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마일 - 페이퍼백
스티븐 킹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머쓱하게 닦아 내야만 했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벅찬 감동과 쓰라린 가슴아픔을 함께 느끼며 저절로 뜨거워지는 눈시울. 너무나도 선한 사람이 가장 비열하고 잔혹한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차라리 고역이었다. 나중에 양로원에서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회상하는 주인공 ---- 그리고 그 모든 얘기를 증명해 주는 작은 생쥐 한마리. 이 장면에서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눈물. 도대체 이 소설을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만큼 찡하게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었다. 단순히 감동이라고 할 수도, 분노라고도 할 수도 없는 묘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버린 느낌이었다.

나는 나름대로 스티븐 킹의 팬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고, 때문에 그의 소설도 번역 출간된 것은 거의 다 읽었다. 대부분 스티븐 킹을 공포 호러소설의 대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갑부작가 정도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을 곰곰히 읽어보면 작품 이면에,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휴머니즘과, 잔혹한 비인간성에 대한 고발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 바로 '그린 마일' 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스티븐 킹의 다른 소설과는 달리 전혀 무섭지 않다. 때로는 가슴 벅차게, 때로는 아련하게 슬프다. 아마 가장 큰 감동을 전해주는 작품일 거라고---적어도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 중에서는---생각한다.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도 공포가 아닌 다른 뭔가를 전달하려고 했다는 점에서는 '그린 마일' 과 비슷하지만 감동의 크기는 '그린 마일' 쪽이 훨씬 더 크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스티븐 킹이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는 공포 호러소설을 쓰는 작가인가? 그는 종종 그런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혹평을 듣곤 한다. 스티븐 킹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진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그는 아무 내용 없는 환상 공포소설만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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