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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타산지석 1
이식.전원경 지음 / 리수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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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야누스의 얼굴을 지닌 사람들- 신사지만 홀리건들이 난무하는 영국인들

이것이 그들이라고 한다. 직접 영국사람을 깊이 겪어보지 않아서 뭐라 단정할 수 없지만, 영국이란 낯선 땅에서 1년이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지금. 그것이 크게 겁나거나 문제될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사람은 누구나 이중적일 뿐 더러 본심이 어떻든 겉으로 상냥하게 대해준다면,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는 크게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하고 막연하게 생각해 본다.

실제로 영국에서 3일뿐이지만 여행하느라 머무른 적이 있다. 그들은 외국인인 나를 위해 또박또박 말해주려고 애썼고 (그래도 당시 영국발음은 참 어려웠다) 내가 영국에서 받은 인상도 깔끔하고 안정된 좋은 느낌들이라 주저 없이 이번에 공부하러 가기 위해 영국을 택할 수 있었다.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히 여기고, 무엇보다 전통을 중시하는 면은 일본과도 많이 닮아 있다. 당시 나도 하이드 파크에서 산책을 하면서 공원의 나무 벤치마다 이름과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상당히 신기하면서도 좋게 보았다. 개인적인 추억들을 그런 공공장소에 기증한 물건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멋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도 책의 저자들처럼 캠브리지에서 머무를 것이므로 그곳에서의 생활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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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시계
앤 타일러 지음, 장영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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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무것도 아닌 얘기를 가지고 400쪽이 넘게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작가의 역량이다. 그것도 지루하지 않고 읽는 내내 으응~ 그렇구나 하는 식으로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게 쓴다는 것은!

  주인공은 40대 초중반, 결혼한 여자고 남편과 그럭저럭한 사이에 아직 철 덜든 아들과 딱부러지지만 엄마를 싫어하는 딸을 둔 사람이다. 평범하고 평범하다. 적당히 속물이고 그다지 악한 짓 한 것 없이 괜찮은 아내, 엄마로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자신의 주장을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편은 아니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 은근 집요하게 공작(ㅋㅋ 읽어보면 안다)하기도 하는 보통의 주부이다.

  난 여자이지만, 20대고 미혼이고 가정보다는 개인적 성공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심리나 성격, 상황등에 공감이 갔고 재미있게 읽었다. 정말 뛰어난 역량의 작가라고 본다. 누구나 흔히 느끼는 감정, 일상이 주제이긴 하지만 아는 것을 글로 풀어낸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것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내가 20년쯤 더 살고나서 이 소설을 다시 읽으면 다른 생각이 들 것이다. 분명히- 경험한 만큼 느끼고 안다는 것처럼 내가 이 주인공을 이해한다해도 그건 내 생각과 경험내에서로 한정된다.-, 그치만 지금 읽고나서는 난 절대 주인공 아줌마 같은 사람이 되기 싫다는 것이다.

  왜 자꾸 주변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걸까-.-; 아이들이 자꾸 내게서 멀어져가고, 안타깝고, 뭔가 어긋나버린 것 같은데 그걸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고 싶은데 잘 되지 않고 허탈하다. 그래서 난 이렇게 노력하는데 다들 오히려 신경질만 내고 일은 더 꼬여만 간다-

 아, 읽는 내내 답답했다 진짜!! 당신이 그랬기 때문에 멀어져버렸노라고, 아이들이 자라고 커가는 만큼 더이상 품안의 꼬맹이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이 크면서 만드는 그들만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봐 줘야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녀는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소녀적 생각 그대로이다. 또 자꾸 소녀적 생각으로 회귀하려고 한다고 생각된다. 귀엽긴 하지만 성숙하진 못하다. 나이가 들면서 얻게되는 현명함은 자연스레 얻어지는 게 아니다. 예전엔 저절로 얻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살아온 내 경험에 미루어 결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어릴 적보다 나이들수록 더욱 노력해야 하고 귀기울여야 하고 이해하려고 애써야 했다.

 나는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적어도 나이만큼의 현명함을 갖추고 늙고 싶다.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 성숙하고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다. ㅋㅋ 하지만, 나의 엄마도, 또 세상의 다른 수 많은 엄마들도 이렇게 생각했을 텐데 그렇지 못하는 걸 보면 확실히 어려운 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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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 북하우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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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 시절과 대면하기 두려워하는 한 남자와 일 중독자처럼 살다가 일상의 여유가 주는 풍요에 눈 뜨게 된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

딱 그림이 나오지 않는가? 역시 그랬다.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는 대부분 다 보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내가 앞부분을 조금 읽고 나니 아, 이건 너무 뻔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여자를 살짝 유령(굳이 말하자면 생령, 유체이탈 비슷한 건가? 그건 잘 모르겠다)으로 비틀어 놓고, 중간에 이러저러한 사건을 살짝 집어넣어서 극적으로 만들고 끝에는 해피엔딩인...

 하지만 뻔하다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사실 '사랑'이란 주제는 인류의 출현이래로 가장 근원적인 감정이고 온갖 문학장르에서 온갖 종류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는가. 문제는 그 뻔한 이야기를 알면서도 거기에 동화되어 가슴 따뜻해지게 만들어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면에서 볼 때 결코 이 소설에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전체적으로 너무 엉성하다고 생각되었다. 50분짜리면 충분할 것을 3시간 쯤으로 늘려놓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인물들한테 너무 유머가 없다. 로맨틱 코미디면 로맨틱 코미디답게 밀고 당기는 알콩달콩한 맛이 부족하다.  한 마디로 실망스러웠다는 것이다.

 사실 별 세개 주기에도 아깝다. 하지만 세개를 주는 것은 책 중간 즈음에 주인공 남자의 어머니 때문이다. 그 어머니가 아들에게 살아 생전 들려주었던 얘기에 살짝 뭉클함이 있었다.

 ...우리는 때로 욕망 앞에 무력한 존재이다. 우리의 욕구나 충동앞에서도 무력하다. 그래서 이따금식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감정이 한평생 너를 따라 다닐 것이고 때론 그게 강박처럼 되어버릴 거다.살아가는 기술의 한 부분은 우리의 무력함을 이기는 능력에 달려있다.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무력함은 종종 두려움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무력함은 우리의 대처능력, 지능, 상식 따위를 꺾어버리고 나약함으로 문을 열어준다. 당신도 많은 두려움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에 대항해 싸워라. 망설여서는 안된다.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라. 회의에 빠지지 말고. 제 자신의 선택을 밀고 나가지 못하면 어느 구석에선가 삶에 대한 혐오가 생겨난다. 모든 문제가 도박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결단이 네 자신을 알고 이해하는 교훈이 될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게 하라. 당신의 세상을!

 책에서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이야기해주는 어조, ~란다. ~지 않니.. 하는 식으로 써 있는데, 영 닭살 돋아서 어조만 바꿔놨다.

  작가가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가 아들이 20대가 되었을 때 함께 읽을 만한 책이 있었으면 하고 바랬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 부분, 즉 아들에게 주고 싶은 메세지 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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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다섯 조각
조안 해리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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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에서 궁금증이 일었다. 오렌지 다섯조각이라니... 네 조각도 아니고 세 조각도 아니고 왜 하필이면 다섯조각일까? (그건 책을 읽다 보면 알게된다)

  오렌지를 상큼하고 향기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언뜻 오렌지의 신내가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귤이나 오렌지는 상큼하고 향기롭게 느껴질 수 있는 동시에 그만큼이나 비릿한 내음에 구역질이 치밀 수도 있다.  나는 종종 겨울에 밀폐된 공간에서 귤을 까거나 할 때의 비릿함이 떠오르면 헛구역질이 난다. 그래서 예전엔 귤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겨울에 먹는 귤을...

 주인공의 어머니는 물론 병이 있어서겠지만,, 나만큼 오렌지의 비릿함을 잘 파악했던 사람같다. 병적으로 오렌지를 싫어하고, 발작을 일으키는 것은 한 번 뿌리박힌 그 신물나는 기억이 내내 뇌리에 남아 반복적으로 진행되면서 노이로제로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9살짜리 영악스럽고 고집스런 바짝마른 여자아이가 오렌지를 이용하여 엄마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꾀를 쓰면서 점차 진행된다. 이 아이는 무섭도록 치밀하고 잔인하다. 그건 어린아이들이니까 가능한 것인데,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후에 어떤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지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단히 잔혹하게 굴 수 있다. 또한 주인공의 바짝 말라서 고집만 남은 아이 시점의 음식묘사라서인지 풍요롭고 군침도는 프랑스의 각종 요리들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 군침이 돌지 않을 만큼 건조하고 말라있다.  

 아이이기 때문에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고, 단순하게 치밀하며, 그 순진함 때문에 여러 사람을 곤란에 빠지게 한다. 아,, 진짜 나는 이래서 아이들이 싫다. 나도 어린 시절 이런 아이였을 것 같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아이들의 가장 무서운 면이 바로 이것이다.

 책을 다 읽고나니 오렌지의 신내가 목구멍으로 훅 끼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큼하다. 하지만 뛰어나다. 오렌지의 신내는 내게 있어서 영원히 잊지 못하는 기억인만큼, 두고두고 이 책도 기억날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는 오렌지의 신내가 떠 오를 때마다 책의 이야기도 함께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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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시대의 사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7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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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시대의 사랑... 책에 대해선 요만큼도 모르는 상태에서 제목을 보고는 나름대로 추측하길,

전염병이 창궐할 당시의 안타까운 두 연인의 이야기? 아주 상상력 부족한 추측이지만 대충 그러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그럼에도 제목이 맘에 들었기에 선뜻 사버렸다. 것도 1권만!

사고나서도 꽤 묵혀두었다.  책 앞부분을 보자면 이상하게 나른해지면서 느릿느릿해지는 느낌이 통 집중하

기 어렵게 했고 어딘가 맥없이 축 늘어지는 것이 무더운 한여름 오후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여름에 읽어야지~

올 여름 7월께에 1권을 다 읽었다. 읽고나서 후회했다. 2권은 왜 안샀나?  부랴부랴 서점에 달려가 2권을

손에 쥐어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 2권은 끝내지 못했다.

책 전체를 지배하는 무덥고 습하고 끈적끈적한 날씨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치우치기에 적당하다. 이 이야기

는  그런 배경 속에 콜레라 같은 사랑 * (상사병의 증세가 콜레라와 흡사하다고 함) 을 하는 유치하고 순진하

고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사람들의 이야기다. 과장되고 지나치게 감정과잉이고 그래서 순수해보이기도 한,

이 웃기는 사랑이야기- 난 군데군데 낄낄거리면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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