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
달다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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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기 전에 우선 표지에 새겨진 캐릭터가 나와 너무 닮아 흠칫했으며 정겨운 마음이 앞선다. 작은 눈과 푸짐한 살덩어리와 돌출입까지 실존의 나와 흡사하다. 작가님이 나를 실제로 마주한다면 입가에 미소가 번질지도 모르겠다. 작가 이름이 "달다"이다. "달다"라는 말은 작가님과 친구가 카페에서 낄낄대다 손뼉 치며 탄생한 이름이다. 고3이 되던 해 미술학원을 등록하는 기관일 일이 벌어지며, 연필 잡는 법도 모르는 늦깎이 미대 입시생은 결국 재수를 했다. 3년 반은 장기 취업재수생으로 허우적대다 광고 회사에 아트디렉터로 입사한다. 무미건조한 매일이 계속되던 날 회사를 때려치웠다. 대기업에서 초소형 벤처 회사로 이직했지만 몇 개월 만에 회사가 문을 닫았고, 실업자가 되었다. 실업급여가 나오는 동안만이라도 하고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내 그림을 시작했다. 작가님 소개 글부터 범상치가 않다. 재미있게 그려진 일러스트 그림들과 작가님의 간결한 문체가 어우러져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열심히 해도 어려웠고, 잘하려 해도 할 수 없었다. 간절한 연애는 쉽게도 깨졌고 아무리 마음을 줘도 내 마음 같은 친구가 없었다. 언제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늘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없었다. 한발 한 발이 외줄 타듯 아슬했다 앉지도 서지도 못해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일아 오지 마라, 오지 마라 멍청하게 울기도 했다." 프롤로그 부터 나의 마음과 생각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글들이 나의 마음의 풍경 속으로 뛰어 들어왔다.  

청소년 시절에는 대학만 가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고, 대학을 입학하고서는 취업만 되면 행복할 것이라 스스로 생각했다. 아직 결혼은 내가 겪어본 세계가 아니어서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취업이 되어서도 행복하지 않는 나날들 연속이었고, 나에게 행복이라는 단어가 멀어지면 멀수록 스스로 나는 나를 궁지로 몰았다. 작가님 역시도 나와 비슷한 과정들을 겪어왔다. 나와 다른 점은 나는 그저 몰아세우기에만 바빴지만 작가님은 "나는 어디로 가면 행복할까?" 라는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거듭해서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답을 찾았다. " 좀 더 자신을 아끼며 살아. 난 이제 달라졌거든. "(P37) 바깥에 있던 시선을, 자신에게도 돌리고 나서야 지랄맞지만 안아주고픈 "나"를 발견했다.

​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아빠에 대한 아련한 기억과 엄마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고서 곧 이내 후회하는 일화. 직장 상사의 아재개그 등등. 글쓴이의 가장 단거리에 있는 주변 사람들과의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이 실려 있어서, 더 몰입이 되는 책이다. 질풍 노드의 시기인 사춘기가 나에게 너무나 잔잔하게 찾아들어와 잔잔하게 흘러가버렸다. 이상하게도 30대에 접어들면서 정체성에 대해 분열이 찾아왔다. 두려웠고, 무서웠다. 혼돈 속에서 불안 속에서 혼자 허우적거리고, 있었지만 이런 나를 누군가에게 들통날까. 애써 더 어른인 척 페르소나 가면을 쓰고 다녔다. 하지만 작가님은 소화하지 못한 버거운 감정들을 날 것으로 생생하게 고스란히 이 책에 담아내었다.

​

걱정돼요.를 걱정돼요?로 마침표를 물음표로 승화 시켜내면서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을 지키는 법,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나에게 전생이 있었는지, 다음 생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사는 생이 나에게는 처음이므로 모든 것이 서툴 수밖에 없다. 작가님 덕분에 인생에 서툰 나를 더 이상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     

 

철제 보호대를 감은 손가락을

가만히 바라보다 짜증이 스민다.

스스로에게 무신경한 인간인 게 싫다.

"좀 더 자신을 아끼며 살아

난 이제 달라졌거든."

 

의기양양하게 잘도 훈계해놀고는

사실은 한참 서툴다.

의식하고 보살피지 않으면

자꾸만 괜찮겠지 싶어 내버려 두고 만다.

 

깊은 곳의 감정부터 손가락 끝마디까지

챙길 것들이 이렇게나 많다.  

 

 

무지해서 삼켜버린 아픔은

여지없이 날카롭다.

 

깊은 곳에 박혀

여전히 욱신거리다 울컥한다.

 

그것들은 분명 내게 상처였다.

 

견디지 않았어야 하는 일

마땅히 방어하고 밀쳐냈어야 하는 일

나를 지키느라 날카로운 가시를 세웠어야 하는 일.

큰 소리로 아이처럼 울어도 되는 일들이었다.

 

나에게 용서를 구한다.

외면하고 상처 주어서

더 사랑해주지 못해서

긴 외로움 속에 혼자 두어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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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셀프 트래블 - 호이안.후에, 2018-2019 최신판 ㅣ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3
이은영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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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무식하다. 이 책을 받았을 때 다낭이 어디지? 혼자서 책을 휘리릭 훑어보였다. 다낭은 베트남 남중부의 지역의 최대 상업 및 항구도시이자. 베트남의 다섯 개의 직할시 중 하나이고, 베트남에서 호찌민 시, 하노이, 하이퐁 다음으로 네 번째 큰 도시이다. 호기심 많은 다낭 여행자들을 위해 인근에 있는 다낭 &호이안 여행정보까지 실었다. 이 책은 이은영 작가에 의해 집필되었다. 그녀는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속에서 최대한 참과 거짓, 좋고 나쁨을 검증하고, 온전하고 가치 있는 정보들을 모아서 이 책 한 권에 실었다. 그녀는 자신만의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 째 이 책에서 나오는 볼거리, 숙소, 레스토랑은, 직접 발로 찾아가 확인한 곳만 싣는다. 둘째 주관적인 호불호는 존재하겠지만 최대한 객관성 있게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빈펄 랜드 남호이안의 경우 갑작스러운 개장으로 인해 부득이 직접 확인하지 못하고, 자료만 수록하게 되었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곧 여름휴가의 시즌이 다가오기도 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휴양을 즐길 수 있는 곳이어서 눈이 반짝였다.

 

다낭의 여행의 매력은 무엇일까? 베트남 전역에서 가장 깨끗하고, 세련된 도시다. 그리고 호이안은 쿠킹클래스와 자연을 흠뻑 즐길 수 있는 에코투어로도 유명하다. 또한 다낭에는 수십 곳의 한식음식점이 있고, 가격도 대체로 저렴하다. 개인적으로 책을 보면서 <서커스 나이트> 책 표지에 등장하는 그림과 비슷한 선 월들 선 휠에 가고파졌다. 이 책에서는 다낭 여행 전에 꼭 알고 싶은 9가지를 소개한다. 곧이어 베트남의 위치한 바나힐, 선 월드, 빈펄랜드, 세 가지의 테마파크를 전격 분석한다. 한국에 비해 저렴하고, 이용자가 많지 않으니 일석이조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작가가 선정한 지역 최고 맛집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쌀국수 주문법 tip과 쌀국수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흰색 피가 통통한 새우를 품은 반바오반박과 바삭하고 새콤한 튀김만두인 호안탄찌엔도 보고 있느니 먹고 싶어 진다. 동남아 지역의 매력중 하나는 열대과일이 아닐까?  달고 시원한 열대과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수록되었다. 밀크프루트, 스타프투르는 내가 처음 보는 열대과일의 종류였다. 쇼핑 마니아의 완벽한 기념품 리스트도 소개한다. 베트남은 세계 커피 생산량 2위를 차지할 만큼 커피가 생산된다. 스타벅스에 공급되는 원두에서부터 다양한 커피들을 보여준다.

 

아이와 함께하는 3박 4일, 부모님을 모시고 떠나는 온 가족의 3박4일 등, 알차게 보낼 수 있는 패키지여행을 테마에 맞게 엄선해서 여행자들에에게 여행코스를 제시한다. 초행 여행자들을 위한 여행하기 좋은 시기와 항공 관련 절차를 담았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들러볼 만한 유용한 사이트도 수록되어 있다. 택시회사를 비롯하여 한국대사관과 영사관의 전화를 필수 연락처로 담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여행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SOS 베트남을 실었다. 볼거리, 먹거리, 쇼핑, 마사지, 숙소 등 다낭에 알고 싶은 모든 것을 수록되어진 책이다. 휴대용 미니 맵북을 비롯해 베트남에서 여행자가 쉽게 쓸 수 있는 베트남어까지 야무지게 실려있는 셀프 트래블 다낭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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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동경
정다원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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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국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서식하고 싶은 나라와 도시, 그리고 사랑하는 나라와 도시는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녀가 애정 하는 도쿄의 모습을 자신의 sns에 하나씩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녀가 머물렀던 마주했던 일상을 소개한다. 저자 정다원은 한 번 빠지면 끝까지 파고드는 덕후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다.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으로서 세계 주요 도시들을 관찰하며, 관찰자로서 그 기록들을 모아 글을 통해 소개하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이 이루어질 것을 나는 의심치 않으며 그녀가 마주한 다정한 순간들을 구경해보았다.


교환학생 신분으로 도쿄행 비행기를 올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교환학생에서 인턴십, 그리고 운 좋게 첫 직장까지, 그리고 남편을 도쿄에서 만났다. 그녀의 단골 가계였던 아담한 선술집 주인을 마스터로 불렀다. 한결같이 일본식 인간관계에 융화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그녀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었다. 센토라고 불리는 대중목욕탕 온천수 덕분에 목욕문화가 발전한 일본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시설이다. 센토의 전성기였던 소와시절의 센토가 몇 군데 남아있는데, 그 구조가 독특하다. 남탕과 여탕 사이에 벽은 있지만 천장을 뚫려 있다. 그리고 벽 한 면을 메울 정도의 후지산 그림이 있다. 후지산을 바라보며 목욕이라 색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90년이 넘은 오래된 목조 건물을 개조해 카페로 재탄생시킨 곳을 소개한다. 원래는 '렌게츠안' 이라는 이름의 소바집이었는데, 고령으로 노쇠해진 주인이 소바집이 묻을 닫으면서 건물이 폐허가 되었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동네 사람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 카페 '렌게츠'가 탄생한 것이다. 역사를 간직한 건물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곳. 오래된 나무 바닥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라도 하듯 낡은 삐꺽 소리를 내며 운치를 더한다.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과 이웃 간의 정을 면밀히 느낄 수 있는 곳 "일본 동네 상점가", 오래된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옛 정취, 소박하고 포근한 거리 '야네센' 뜨거운 철판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몬자야키' 도쿄에서 먹는 '나폴리 피자' 마을버스 같은 개념으로,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는 한칸짜리 열차 '노면전차' 깊은 맛이 나는 진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짭조름하면서도 농후한 맛 '도쿄 라멘' 등등 저자는 도쿄의 숨겨진 진짜 풍경을 말하며 그려내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도쿄의 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여행 에세이 책도 가끔 읽는다. 보통의 여행 에세이 책과 다르게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쓰인 저자의 문체가 시종일관 부담없어서 좋았다. 나 역시 가끔 여행길에 오르면 주요 관광지 위주로 투어를 하는데, 가끔 이렇게 소박하면서도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싶은 동기를 심어주는 책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록 예전 모습 그대로 유지해주었으면 하는 것은 어쩌면 나의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생존의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렇게 꿋꿋이 예전 모습을 지켜가려는 곳이 있다는 곳은 참 감사한 일이었다. 앞으로도 또다시 이곳은 변화해나겠지만 그 속도는 지금처럼 조금 느렸으면 좋겠다. 내가 너무 이기적일지 몰라도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화면서 많은 것이 변화한다. 그만큼 생활은 편리해지고 삶의 질은 높아진다. 그렇지만 동시에 잃는 것도 분명히 있다. 오랫동안 이어온 가치와 생활 방식, 많은 이들의 추억거리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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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설레는 마음
이정현 지음, 살구 그림 / 시드앤피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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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담긴 어여쁜 문장들이 마음에 스며들어와 지나간 봄을 다시 나의 앞으로 끌어놓았다. 벚꽃나무가 많은 곳에서 태어나 해마다 분홍을 찾아다니는 이정현 작가가 2년 만에 <함부로 설레는 마음> 작품을 세상에 소개한다. 이전 작품 <달을 닮은 너에게>는 "너의 마음에 예쁜 달이 뜨면 좋겠다" 문장과 같이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응원이 실린 감성적인 문장들을 쏟아내었다면 이번 작품은 삶에, 사람에, 사랑에, 온 밤을 지새우며 함부로 설렜던 그 순간들에게 대하여 이야기하고, 지나간 사랑에 대해 다정한 위로는 건네는 문장들을, 새로운 사랑을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는 격려하는 문장들이 담겨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스토리텔러인 살구 그림이 더해져 분홍 분홍스러움 느낌의 날 것 그대로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동적인 것에 설레어 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근래에 나는 정적인 것 들에게 설레는 빈도수가 더 높다. 새 책이 내 손에 들어올 때마다 나는 마음이 설렌다. 지난 사랑이 쉽사리 아물지 않았고, 반사작용으로 나는 스스로가 나를 방어하기 시작한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와도 시종일관 냉소적인 나의 모습에 나 자신이 까무러치게 놀란적도 있었다. 그런 나를 위로하듯 적당한 온도를 지닌 채 나에게 다가와 말을 속삭였다. 챕터들을 읽어나갈 때마다 나는 긴장이 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상투적인 일반적인 위로가 아니고, 불편함이 느껴지는 꼰대 같은 말도 아니었다. 마치 유치원 아이들이 하얀 종이에 삐뚤 비뚤 하게 온 마음을 다해 한 글자씩 공들여 채워 넣는 것처럼 정성이 가득 찬 위로의 방식이었다. 섬세한 언어들, 사려 깊은 언어들, 따뜻한 언어들, 진솔한 언어들이 모여서 교집합을 이루고 있는 책이었다.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으니 자기 전에 한 장씩 읽으며 일상의 설레임을 많은 사람들이 느껴보면 좋겠다. 그리고 계속 읽다 보면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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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갈 인연은 지나가게 되어 있다. 멋모를 적 내게 머물던 예전의 누군가도, 내 등을 토닥이는 지금의 누군가도, 스쳐갈 사람은 결국에 스쳐 지나간다. 남을 사람은 알아서 남는다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내 곁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앞뒤 재지 말아야 한다. 모두가 저마다의 속도로 저마다의 길을 걷고 있으니 뜸하더라도 안부를 묻고 삶을 나누어야 한다.

사람이 가지고 살아가는 마음도 꼭 그렇다. 자주 아홉에 머물러 있고 한다. 가득 찬 마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모두 그렇게 살아가는구나 하며 지나가기도 한다. 채우고 싶지만, 그랬던 적도 있지만 그게 잘되지 않는 마음이랄까.

 

 

 

인연이란 그런 거겠지. 곁에 없어도 곁에 있는 사람. 내가 없는 곳에 머무는 마음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겠지. 네가 어디에 있건 지금 그 자리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너와 함께 머무는 내 마음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어디서든 또 만나자.

 

 

 

나 또한 앓던 것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하자 표현하는 일이 곧 내가 사랑하는 일이 됐다. 말하기가 두려워 간신히 펜으로 종이나 긁던 사람이 강연이라는 과분한 이름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여러 곳을 다니기도 했고, 미처 끄집어내지 못해 남겨두던 상처들을 사랑해주는 사람들도 만났다. 사랑이란 것이 언제나 애틋하고 간지러운 감정은 아니었지만 그걸로 좋았다. 앞으로도 내가 가진 단어들을 어루만지며 살고 싶다.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보다 더 예술적인 일은 없다.  

 

총기가 깃든 사람의 표정은 마음에 오래 남아 굽은 어깨를 펴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고쳐 않게 않다. 돌처럼 굳은 목을 당기고 기지개를 펴게 학기도 한다. 사람을 살고 싶게 한다. 반짝거리는 말도 그렇다. 마음에 들어차 오래 나가지 않는 말에 심술이 나기도 했지만 그 말들이 나를 살게 할 때도 있었다. 그래, 잘될 거라고 , 어디 한번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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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 - 꽃 같은 말만 하라는 세상에 던지는 뱀 같은 말
조이스 박 지음 / 스마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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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박 작가의 <빨간 모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박주영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서강대학교 및 동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영어 외래교수를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 sns상으로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일독을 하고, 느낀점은 작가님 색깔과 성향이 짙은 사람이구나 였다. "꽃 같은 말만 하라는 세상에 던지는 뱀 같은 말"이라는 책의 부재는 당당히 세상을 향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 내고자 하는 작가의 외침과 잘 매칭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나는 책 제목이 왜 빨간 모자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작가님은 빨간 모자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예쁘고, 좋은 여자의 모습을 본보기로 하고 있고, 이름조차 본연의 모습으로 불리지 않고.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모습에서 가장 뚜렷한 특징인 빨간 모자로 불린다고 말한다. 또한 빨간 모자는 남들 눈에 보기 좋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남들이 살라는 대로 살아가는,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정말로 원하는 것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어린 여성을 상징한다. 빨간 모자를 제목으로 세운 단서들을 책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동화 푸른 수염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가부장 사회에 갇힌 여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결혼을 여러 번 한 남자. 부유하고, 푸른 수염을 가진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 여자. 중요한 볼일 때문에 집을 비우게 된 남자는 열쇠 한 뭉치를 아내에게 건네주며 모든 방에 들어가 구경하고, 즐겨도 되지만 1층 복도 끝 작은 방만을 열어보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여자는 금기를 어기고, 몰래 그 방문을 열어본다. 그 방에는 푸른 수염의 행방이 묘연해진 아내들이 시체로 쌓여있었다. 이를 알게 된 남편은 아내마저 죽이려한다. 하지만 자신의 언니에게 오빠들이 오는지 봐달라고 외친다. 마침 말을 타고 온 오빠들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되며, 오빠들은 푸른 수염의 남자를 죽인다. 성과 재산을 물려받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다. 이 동화에서는 여자이기에 흔히 겪는 실수들을 다루고 있다. 푸름 수염은 부정적인 아버지 상을 상징한다. 만약에 푸른 수염의 딸로 자라나면서 아버지와 같은 남자라는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하지만 애써 끌리는 남자는 푸른 수염과 꼭 같은 면을 보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돌게 된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로는 마음은 온전하게 충만한 ㅁ이 되게끔 키워져야 하는데, 부정적인 부모 밑에서 치우친 ㄱ자 사랑을 받고, 자라면 아이는 그것을 받아내느라 마음이 ㄴ자가 되어버린다. 마음이 ㄴ자이기에게 온전치 않아 결핍이 생긴다. 마음의 틀이 ㄴ자로 자랐으니 마음 틀이 ㄱ자로 맞물리는 남자에게만 끌릴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ㄴ자 마음을ㅁ으로 바꾸기 위해 자신의 상처를 인지하고, 치유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착한 작은 딸이 말할 때는 꽃과 보석이 튀어나오고, 못된 큰딸이 말할 때는 두꺼비와 뱀이 튀어나오는<다이아몬드와 두꺼비들> 동화를 소개하며, 여자들이 내뱉는 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살아오면서 "여자입에서 그게 할 소리니?"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란 편이다. 그로 인해 침묵을 반강제적으로 강요당하기도 했다. 저자 역시도 자신이 겪었던 일화를 소개한다. 우리는 꽃 같은 말도 할 줄 알고, 뱀 같은 말도 할 줄아는 두 가지의 모습을 다 갖춘 존재이기에 남자들에게 꾸며대는 꽃 같은 말보다. 꽃같은 말이든. 뱀같은 말이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필요로 의해 말을 해야 한다. 내 삶은 절대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빨간 모자는 남들 눈에 보기 좋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남들이 살라는 대로 살아가는,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정말로 원하는 것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어린 여성의 모습니다." 빨간 모자 동화를 소개하며 진짜 나를 찾는 과정 스스로 원하는 것을 알고,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지 위한 지혜를 얻기 위해 내면속으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이 책의 키워드를 여성의 삶의 평가. 인간에 대한 이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방법으로 정리해본다. 작가는 우리가 친숙한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인어공주>,<미녀와 야수>,<빨간 모자> <백설 공주>등 동화들을 소재로 삼아서 동화의 내용을 저자의 눈으로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나라도 과거로부터 가부장 제가 이어져 오고 있다. 여성이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들이 나에게도 있다. 남자 여자 성별을 떠나서 어쩌면 우리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하고, 더 나아가 나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리석고, 자기밖에 몰라 자신의 세상의 중심이던 어린 공주가 이야기 속에서 쓴맛을 볼 때에, 내 어리석음과 이기심의 껍질이 무너졌고, 사랑이라는 환상에 갇혀 삶을 사는 공주들 이야기에 내가 가진 환상의 겹들이 벗겨졌고, 여자들이 금은보화로 빛날 때에 정작 빛나야 하는 것은 금과 같이 귀한 성품과 같이 소중한 태도 임을 동화에서 배웠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나의 귀도 쫑긋 해졌다.

 

 ▶ 밑줄 긋기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지키던 인습의 경계를 뛰어넘고, 나란 사람이 편했던 가치관을 허물어, 나와 다른 이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해주는 과정이다. 내가 부서지고 무너지고 침탈 당할 수도 있으나. 내 경계를 넘어온 타인을 허락해서 나의 지경은 넓어진다. 드디어 타인의 우주와 연결되는 경험을 한다. 그게 바로 캣스킨을 찢는 행위이다. 여자로 태어나 많이 답답했다. 여자답게 살라는 사회의 요구에 대한 반발로 여성적인 모든 것은 내 안에서 다 거부하고 배척하며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인지를 가진 존재로 태어나 진실한 관계를 통해 불멸을 이룰 수 있는 거라 믿는 존재에게 사랑하는 상대가 나를 궁구히 탐색해올 때 오로지 겉모습만 보여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칼에 찔리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 아닐 수 없다. 더 슬픈 건 겉모습은 언제나 그르치게 사람을 이끈다.

 

 

상처는 달갑지 않다. 그러나 상처가 없이 안온하기만 하다면 또 성장이란 없다. 더구나 부피만 늘리는 성장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질적인 변화가 있으려면 영혼은 이따금 잠을 청해야 한다. 오랜 잠을, 그래서 좀 오래 아픈 것도 필요하다. 영혼희 잠은 내면의 사막을 헤매는 일이기도 하고, 내면의 크레바스 밑바닥을 헤매는 일이기도 하다. 바닥까지 떨어져서 기어 다니다 보면, 내면의 가장 어두운 밑바닥에서 만나는 힘이 있다.

 

자신의 아픔으로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 있을 때의 목소리는 타인에게 가 닿지 않는다. 자신의 아픔을 이겨내고 나뭇가지에 앉아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남들이 귀를 기울이는 목소리를 갖게 된다. 내 아픔으로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은 장미를 다 키우고 나뭇가지가 무성해져서 비로소 그 나뭇가지에 앉을 수 있을 때에 가능해지는 경치인 것 같다. 사람들은 그래도 장미꽃과 하얀 새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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