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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꽃 - 2019년 5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최수철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5월
평점 :

작가들은 소설인에 장치를 숨겨놓는다. 독자들을 배려하여 장치를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친절한 작가님이 있는 반면에 꼭꼭 숨겨놓고 독자들을 애태우는 작가님도 있다. 최수철 작가님은 후자에 가깝다. 작가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의 의중은 커녕 실마리조차 도통 알 수가 없다. 조금은 불친절한 전개와 저자의 상상력과 난해함 사이의 중간지점에서 서술되고 있는 이 작품은 최수철 작가가 5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독의 꽃>이다. 실려있는 손정수 문학평론가의 작품 해설을 참고해보려 했지만 나는 점점 더 알 수 없는 미궁 속을 걸었다.
<독의 꽃>줄거리를 살펴보면 '나'는 오랫동안 냉장고 안에 방치되었던 음식들을 먹은 후 음식의 독에 감염되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같은 병실을 사용하고 있던 조몽구는를 만나게 되고 그는 강한 독성 물질에 감염되어 신경계와 면역계가 손상된 상태였다. 그는 쉬지 않고 낮은 어조로 뭔가를 쉬지 않고 읊조렸는데 어느 날 그는 사라져버린다. '나'는 무의식 상태에서 읊조린 조몽구의 이야기를 새롭게 정리하여 조몽구의 자전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몽구의 유년 중학 입학부터 군대 시절까지의 청년기 그리고 입사 이후 성년기의 일들을 서술한다.
조몽구 아버지 조영로는 문인이었으며 조몽구 어머니 고운선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조몽구는 잦은 병치레로 인한 병약한 체질이었고, 어린 시절부터 원일 모를 두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다만 이마 한가운데를 만져주고 쓰담아주면 금방 얌전해졌는데, 이마에서 손을 떼면 극심한 빈혈 증세와 유사하게 머리가 조여들고, 지독한 가려움을 동반하는 기이한 두통이 찾아들었다. 그는 성장하면서 두통으로 인해 난처하고 곤란한 문제를 겪어야만 했다. 몽구의 어머니 고운선은 몽구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지만 여러 종류의 독소가 자신의 몸속에 유입되어 죽음에 이르고, 그의 아버지인 조영로는 떠났다.
조영구는 삼촌이었던 조수호와 공동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조수호는 위험한 독의 세계에 빠져있다. 몽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신문방송학과에 전학을 하게 된다. 몽구는 자신이 보기에 인간은 결코 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존재로 보였고, 자신 역시도 온통 독으로 채워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모 병원의 간호사였던 영지를 떠올리며 생각하는 일만으로도 독의 일부가 약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다. 군 생활을 마친 몽구는 수습기자의 과정들을 밟아나가며 사람들의 화장을 한 정도나 옷차림, 표정 말투에 따라 그들의 내밀한 욕망과 가지고 있는 독을 감지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입안이 근질거려 쇼윈도 앞으로 다가가 입을 벌리자 입천장에 난데없이 기다랗고 날카로운 이빨 두 개가 (독니)가 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저자는 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리얼리티를 갖추고, 마비와 각성이라는 테마를 살려서 심리주의적이고 상징주의적인 면모를 발휘하고 아울러 임상 기록과 추리소설 연애의 소설 형식도 취한다, 그는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독의 꽃이라고 말한다. 독이라고 불리는 어떤 물질에 지나지 않고, 이기심, 증오심 분노, 공포, 탐욕 더 나아가 생명이 그 자체가 독이라 정의한다. 독을 두려워하는 것은 도덕이며, 독에 이끌리는 것은 본능이라 말한다.
세상의 독과 자신의 독 사이에 자아들이 갇히지만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독의 독성을 끌어내어 스스로 방어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독이라는 대상에 민감한 반응들을 보이며 온전하지 않은 불확실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인물들의 설정은 자기가 독에게 중독된 지도 모르고 불명확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그리고 독을 무심하게 이기적으로 다루는 태도를 가진 인간들에게 저자는 일침을 놓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인간들이 매 순간 생존을 위해서 자신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어야 하는 사슬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 극단에 선이 자리 잡고 있다면 반대 극단에 악이 존재하며 선과 악과 사이에는 중간지대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갈등하고, 흔들리는 존재라 생각한다. 작가님은 이런 인간의 습성들을 잘 포착하여 인간들을 한 송이의 독의 꽃이라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독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