 우적우적 씹는 아가씨와의 아슬아슬한(??) 로맨스, 그리고 '울프가 언제 사건에 뛰어들까?' 하는 두근두근한 조바심 때문이었다. 솔직히 메인 디시보다는 주변 요리들을 더욱 맛있게 즐긴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설이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이 책에 나오는 요리들을 실제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다행히 엘린의 '특별요리' 류의 요리는 절대 아니다!) 책 뒤에 나오는 요리 목록 또한 상당히 흥미로웠다. 조리법까지 알려줬으면 좋았겠다 -- 라고 생각했던 건 역시나 지나친 욕심이겠지? 요리 자체가 훌륭해도 양념이 지나치면 맛이 없는 법. <요리장이 너무 많다> 는 비록 요리장은 너무 많았지만, 요리는 적당하고 맛좋았다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