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중국인의 일상생활
자크제르네 / 신서원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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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점에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와 같은, 옛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춘 책들이 시리즈로 출간되는 것을 보고 기뻐했었다. 사실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대개 왕조 이름 외우는 것부터 시작하여, 그 당시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적 업적 같은 것을 딱딱하게 암기하는 재미 없고 어려운 역사다. 역사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이유로 역사를 싫어한다. 지루한 암기 과목이라는 소리다.

그러나 시각을 조금 바꾸어, 옛 사람들이 실제로 살았던 '모습' 에 초점을 맞추어 보는 것은 어떨까. 옛날에도 시장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 장사를 했고, 커다란 도시에는 소방관이나 경찰관처럼 요즘에 필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명절날에는 모두 나들이 옷을 차려입고 야외로 나와 경치를 즐기며 노는 것 까지 - 사실 옛 사람들의 생활은 지금의 우리와 그다지 다를 바 없다. 이렇게 친근한 주제에서부터 역사 공부를 시작하면 역사가 어렵고 따분한 학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옛 중국, 특히 남송 시대의 수도 항주에 살았던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춰 저술한 이 책은 상당히 반갑게 느껴졌다. 중국 역사는 그야말로 방대하다. 딱딱한 사서(史書)읽기부터 시작하면 역사에 특별한 취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하품부터 나올 것이다. 그러나 옛 중국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아는 것에서부터 역사 읽기를 시작하면 - 엄청난 스케일의 중국 역사를 배어 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전통중국인의 일상생활' 은 평이한 제목과는 달리, 심심풀이나 흥미거리 정도로 가볍게 읽고 넘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깨알같은 글씨가 빽빽히 들어찬 책장을 보면서 한숨부터 내쉴 사람이 분명히 있으리라. 또한 당시의 풍속과 일상생활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필요 이상' 으로 자세하고 꼼꼼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법률이나 제도를 서술하고 있는 부분에서는 졸음마저 온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이런 저자의 친절함(?)은 옛 중국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속속들이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매우 도움이 된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스윽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수박의 속 알맹이의 정체까지 확실히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온고지신(溫古之新)이라는 말이 있고,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도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건 어쩌면 900여년 전, 100만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북적거리는 거대 도시 속에서 바쁘게 살아갔던 항주의 신민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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