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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 북하우스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과 대면하기 두려워하는 한 남자와 일 중독자처럼 살다가 일상의 여유가 주는 풍요에 눈 뜨게 된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
딱 그림이 나오지 않는가? 역시 그랬다.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는 대부분 다 보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내가 앞부분을 조금 읽고 나니 아, 이건 너무 뻔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여자를 살짝 유령(굳이 말하자면 생령, 유체이탈 비슷한 건가? 그건 잘 모르겠다)으로 비틀어 놓고, 중간에 이러저러한 사건을 살짝 집어넣어서 극적으로 만들고 끝에는 해피엔딩인...
하지만 뻔하다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사실 '사랑'이란 주제는 인류의 출현이래로 가장 근원적인 감정이고 온갖 문학장르에서 온갖 종류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는가. 문제는 그 뻔한 이야기를 알면서도 거기에 동화되어 가슴 따뜻해지게 만들어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면에서 볼 때 결코 이 소설에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전체적으로 너무 엉성하다고 생각되었다. 50분짜리면 충분할 것을 3시간 쯤으로 늘려놓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인물들한테 너무 유머가 없다. 로맨틱 코미디면 로맨틱 코미디답게 밀고 당기는 알콩달콩한 맛이 부족하다. 한 마디로 실망스러웠다는 것이다.
사실 별 세개 주기에도 아깝다. 하지만 세개를 주는 것은 책 중간 즈음에 주인공 남자의 어머니 때문이다. 그 어머니가 아들에게 살아 생전 들려주었던 얘기에 살짝 뭉클함이 있었다.
...우리는 때로 욕망 앞에 무력한 존재이다. 우리의 욕구나 충동앞에서도 무력하다. 그래서 이따금식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감정이 한평생 너를 따라 다닐 것이고 때론 그게 강박처럼 되어버릴 거다.살아가는 기술의 한 부분은 우리의 무력함을 이기는 능력에 달려있다.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무력함은 종종 두려움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무력함은 우리의 대처능력, 지능, 상식 따위를 꺾어버리고 나약함으로 문을 열어준다. 당신도 많은 두려움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에 대항해 싸워라. 망설여서는 안된다.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라. 회의에 빠지지 말고. 제 자신의 선택을 밀고 나가지 못하면 어느 구석에선가 삶에 대한 혐오가 생겨난다. 모든 문제가 도박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결단이 네 자신을 알고 이해하는 교훈이 될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게 하라. 당신의 세상을!
책에서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이야기해주는 어조, ~란다. ~지 않니.. 하는 식으로 써 있는데, 영 닭살 돋아서 어조만 바꿔놨다.
작가가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가 아들이 20대가 되었을 때 함께 읽을 만한 책이 있었으면 하고 바랬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 부분, 즉 아들에게 주고 싶은 메세지 만큼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