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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코담배케이스 ㅣ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9
존 딕슨 카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딕슨 카는 정말 훌륭한 추리작가이다. 작품 활동을 한 기간도 매우 길 뿐만 아니라 내놓은 작품의 수도 엄청나고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기발하고 멋진 작품들을 잔뜩 내놓으며 영국에서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코난 도일 못지 않은 인기와 명성을 얻었던 작가이다. 특히 그는 '불가능범죄의 대가' 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겉보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밀실살인이나 기괴한 트릭을 즐겨 썼다.
아마 역사상 가장 훌륭한 추리작가 10명을 꼽으라면 꼭 들어갈 사람이고, 다섯 사람을 꼽으라고 해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작가인데...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선 도대체 딕슨 카의 작품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화형법정' 이나 '흑사장 살인사건' '모자수집광 사건' 등등은 예전에 자유추리문고와 동서추리문고 등을 통해(..70~80년대다-_-) 번역된 적이 있었으나 이미 절판된 지 옛날.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있는 딕슨 카의 작품은 달랑 이것,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뿐이다.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는 딕슨 카의 작품 경향이 바뀐 뒤에 씌어진 작품이라, 범죄의 기법과 트릭, 기괴하고 오싹한 분위기 묘사에 치중했던 이전 작품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특히 꼼짝없이 죄를 뒤집어쓰게 되어버린 가련한 주인공 이브의 초조한 심리상태 표현이 잘 되어 있다. 또한 절망 속에서도 새롭게 생겨나는 로맨스까지. (..로맨스와 추리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것을 보면 딕슨 카의 작품이라기보다는 크리스티의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드는 막판의 대반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의 매력이다.
딕슨 카가 이전에 내놓았던 작품에 비해 스릴과 서스펜스는 확실히 떨어진다. 대신 거기에 치밀한 설정과 로맨스가 추가되었다. 딕슨 카가 '괴기 추리소설(?)', 즉 이해할 수 없는 범죄현상과 거기에 따르는 불가사의한 징조들, 그에 따른 사람들의 공포를 기가 막히게 표현하는 작품들을 많이 썼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놀라울 정도다. 어찌보면 작품 내용보다 딕슨 카 자신의 반전(?)이 더욱 놀라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역시 딕슨 카의 위대한 전작들 못지 않은 수작이고, 크리스티의 소설을 많이 보아서 이런 식의 전개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친숙하게 딕슨 카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덧붙여 정말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딕슨 카의 다른 작품들을 '제발' 번역 출간해 달라는 것. 언제까지나 홈즈와 뤼팽, 포와로만 보고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추리소설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추리문학 장르가 발전해 나가기 위해선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제대로 완역되어 출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작가들의 선두에 딕슨 카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