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 9.11 테러와 이슬람 이해하기
이희수.이원삼 외 12인 지음 / 청아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중학교 /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서도, 그리고 신문이나 언론 매체, 다른 서적에서 이슬람교에 대해 소개할 때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문장은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코란' 을 모토로 무력을 통해 자신들의 세력을 넓혀 나갔다 - 라는 글귀이다. 얼핏 보면 이슬람교도들은 무력을 통해 무조건 자신들의 종교를 강요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피지배자들을 무차별로 억압하고, 특히 여성에 대한 억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한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실상이 과연 그럴까.

서양사를 배우며 가장 충격으로 와닿았던 부분이 있었다. 서양 세력이 이슬람과 싸웠던 십자군 전쟁 때 포로의 처우에 관한 문제였다. 정의를 수호하고 성지를 탈환하자는 목적으로 동방으로 향했던 십자군들은 자신들이 잡은 포로를 모두 죽이거나 노예로 팔아 넘겼다. 심지어 그들이 이슬람교가 아닌 자기들의 동족인 유럽인인 경우에도 그랬다. 하지만 이슬람교도들은 그들이 잡은 십자군 포로들을 노예로 팔거나 죽이지 않고 정중히 돌려보내 주었다. 그들에게 자신들의 종교를 강요하지도 않고. 이슬람이란 과격한 테러 집단, 무력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종교 - 라는 인식이 박혀 있던 나에겐 정말 충격적인 대목이었다. 그리고 서양 세력에 의해 왜곡된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던 이슬람에 대한 생각을 바로잡아야겠다 - 라고 생각하던 차에 접하게 된 것이 '이슬람' 이라는 이름의 책이었다.

이 책은 서양 학자가 쓴 것이 아니라 서구의 시각에 물들지 않은, 한국인이 쓴 이슬람 문화와 종교에 관한 책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서구의 시각에 의해 걸러지고 일그러진 이슬람에 관한 정보만 접하던 사람들에겐 아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으리라. 군사력을 이용해서 영토를 넓혔다지만 그들은 피지배자들에게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별이 없이 모두가 평등하다' 라는 이슬람의 교리에 감복받아 피지배자들이 자진해서 개종했을 정도다.

또 일부다처제에 대한 그릇된 시각도 많이 바로잡히게 되었다. 남편은 여러 명의 부인을 두게 될 경우 한 부인만 편애해서는 안되고, 모든 부인을 동등하게,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이혼이나 재혼 역시 인정되고, 개방된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나 요르단 역시 여성들의 교육을 인정하고 있다. 이슬람 여성이 억압받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서구의 색안경을 끼고 그 세계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슬람의 기준에서, 그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여성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권리와 행복을 찾아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견해를 제공한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사실 제목만 들었을 때는 동일한 출판사에서 나온 '이야기 중국사' 나 '이야기 세계사' 같은, 읽기 쉽게 나온 개론서적 같은 분위기일 줄 알았다. 그래서 이슬람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에 대한 부분이 많이 언급되어 있으리라 상상했는데 의외로 이슬람의 총체적인 역사에 대해 설명된 부분은 좀 적었다. 대부분 우리에겐 낯선 이슬람 문화에 대한 소개와 편견 바로잡기 - 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나 할까. 게다가 한 사람의 저자가 쓴 게 아니라 여러 명이 공동집필한 책이라 주제가 일정하지 않고 산만하게 흐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 라는 단어로 표현하면 될 듯 하다. 중심이 될 주제를 잡고, 그에 따라서 여러 사람이 서술한 것을 편집하여 배열했으면 좋았을 것을 - 이라는 아쉬움이, 책을 읽어 나가는 순간 순간마다 스쳐 지나가곤 했다.

그렇다 해도, 이 책은 꼭 한번 읽어 볼 만한 서적이다. 급속한 근대화화 개방화로 전통적인 것들을 잃어 가는 우리들에게, 자신들의 풍습과 종교를 소중히 지키며 살아가는 이슬람인들의 삶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비록 몸은 편해졌다고 해도 마음은 점점 텅 비어가는 것이 아닐까 - 그렇게 살아가면서 우리는 소중한 뭔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소박하고 정겨운 이슬람인들의 체취가 묻어나는 책갈피를 넘겨 가면서, 이런 질문을 마음 속으로 던져 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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