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그린 새로운 작가를 만났다. 이 계절에 읽지 않을 수 없는 멋진 제목!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는데 작품들 완성도가 너무 높아서 좀 수상했다. 알고 보니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다양한 문예지 등에 실린 작품이 모여 나온 책이더라. 꾸준히 쓰는 건 참 멋진 일이다.세상이 망하는 범세계적 재난이 없더라도 개개인의 인생은 저마다의 고난으로 가득하다. 어릴 때 가출했던 아버지가 다 크고 나서야 돌아온다던가, 아이가 유산되었다거나, 직장 동료들의 싸움에 나까지 휘말려들게 생겼다거나. 그 상황에서 인물들이 마음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고, 그들의 상황과 겹쳐 보이는 비유들이 아주 찰떡 같아서 오~ 하면서 읽었다. 몇몇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특히 좋았던 작품 2가지는사랑의 여름: 표제작. 제목이 뭔가 반짝반짝한데, 읽고 나니 해 지는 노을이 남는다. 제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 때문에 고통받아 본 사람이라면 더 공감하며 읽을 것 같다. 숱이 없는 아버지가 장발을 고수한다는 묘사가 웃겼는데 다 읽고 나면 아~ 하고 뭔가 알 것 같은. 처음 읽을 땐 웃긴데 다시 읽을 땐 웃기지만은 않게 느껴져서 신기했다. 이런 건 어떻게 쓸까. 위해하는 마음: 위하는 것인가 해하는 것인가. 두 가지 뜻으로 읽을 수 있는 말처럼,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없는 직장생활 이야기. 식물에 달라붙는 응애 두 종으로 상황을 비유하는 장면이 찰떡 같아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