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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p103.그렇지만 굉장히 재미있기는 했다. 우리가 자리로 돌아왔을 때, 마티는 나머지 두 여자에게 게리 쿠퍼가 막 나갔다는 말을 해주었다. 래번과 버니스는 그 말을 듣자 자살이라도 할 것처럼 보였다. 두 여자는 마티가 게리 쿠퍼를 보았는지 흥분해서 물었다. 그러자 마티는 얼핏 본 것 같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정말 입이 딱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p112.뉴욕이란 곳은 누군가가 이렇게 밤늦은 시간에 거리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부터 삽시간에 무시무시한 곳이 되어버린다. 멀리 떨어진 곳까지 그 소리가 울리기 때문이다. 그것이 더욱더 사람을 외롭게 만들고, 우울하게 느끼게 한다.
p150.토마스 하디 ‘귀향’
p154.~ 그렇지만 샐리 헤이즈와 공연을 보기로 했기 때문에 표를 살 돈은 남아 있어야 했다. 그렇긴 했지만, 여전히 후회되었다. 망할 놈의 돈 같으니라구. 돈이란 언제나 끝에 가서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어버린다.
p170.지나치게 무언가를 잘한다면, 자신이 조심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에게 더 이상은 잘한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p189.링 라드너의 작품. ‘무기여 잘 있거라.’ 추천.
p207.날씨가 좋을 때면 아버지와 엄마는 앨리의 무덤으로 가서 그 위에 꽃다발을 얹어놓곤 하셨다. 나도 몇 번 같이 갔었지만, 얼마 못 가 그만두고 말았다. 우선은 무엇보다도 앨리를 그런 곳에서 만나고 싶지 않았다. 죽은 자들과 비석에 둘러싸인 그런 곳은 싫었다. 그나마 해가 떠 있을 때는 봐줄 만했다. 하지만 그곳에 갔을 때, 두 번이나, 무려 두 번이나 갑작스러운 비를 만났던 것이다. 그때는 정말 끔찍했다. 앨리의 비석 위로도, 앨리의 배를 덮고 있는 잔디 위로도 비가 내렸다. 공동 묘지 전체에 비가 내렸다. 묘지에 왔던 수많은 사람들은 정신없이 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난 또 미칠 것 같았다. 사람들을 저렇게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서 라디오를 틀고는, 좋은 곳으로 저녁식사를 하러들 갈 것이었다. 앨리를 저렇게 내버려두고.
p217-p218.나는 피비에게 레코드 얘기를 해주었다. ‘내가 널 주려고 음반을 하나 샀었는데, 오다가 떨어뜨려서 깨트리고 말았어.’ 난 코트 주머니에서 깨진 레코드 조각들을 꺼내 보여주면서 말했다. ‘내가 취해있었거든.’
‘그 조각들 이리 줘. 내가 가지고 있을래.’ 그 애는 내 손에서 레코드 조각들을 받아가서는 침대 옆에 있던 작은 탁자 서랍에 넣는 것이었다. 동생은 나를 늘 감격하게 만든다.
p229. 로버트 번스의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와 만난다면.’
p241-p242 그 시간만 되면 반 아이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연설을 하는 거예요. 그냥 즉흥적으로 말이에요. 그러다가 연설을 하던 아이가 조금이라도 주제에서 벗어나게 되면 모두들 <탈선>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정말 사람 미치게 만드는 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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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읽는 책.
분명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렀던 기억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내용인지 단 한 글자도 생각이 안나서 다시 읽기로 결심. 역시나 첫 장을 넘긴 이후부터는 술술술 읽히기 시작한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는 명성이 걸맞는 성장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극과 극의 평을 받는 책.
이 책의 주인공은 이 세상을 살아가기 팍팍하고 힘에 겹게, 너무도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좋게 말하면 속세에 찌들지 않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어 성인들의 행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하나하나 지적하고 있다.
물론 나 역시 납득이 가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를테면, 맨날 만나서 반갑지도 않으면서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한달지, 웃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도 억지 웃음을 만들어 낸다는 거랄지, 근처 공원의 오리들이 겨울에 어디로 가는지 묻는 주인공을 미친 사람 취급하는 그런...것들, 아 산소에 찾아가서 죽은 자의 죽음을 추도하지만,, 비가 왔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 지 이야기 한 부분 등은...
나 역시도 싫은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 밖에도 너무도 많은 것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테면 자신이 궁지에 몰렸을 때 따뜻하게 맞아준 선생님이 재워준 자신의 집에서 눈을 떴을 때 자신을 쓰다듬고 있었나? 바라보고 있었나? 그랬다고 변태짓을 했다고 오해하여 혼자 미친듯이 뛰쳐나간 뭐 그런 것들은...
이해할 수 없기도 했다.
이래서 성장소설이라고 하는 건가.
미리 성인이 되는 데 대해서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미리 맛보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때문인가보다 란 생각을 했다.
암튼,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불안한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이 안쓰럽고 왜 이러나 싶으면서도 자기가 가장 나이가 많은 '호밀밭'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을 때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는 주인공의 꿈만은 참 멋지면서도 주인공다운 꿈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