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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영화 원작 소설) - 완역, 1·2권 통합 걸 클래식 컬렉션 1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공보경 옮김 / 윌북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걸클래식 시리즈 중에서 굳이 #작은아씨들 을 선택하게 된 것은 최근 <작은 아씨들>의 영화화가 화제였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개봉을 확정짓진 않았지만, 엠마 왓슨과 티모시 샬라메 등의 화려한 캐스팅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900여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조금은 후회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인내심 있고 애정이 넘치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4명의 작은 아씨들의 성장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가난으로 인해 지난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서로를 사랑으로 보듬는 작은 아씨들과 그들의 이웃들의 이야기는 따뜻하고 다정해서, 진심으로 책을 덮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행복한 집을 떠나 현실로 돌아오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여성의 권리 향상을 강력히 주장하고, 자신의 인생을 위해 결혼을 하지 않았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인만큼 <작은 아씨들>에는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19세기에 써진 소설이 아니라 근래에 이르러 쓰여진 소설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성들에게 당연하게 주어지던 의무나 억압에서 벗어나 강인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야 한다,는 작가의 소신은 소설에서 '조 마치'라는 인물로 표현된다. "자유롭게 사는 게 너무 좋아서 세상 어떤 남자를 위해서도 이 자유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p712)" 라고 외치는 '조'는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과도 닮아있다. 19세기라면 지금의 우리가 느끼는 불평등보다도 더 어마어마한 차별을 겪었을 것이 틀림없는데, 그 시대에서도 자유를 위해 애쓰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현대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지 않을까 싶다. '조 마치'와 같은 여성들이 있었기에 (완전히 나아지진 않았지만) 조금 더 평등한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조 마치'가 '개혁가'로서의 삶을 당당하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딸들의 존경과 사랑을 최고라고 여기는 '마치 부인'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딸들이 여성으로 살아가는 데 제일 큰 힘이 되는 것은 어머니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면(p762)" 마치 부인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게 두지 않고, 육아를 함께 했던 아버지의 영향도 적지 않다.(지금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육아를 하는 아버지가 부족한 마당에, 200년 전에 살았던 아버지가 공동 육아를 했다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결혼 한 첫째 딸 '메그'에게 '마치 부인'은 "여자라는 이유로 작은 상자 속에서만 살려고 하지 말고 세상일에 관심을 가져."라고 말한다. 이런 부모 밑에서 '조'처럼 강인한 여자가 자라난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다. 마치 부부는 돈이나 성공을 좇으며 사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음을 늘 일깨워주기도 했다. 화려한 인생에 한 눈을 팔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순종하며 성장해 나가는 딸들의 태도도 놀라웠다. 내가 어릴 때 저들과 같은 일을 겪었다면 부모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부끄럽기도 했다. "가난하더라도 행복하게, 사랑받고 만족스런 삶을 사는 편이 나아.", "돈은 누구나 갖고 싶은 것이지만 가난도 장점이 있다. 가난의 장점 중 하나는 머리나 손으로 열심히 일한 대가를 거머쥐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만족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현명하고 아름답고 유용한 것들의 절반은 모두 가난 속에서 필요에 의해 탄생했다.(p529)" 가난으로 인해 다른 부잣집 아이들처럼 제대로 치장하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다가도, 결국에 자신이 가족들에게서 얼마나 보호받고 사랑받고 있는지를 깨달으며 감사함을 느끼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 소설 속에서 적지 않게 등장한다. <작은 아씨들>은 마치 가난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 같았다.

 "역시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935p)" 라는 '조'의 외침으로 나까지 덩달아 행복해졌다. 가난이라는 결점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자라난 아이들은 2부에서는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도울 계획을 세우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부모의 가르침을 헛되이 하지 않고, 너무도 올바르게 성장해준 아이들을 보면서 웃고 울며 진심으로 기쁨을 느꼈다.

 '가족'이라는 집단의 긍정적인 면을 최대치로 보여주고, 돈과 성공에 비해 더 중요한 것이 분명히 일깨워주는 이 소설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비현실적이고, 지나치게 환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내가 바라던 '집'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난 개혁가가 좋은데.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고 싶어. 세상은 개혁가를 달가워하지 않지만 개혁가가 없으면 세상은 굴러가지 않아. (...)넌 세상에 맞춰 살아. 난 세상의 모욕과 야유를 즐기면서 내 뜻대로 신나게 살거니까." - P582

무엇보다 이 소박한 가족은 그가 가난한 남자라는 이유로 더욱 친밀감을 느끼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가난은 가난 속에 사는 사람들의 영혼을 살찌우고, 서로를 진심으로 대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 P872

"남자처럼 보이든 말든 편하면 그만이야." - P253

"토미는 가난하고 수줍음이 많지만 선량하고 똑똑해. (...) 갈색 종이에 물건을 포장해 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제대로 된 신사야." - P579

"비록 우리가 머리카락을 태워먹은 채 낡은 드레스를 입고, 멀쩡한 장갑을 한 짝씩만 끼고 발에 작은 구두를 신었다가 발목을 삐긴 했지만, 게다가 그런 신발을 신을만큼 어리석었지만, 귀부인들도 우리보다 더 즐겁지는 않았을 거야."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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