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의 비극' 을 한 줄로 표현하라면 저렇게 말하고 싶다. 세계 3대 추리소설이며 가장 완벽한 추리소설 중 하나라는 거창한 수식어들을 모두 제외해 버리고, 소설을 읽어 가면서 실제로 느꼈던 감탄들 역시 하나 하나 제거해 버리고 나면 마음 속에 덩그러니 남는 것은 아릿한 씁쓸함 뿐. 엘러리 퀸의 소설들은 비극적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해도 전체적으로 명랑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 편인데----그것은 등장하는 탐정들인 엘러리 퀸이나 드루리 레인의 낙천적인 성격 때문이겠지만----'Y의 비극' 에서는 사건의 무대인 해터 집안의 암울한 그림자가 작품 전체를 덮어 버렸다. 따라서 엘러리 퀸의 모든 작품 중 가장 뛰어나긴 하지만, 또한 가장 우울한 작품이라고 보아도 될 듯 하다. 뉴욕 최고의 부호 중 하나인 해터 일가는 그 숱한 기행과 악명으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미치광이 해터 집안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그 집안을 지배하는 것은 폭군이나 다름 없는 여왕 해터 부인. 남편인 요크 해터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비극의 전주곡이 울린다. 그리고 얼마 뒤 폭군 해터 부인이 불가사의하게 살해되고 비극이 본격적으로 상연되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전직 연극배우인 귀머거리 탐정 드루리 레인. 그렇지만 아무리 암울한 사태에 처해 있다 해도 쾌활함을 잃지 않았던 이 매력적인 노인을 슬픔의 늪에 빠뜨린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해터 집안에 저주처럼 깃들어 있는 어떤 사실 때문이었다. 어쨌든 결말은 추리소설 역사상 최고의 반전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기상천외하게 지어지지만, 결국은 비극으로 끝나 버린다. 가장 완벽한 범죄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교묘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그러나 사실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범인 자신이었을지도......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소설이다. 드루리 레인의 선택은 옳은 것이었을까. 왜 해터 집안은 그렇게 끝없는 비극을 겪게 된 것일까. 마치 괴물처럼 묘사되어 있는 그 집안 식구들은 일그러져 있던 미국 사회를 비추고 있는 또 다른 거울이 아닐까.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어떤 것을 말하려고 했을까----트릭의 정교함과 탄탄하고 완벽한 구성과 같은 추리소설적인 요소와는 상관 없는, 인간성과 유전에 대한 씁쓸한 질문들이 자꾸 떠오르게 만드는 작품이다. 'Y의 비극' 외에도, 엘러리 퀸은 어떤 특정 집안에 얽힌 가족사적인 미스테리를 자주 썼는데 '재앙의 거리' 와 '폭스 가의 살인' 이 그 대표작품 중 하나이다. 특히 '재앙의 거리' 또한 'Y의 비극' 못지 않은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극적인 효과와 반전의 재미는 훨씬 덜하다는 느낌이다. 또한 이 작품은 잘 알려진 대로 세계 3대 추리소설 중 하나인데, 개인적으로 세 작품들 중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가장 짜임새 있는 추리소설이라고 불리워도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완벽한 작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모양인지, 작가의 엄청난 실수가 하나 있다. 그 옥의 티는 읽으면서 찾아 보시길.
후속작으로 다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