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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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을 읽었다. 아마 고등학교 때부터 권장도서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도 늦게 읽은 것일 게다.

대학에 와서 배운 것은 뭐 경영학이다 보니 생산관리니 인적자원관리니 경영과학이니 하는 것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기술적인 부분은 대학이 아닌 곳에서도 배웠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학에 오니 이런저런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았고 또 그러다 보니 내 사고의 폭과 깊이가 넓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 대학에서의 가장 중요한 경험이 아닌가 싶다.

역사과 철학 그리고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한때 충격이었지만 지금은 연민의 마음으로 가슴 아픔을 느낀다. 우리나라 민족같이 가슴 아픈 슬픈 기억을 간직한 민족이 또 있을까? 또 그 기억의 망령에 휩쓸려 아직도 그 멍에를 지우지 못한 민족이 또 있을까?

아픈 기억은 아픈 기억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 교수님의 말처럼 상처는 아픈 기억과 함께 흉터를 남긴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우리에겐 그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덧나고 덧나서 썩어가고 있다는 사실이고 그것을 인식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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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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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열심히 활동하던 독서클럽 정모에서 받은 책이다. 한비야의 글은 입담 좋은 동네 아줌마의 수다 같아서 부담없고 재미있다. 세계여행을 끝내고 그 종착역으로 우리 국토를 돌아보았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개인적으로 여행기 같은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한다고 해야 하나.. 다만 대부분의 여행기가 우리와 다른 풍물을 소개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다른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이 부족하여 대부분의 여행기를 싫어할 뿐이다. 그래서 난 여행기를 읽을 시간과 여력이 있다면 그 나라 역사서나 그 나라의 작가가 쓴 책을 읽는 것이 더 많은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

그러나 한비야의 여행기는 그런 대다수의 여행기와 다르다. 오히려 본연의 여행기의 틀에 충실하다고나 할까? 여행기라는것은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때 느꼈던 생각도 중요하다. 여행기를 단순 여행책자와 구분하는 기준이 여기 있을듯 싶다. 그런 면에서 한비야의 책은 여행 중 일어났던 일화와 함께 자신의 생각이 함께 하기에 여행기답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가끔씩 너무 흥분해서 글 전체의 안정을 깨는 듯한 부분이 있어 아쉽다. 뭐 그거야말로 한비야만의 특성이니 어쩔 수 없지만.. 어쨌든 에너지 충만한 그녀의 우리나라 대장정을 읽고 있자니 나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팍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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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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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교수의 글은 무엇보다도 항상 날 돌이켜 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날 돌이켜 보게 하는 형태는 훈계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겨운 사설도 아니다. 그냥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에 그 속에 진실성이 살아 있고 또한 큰 울림과 힘이 있다. 그 힘은 신영복 교수가 징역살이에서 겪었던 깊이 있는 생각과 자아성찰의 결과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나무야 나무야>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검열의 통제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껄끄러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글이 더욱 자연스럽고 멋드러지는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글 중에 "대학은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종속의 땅'이기도 하지만 그 연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의 땅'"이기도 하다는 말이 특히 마음에 와 닿는다.

난 과연 대학에서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답습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연쇄의 고리를 끊고 있는가! 분명한 것은 난 그 '종속의 땅'이 주는 편안함보다 '가능성의 땅'이 주는 불안감이 더 좋다는 것이다.

예전에 한 강연회에서 싸인을 요청한 내게 '처음처럼'이라고 써 주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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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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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부문에서 몇 달간 베스트셀러에 속해 있길래 한참 동안 관심을 갖다가 읽은 책이다. 뭐 다 읽은 건 방학이 끝나기 전이었으니까 감상평도 늦게 올리는 셈이다. 그러니 사실 내용도 가물가물하다. 물론 재미있고 읽을 당시 꽤 독특하다고 생각했지만 한 달 만에 그 기억이 가물가물한 걸 보니 아마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올 정도는 아니었나 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목하고 기억해야 할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에서 시도하고 있는 연구의 대상은 다른 사회과학이 나아가야 할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까지 하다. 뿐만 아니라 경제학이 주는 강력한 논리성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해 경제학 전공이 아닌 이들에게도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작년이었던가? 하루는 영문학을 전공하는 후배와 이야기를 하다가 언쟁이 있었는데 당시 난 경제학은 사회과학의 꽃이라는 말이 있듯 경제학의 논리적 정연함은 여타 사회과학의 학문과 차별된다는 주장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영문학을 전공해서인지 그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고 나 역시 그것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능력이 없었다. 잠깐 여기서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은 논리적이다 혹은 아니다라는 말에 어떤 것이 더 좋다라는 가치판단의 문제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논리적이라는 것보다 나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단, 경제학이 다른 사회과학에 비해 논리적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최소한 이론적으로 혹은 학문적으로 현실에 적용된 범위가 넓거나 혹은 어떤 현실을 설명하는 데 있어 설득력을 얻기 쉽다는 것이지 그것이 진리에 가깝다는 말과는 틀림없이 구분되어야 한다.

어쨌든 이 책은 강력한 경제학의 연구방법론을 무기로 기본 경제학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회문제들을 분석한다. 그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부러웠고 또한 그럴 수 있다는 여유와 천재성이 부러웠다. 하지만 솔직히 책을 사서 두고두고 보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사지 말고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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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ota 무한성장의 비밀 - 완벽한 불황 극복 코드
히노 사토시 지음, 금대연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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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책들은 도요타 관련 서적들이다. 그 어떤 산업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또 그래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회사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곧 사라질 것만 같았던 회사들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자동차 산업은 어떻게 보면 경영학의 좋은 실습장이자 연구대상이 된다.

특히 자동차 빅3를 바짝 추격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자동차 산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성장한 도요타는 그것이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꾸준한 노력과 열정의 결실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놀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도요타가 단순히 높은 성장과 실적만을 자랑하는 회사가 아닌 수십 년을 지배해왔던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았다는 것에 있다. 사실 난 도요타에 대한 책을 읽기 전 피상적으로 접해왔던 도요타의 사례들을 보고 그것을 단순한 경영기법의 사례 혹은 비인간적인 효율성만 강조한 경영철학의 사례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도요타에 대한 책을 읽고 또 도요타 생산시스템이 개발될 때까지 JIT를 회사의 문화로 융화시킬 때까지 그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또한 여러 오해로 비롯한 비난에 흔들리지 않을 확고한 철학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감동까지 느끼게 되었다. 실로 경영서를 읽으면서 가슴이 뛴 것인 오랜만이었다.

도요타에 대한 책은 많다. 그 중 몇 권을 읽은 바로는 정말 쓰레가 같은 책도 있고 정말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좋은 책도 있었다. <도요타 무한 성장의 비밀>은 정말 잘 쓰여진 책 중 하나다. 특히 다른 책들이 도요타 생산 시스템이나 혹은 JIT 혹은 도요타 문화에 집중하여 쓰여진 것에 비해 도요타를 구성하는 기업 모델(피라미드)을 중심으로 기술한 것이 돋보인다. 도요타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정체성을 표명하는 즉, 전략경영에서 말하는 기업 미션과 흡사한 도요타 유전자와 DNA를 기술한 후 도요타의 패러다임, 경영시스템, 생산시스템, 상품경쟁력 등의 순서로 기술했다. 이 각 장마다 때로는 연대순으로 때로는 기능적으로 나타내 조금은 혼란스러운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큰 문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난 이 책에서 지금껏 공부했던 경영학에 대한 것을 총정리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단, 책의 내용이 문화와 생산 또는 품질 쪽에 집중된 경향이 있고 전공서적이나 개론서가 아니기에 경영용어에 대한 설명이 과감하게 생략되어 비전공자나 경영학을 접하지 못한 독자의 경우 읽기가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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