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요리 동서 미스터리 북스 35
스탠리 엘린 지음, 황종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맨 처음 나오는 단편인 '특별요리' 는 역자의 말마따나 조금만 읽어 보면 전개가 어찌 될 것임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끈적끈적하게 온 신경을 휘감아 오는 착잡한 스릴감이 일품이었다. 마치 거미줄에 걸려 바둥거리는 먹잇감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거미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이런 작품이 처녀작이라니, 그야말로 믿을 수 없다! 고 마음 속으로 외친 것은 결코 부당한 찬사가 아니었다. 뒤에 수록되어 있는 단편들도 하나같이 스탠리 엘린이라는 작가의 뛰어난 필력과, 글 깊숙이 배어 있는 인간 심리에 대한 심오한 이해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으니까. 개인적으로 작가의 진정한 능력은 장편이 아닌 단편에서 빛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의 다른 작품인 '제 8지옥' 보다 오히려 더 높은 평가를 내리고 싶은 단편집이었다.

그러나 이 특별요리를 진짜로 빛내준 것은 맨 마지막에 수록된 '오터모울씨의 손' 이라는 짤막한 단편이었다.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을 연상케 하는 대 반전,..! '떳떳치 못하다' 라면서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비난했던 반 다인이라면 이 재기 넘치는 단편 역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마구 칼질을 해댔을 법 싶기도 하다. 그러나 반 다인이 무덤 속에서 어떻게 평가하든 간에 나는 이 단편에 가차없이 만점을 매겨 주고 싶다. 아마 최근에 본 모든 추리 단편들 중 가장 기가 막힌 반전을 선사한 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엘린의 뛰어난 '특별요리' 들에 걸맞은 훌륭한 '디저트' 로서 손색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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