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여인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1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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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은 크리스티의 소설 제목으로 유명해진 말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환상의 여인' 의 줄거리에도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된다. 사건 시각, 자신과 함께 있었던 여인을 찾아내지 못하면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쓴 채 사형당하게 되는 절박한 입장에 처한 사나이. 그런데 증인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사람이 주인공과 함께 있었던 여인의 존재를 부정한다. 사형날짜는 시시각각 임박해 오고,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와 주인공을 사랑하는 여인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나이를 위해 발벗고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물론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 3대 추리소설의 선정기준은 '놀라운 반전' 인 것인지, 이 작품 역시 결말에 그야말로 뒤집어질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통 추리소설의 생명이라 불릴 만한 절묘한 트릭과 탄탄한 구성은 3대 추리소설의 다른 작품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와 'Y의 비극' 에 조금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반까지의 숨막히는 전개에 비해, 결말은 허무감마저 들 정도로 약간은 어정쩡하게 처리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구성상의 단점을 극복해 주는 것은 이 소설의 뛰어난 문학성이다. 간결하면서도 우수가 짙게 담긴 문체는 읽는 사람을 매료시킨다. 또한 글 전체에 당시 미국 사회의 특징이나 분위기가 고스란히 살아나 있다. 뛰어난 문학 작품은 당대의 사회상을 잘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환상의 여인' 은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는 통속소설의의 범주를 확실히 뛰어넘었다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윌리엄 아이리시를 참 좋아한다. 스릴과 서스펜스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에서 물씬 풍겨나오는 미국 특유의 정서, 서민층 삶의 애환 등등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 번역된 아이리시의 작품은 많지 않다. 추리소설을 '추리문학' 의 경지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을 앞으로 많이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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